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 FTA 폐기 준비 지시···다음주 절차 개시
트럼프, 한미 FTA 폐기 준비 지시···다음주 절차 개시
  • 승인 2017.09.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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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이르면 다음 주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허리케인 '하비' 피해를 입은 텍사스 주와 루이지애나 주를 찾았다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FTA 폐기 준비 여부에 관해 이 같이 밝혔다고 더 힐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좌진들과 한미 FTA 폐기 준비를 논의했으며 다음주 무언가 조처를 취하려는 게 맞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렇다. 매우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무역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는 앞서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이르면 오는 5일 한미 FTA 폐기 절차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한미 FTA를 유지하되 조항을 재협정하기로 결정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서도, 이미 협정 폐기를 위한 내부 논의가 상당히 이뤄졌고 이르면 다음주 정식 폐기 절차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허버트 맥태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수석 경제보좌관 등 다수의 백악관 관료들이 한미 FTA 폐기를 반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백악관 고문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한국 정부를 고립시켜선 안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시도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폐기하고 한국에 대해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수입하도록 강요할 경우 한국이 미국과의 추후 무역 논의를 거부하면서 양국 사이 무역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된 뒤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가 심화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한미 FTA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 FTA는 한쪽이 원할 경우 6개월 뒤 협정을 종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한미 FTA 폐기를 승인한다면 2018년 3월이라도 협정이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FTA가 폐기되면 미국은 한국산 전자제품, 휴대전화, 자동차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한국 역시 이에 맞서 미국산 제화와 용역에 대해 즉각 고관세를 물릴 수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이 일종의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폐기 가능성이 논의되긴 했지만 핵심 목표는 한국을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뉴스인사이드 송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