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이제훈, 따뜻한 눈물·유쾌한 웃음·묵직한 메시지의 황금 비율 (종합)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이제훈, 따뜻한 눈물·유쾌한 웃음·묵직한 메시지의 황금 비율 (종합)
  • 승인 2017.09.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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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눈물과 유쾌한 웃음, 묵직한 메시지까지 완벽하게 버무린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석에서는 이례적으로 박수가 터져 나왔다.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나문희, 이제훈이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아이 캔 스피크’는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 분)과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가 영어를 통해 엮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각 인물들의 개성을 살리는 유쾌한 웃음으로 시작한다. 추석을 겨냥한 가벼운 코미디처럼 보이던 영화는 우리의 아픈 역사인 위안부 문제를 무심코 지나쳐온 주변인을 통해 조명하며 강렬한 먹먹함을 안긴다. 

이날 김현석 감독은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받고 코미디라고 생각했다. 영어를 배워 입양 간 자식을 찾나 싶었는데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며 “위안부를 정공법으로 다룬 영화들이 있는데 이렇게 우회하고 우리의 할머니,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김현석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조사하다보니 두려워졌다. 코미디로 가지만 피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는데 물과 기름처럼 놀지 않고 편하게 보다가 다가오길 바랐다”고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김현석 감독은 위안부를 소재로 하는 ‘귀향’과의 비교에 관해 “‘귀향’은 위안부를 정공법으로 그린다. 그분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위안부 역사는 알면 알수록 가슴이 아프다는 이유로 깊이 알지 못하고 지냈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집회도 가보고 했다. 영화에 나오는 민재를 비롯해 할머니와 관계를 맺어온 사람이 우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픔을 묘사하는 회상장면은 짧다. 할머니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강조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수상한 그녀’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나문희는 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 역이 아닌 극을 이끄는 주축이 되어 오랜 내공이 돋보이는 연기를 펼친다. 나문희는 극 중 옥분이 영어를 배워 당당하게 연설하는 장면을 두고 “워낙 자신감도 없고 소심하고 아는 것도 많지 않으니까 누구 앞에서 말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아이 캔 스피크’ 대본을 받았을 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가졌다. 나부터 이를 치료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문희는 “영화는 위안부의 이야기다. 얼마나 지옥 같은 나날을 머리에 얹어놓고 살았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위안부 할머니를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나문희는 이제훈과의 호흡에 관해 “관객하고 만나야 알 수 있지만 현재로는 어느 정도 만족한다. 제훈씨는 배우의 긍지를 가지고 잘 해줬다. 외할머니, 친할머니처럼 잘 챙겨줬다”며 “처음부터 호흡이 잘 맞았다. 감독님은 미국 촬영하는 분들도 모두 오디션으로 뽑았다. 책임감 있게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어려서부터 나문희 선생님을 봐왔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기억이 많이 없다. 존경하는 선생님과 연기를 해야 한다는 설렘도 있지만 걱정도 많았다”며 “내가 선생님 앞에서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싶었다. 너무나 따뜻한 눈빛으로 반겨주셨을 때 할머니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말 아들이나 손자처럼 선생님 곁에 있고 싶었다. 촬영 외에도 선생님 옆에 있고 싶었고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영화를 보니까 감사한 마음이 가장 크다”고 나문희와 호흡을 맞춘 소감을 밝혔다.

이제훈은 “전작도 그렇고 이번에도 개인적인 즐거움과 연기적인 욕망을 통해서 뭔가 보여주기 보다는 이 영화를 보고나서 관객들이 느끼는 메시지를 배우로서 전달할 수 있다면 그걸로 감사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앞으로도 그런 영화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누가 되지 않는다면 많이 하고 싶다”고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이제훈은 영어 대사를 소화한 것에 관해서는 “‘박열’에서는 하나도 모르는 일본어를 소화해야 하는 고충이 있었는데 영어는 기분을 표현할 때도 가볍게 사용하니 익숙하지 않을까 싶었다”며 “원어민과 유창하게 대화를 나누는 역이라 영화 대사를 있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 준비를 많이 했다. 거기에 대한 평가는 관객분들이 해주실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 캔 스피크’는 오는 9월 말 개봉한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리틀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