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브이아이피’ 장동건 “흥행에 목마르죠”…솔직함에 여유를 더한 컴백
[인터뷰 ①] ‘브이아이피’ 장동건 “흥행에 목마르죠”…솔직함에 여유를 더한 컴백
  • 승인 2017.08.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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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목마르죠. 예전에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과했어요. 그게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즐거워야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요.”

1992년 MBC 공채 탤런트로 배우를 시작한 장동건은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 ‘마지막 승부’을 통해 청춘스타로 도약했다. 이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친구’ 등을 통해 영화배우로서 성공가도를 걸었고, ‘태극기 휘날리며’로 천만 배우에 등극했다.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끌던 그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진출하며 한국 배우의 저변을 넓혔다. 하지만 커져가는 규모와 달리 부진을 겪었다. 아쉬운 흥행 성적과 함께 연기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앞선 때도 있었고 연기에 흥미를 잃어가며 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몇 년의 부진을 겪고 장동건은 여유를 찾았다. 그는 다시 현장을 즐길 수 있었고, 대중을 대하는 자세에도 유머 한 스푼을 더했다.

장동건이 영화 ‘브이아이피’로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박훈정 감독의 차기작 ‘브이아이피’는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다. 장동건은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 분)을 보호하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으로 분했다.

Q. 영화를 본 첫 느낌은 어땠나.

언론시사회가 끝나고 배우들끼리 농담으로 시나리오보다 낫다고 했어요. 완성본이 궁금했어요. 이번에는 멀티캐스팅이라고 해도 한 장면에 모든 배우가 나오는 게 아니라 계주하는 느낌으로 이어가니까 자기 분량 외에는 현장에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각자 상상하는 것들이 있었을 텐데 대체적으로 만족했어요.

Q. 다소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는 등 수위가 높다.

수위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테고 개인의 편차가 있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장면이 존재하는 이유 같아요. ‘브이아이피’는 김광일이라는 캐릭터의 악행을 보여주는 장면이 강하게 묘사돼야 관객들의 공분을 사지 않았나 싶어요. 마지막을 살리기 위한 포석인 거죠. 저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김광일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이런 느낌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돼야 재미있는 영화가 완성될 거라 생각했죠. 그런 부분들이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필요하다는 건 저도 동의하고 수위에 관해서는 연출자의 몫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신세계’와 ‘악마를 보았다’의 중간 정도 같아요.

Q. ‘남자영화’라 불리는 장르를 선호하는 것 같다.

잔혹무비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 느와르 장르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 영화에 출연도 많이 했고요. 제 또래 배우나 남자 관객들이 다들 비슷할 텐데 인생영화를 꼽자면 ‘대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있어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 홍콩 느와르를 정면으로 보낸 세대라서 영향이 있는 것 같아요.

   
 

Q. 박재혁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 영화에서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과 유일하게 변화가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매력 있었어요. 다만 감독님과 캐릭터의 감정변화나 상황에 따른 리액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내린 결론은 최대한 힘을 빼자는 거였어요. 그래야 후반부 느낌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감정의 변화를 순서대로 알리면 재미도 없을 것 같았고요. 안경 설정도 단순히 공무원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지만 안경으로 눈을 가림으로써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설정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안경이 안 어울려요. 변장한 것만 같고 어색해서 포기했다가 다시 하기로 결정했어요. 백 개 정도 써보고 자연스러운 안경으로 골랐어요(웃음).

Q. 이번 영화는 느와르지만 캐릭터 연기가 돋보이진 않는다.

보통의 영화는 인물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죠. 인물이 주인공이고 사건이 소재인데 이 영화는 사건이 주인공이에요. 그래서 캐릭터를 구축하거나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아요. 사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혼자 생각은 많이 했어요. 박재혁이라는 사람이 결혼을 했을까부터 다양한 설정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연기를 시작했죠. 네 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각 캐릭터는 조직을 대변하는 상징성이 있어요. 그런 이미지가 중요한 영화인 것 같아요. 어디까지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좀 더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네 명 모두 배우로서의 개인적인 욕심은 줄였죠. 박재혁과 채이도를 선악의 구도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박재혁은 임무에 충실할 뿐이에요. 회사입장에서는 좋은 직원인 거죠. 현실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어요.

Q. 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배우가 꿈은 아니었어요.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처음에는 생계로 선택한 거였어요. MBC 공채로 들어갔는데 실제로 6개월은 방송국으로 출퇴근했어요. 선배들 말로는 3년은 엑스트라를 할 거라고 해서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우리들의 천국’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어요. 당시에 파격적인 일이었는데 저는 마냥 좋지 않았어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유명해졌죠. ‘마지막 승부’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는데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한예종에 들어가 다시 공부를 하게 된 거죠. 영화로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통해 대중들에게 인식된 것 같아요. 당시 박중훈 선배, 안성기 선배와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좋은 경험이었죠. 이번에 이종석 그 친구가 ‘브이아이피’를 하면서 감독님을 직접 찾아갔다고 했는데 예전에 저와 같은 갈증이 있었나보다 싶었어요. 최고의 청춘스타인데 현장에서 장단점 모두 보여주면서 도와달라는 자세로 나오니 선배들이 진심으로 응원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Q. 한국에서 대작영화들이 만들어지던 시기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 그런 작품과 캐릭터가 많았고 좋아했어요. ‘2009 로스트 메모리즈’가 당시 한국영화 최대 제작비였어요. ‘태극기 휘날리며’를 찍을 때 그 기록을 깼고, ‘태풍’에서 다시 경신했죠. 큰 영화라고 해서 안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 한 것도 아니에요. 당시 감독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게 생각했죠.

Q. 몇 년 간 참여했던 작품들이 아쉬운 흥행 성적을 남겼다.

흥행에 목마르죠. 돌아보니 25년이라는 시간동안 연기했는데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적다는 자각이 생겨서 후회도 되고 작품도 많이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왜 작품 수가 적을까 생각해보면 신중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좋은 부분이 70%고 마음에 걸리는 것이 30%라면 그 부분이 크게 느껴져서 거절했어요. 지금은 좋은 부분을 보고 해보자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예전에는 잘하고자 하는 욕심이 과했어요. 그게 관객들에게 불편하게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즐거워야 관객들에게도 전달되지 않을까요.

Q. 배우 장동건을 만들어준 영화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친구’인 것 같아요. 관객들 입장에서도 저를 다르게 봐준 영화이기도 하고 저도 그 영화를 찍고 개인적으로 많이 변화하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촬영하면서 굉장히 빠져 살았어요. 저의 필요와도 잘 맞아떨어졌어요. 지금은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주인공이 영화에서 사투리를 쓰는 경우가 없었어요. 영화나 드라마 통틀어서 주인공이 사투리를 사용하는 경우가 없었죠. 그리고 ‘청춘스타 장동건’이 험한 역을 하는 것도 모험이었고요. 그때는 ‘친구’를 컬트영화라고 생각했어요. 다들 찍을 때 목표가 관객수 40만이었으니까. 그때는 멀티플렉스가 지금처럼 있지 않았고 전국 관객 카운트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라서 서울 관객에 의미를 많이 뒀어요. 그런데 800만을 넘기고 6개월 정도 극장에 걸렸죠.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