호사카 교수, 위안부 조직에 日정부 개입한 공문서 공개…“‘고노담화’에 속았다”
호사카 교수, 위안부 조직에 日정부 개입한 공문서 공개…“‘고노담화’에 속았다”
  • 승인 2017.09.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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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조직에 일본 정부가 개입했다는 내용의 일본 내 공문서가 국내에 공개됐다.

문서에는 일왕 직속부대인 황군의 의뢰로 일본 정부가 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위안부를 동원하는 데 있어서도 납치와 가까운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에 따르면 호사카 유지(61)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겸 교양학부 교수는 19일 서울 능동로 세종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위안부 조직에 있어 일본 정부의 개입이 없었다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주장에 반박 근거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위안부 모집에 일본 정부 개입

호사카 교수는 이번에 번역한 내무성 경찰국문서를 들어 "일본 정부의 각 부처가 위안부를 만드는 과정에 시스템으로 포함돼 있어 법적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리에서는 '상하이 파견군 내 육군위안소의 작부 모집에 관한 건', '시국이용 부녀유괴 피의사건에 관한 건' 등 내무성 경찰국 문서가 공개됐다.

이 문서들은 1997년 3월 아시아여성기금이 편집한 '종군위안부 관계자료집성'에 포함됐지만 국내에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종대 연구팀은 자료집 5권에 대한 번역 및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위안부 동원에 있어 일본 정부의 책임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현지 일본군이 위안부 동원을 결정한 후 현지 일본 외무성 총영사관에 협조를 요청하면 총영사관이 일본 내 각 정부 기관에 업자들에 대한 편의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외무성 총영사관이 일본 내무성에 의뢰하면 내무성이 일본 내 경찰서에 위안부 동원 허가를 내리기도 했다. 경찰청 문서에는 '상하이 파견군 위안부에 관해 내무성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지만 우리 오사카부 경찰부장에 의뢰한 바가 있으므로 상당한 편의를 제공했다'고 써 있다.

호사카 교수는 "내무성 경보국장이 위안부 동원을 공식적으로 허가하고 편의제공을 명령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 보호자 허락 없이 미성년자 강제동원 가능성도

연구에 따르면 부녀자 동원에 있어서도 각종 편법 및 불법이 자행됐다.

예를 들어 일본 내에서 매춘부였고 만 21세 이상인 여성만 위안부로 모집할 수 있다는 조항은 식민지에서는 물론 일본 내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필리핀 일로일로 환자요양소의 문서를 보면 10명 중 8명이 21세 미만이었고 16살인 여성도 두 명이나 있었다.

보호자의 허가가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보호자의 승인 없이도 부녀자들이 중국행 배를 타도록 하기도 했다. 호사카 교수는 "실제로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없지만 일본 내에 거주하고 있던 조선인이나 대만인이라면 부모의 허가 없이 보낼 수 있는 첫 번째 대상자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군용선을 타고 중국으로 건너간 이들은 항구 도착 즉시 헌병대에 넘겨져 위안소로 이동했다. 여성들이 군용선을 탄 시점부터는 강제연행이 시작됐음이 증명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 "한국 정부, 고노담화 너무 믿었다"

그 동안 일본 정부는 군과 업자들의 주도 하에 위안부가 동원됐다고 주장해 왔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에도 일본 측은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며 법적 책임을 회피한 바 있다.

1993년 고노담화에서도 군의 관여와 업자들에 의한 위안부 동원의 사기성, 강제성에 대한 내용은 담겨 있었지만 일본 정부 각 부처의 책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호사카 교수는 "군이 위안소 설치를 결정하면 영사관 내 무관실에서 위안소의 설치를 맡았고 성병 검사 등을 준비하기도 했다"며 "일본 정부는 구(舊) 일본군에 대한 편의 제공자로서 위안부 생산 시스템에 포함된 공범으로서 법적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국이 고노담화를 너무 믿은 나머지 속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에서) 일본 정부가 개입됐다는 부분을 강조하면 추궁이 쉽지 않았을까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지금까지 독도 문제에 매진해 연구할 여유가 없었는데 늦게나마 이 부분이 밝혀지는 것이 다행"이라고 평했다.

세종대 연구팀은 내년 2월까지 작업을 마무리 해 번역집을 낼 계획이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