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산범’ 박혁권 “세련된 공포감 느낄 수 있는 영화…홍보하기 안 민망해”
[인터뷰] ‘장산범’ 박혁권 “세련된 공포감 느낄 수 있는 영화…홍보하기 안 민망해”
  • 승인 2017.08.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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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펀치’, ‘프로듀사’, ‘육룡이 나르샤’, ‘초인가족 2017’, 영화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 ‘터널’, ‘나홀로 휴가’, ‘특별시민’, ‘택시운전사’ 등 최근 몇 년 간 박혁권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몰아치는 행보를 보였다. 그가 출연한 작품만 벌써 90편이 되어간다.

목소리를 흉내 내는 장산범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장삼범’(감독 허정)에서 박혁권은 아이를 잃은 아버지 민호를 연기했다. 극 중 박혁권은 과하지 않은 감정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평소 돌려 말하거나 가식적인 말을 못한다는 박혁권은 “세련된 공포감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라며 ‘장산범’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봤는데 걱정을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기 전에는 엉성하게 나올까봐 걱정했어요. 영화 홍보를 해야 하는데 영화가 별로면 말하기 민망하고. 제가 그런 거에 예민한 편이에요. 연극할 때 제 연극 재미없으면 오지 말라고 말했어요. 일 할 때는 솔직하게 지키려고 해요. ‘장상범’은 스토리가 깔끔했고 사건들이 너무 다양하지 않고 라인이 간결하고 명확했어요. 그리고 장르적으로 사운드 효과가 더해질 때 완성품이 궁금했던 시나리오였어요. 영화를 보니 과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실체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부분이나 인물들의 감정 라인이 적절했어요.”

영화의 장르를 보자면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루는 공포지만 그 안에 담긴 드라마는 모성애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극 중 희연(염정아 분)이 아이에 집착하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민호는 차분하게 사건을 읽고 희연을 진정시킨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감정선이 다소 밋밋할 수 있지만 박혁권은 자신의 역할을 ‘수비형 미드필더’에 빗댔다.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던 부분이에요. 민호라는 인물이 사건에 직접 맞닥뜨리는 인물이 아니라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희연을 대할 때도 감정 표현에 있어서 수위조절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영화에서 민호는 최종 공격수는 아니에요. 잘 받아주는 수비형 미드필더 같은 역할이지 않았나 싶어요. 미드필더가 공간을 비우고 공격하려고 하면 팀이 힘들어지죠. 포지션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박혁권은 ‘장산범’으로 허정 감독과 첫 작업을 마쳤다. 전작 ‘숨바꼭질’을 보지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며 뒷조사를 했다는 그는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작업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되게 좋았어요. 꼼꼼하세요. 감독님의 특기는 조곤조곤 돌려 설명하기예요. 그게 되게 재미있었어요. 소통할 때 감독님은 직언을 잘 못하시는 편이고 저는 돌려서 말하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재미있어요. 배려심도 엄청 많으셔서 다른 배우들과 연기적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도 재미있어요. 그리고 모니터 하는 모습도요. 선하신 분이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사람을 놀라게 할까’ 생각하며 모니터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즐거워요(웃음).”

촬영 시기는 달랐지만 공교롭게도 개봉 시기가 겹치면서 박혁권이 출연한 작품이 올 해만 벌써 다섯 편이 개봉했다. 드라마를 많이 찍던 시기에는 그가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주가 없을 정도였다.

“‘택시운전사’보다 ‘장산범’을 먼저 찍었어요. 찍은 시기는 다른데 올해 ‘특별시민’하고 ‘아빠는 딸’까지 개봉해서 본의 아니게 다작을 한 것 같네요. 저도 가끔 제 필모를 보다 깜짝 놀라요. 주연이 아니어서 이렇게 할 수 있었을 거예요. 작품 편수로는 송강호 선배 이상이죠(웃음). 자제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정신없이 삼년 정도 이어졌어요. 일 년 반 정도는 드라마에 제가 안 나온 주가 없었어요. ‘펀치’부터 ‘프로듀사’까지 겹치지는 않고 바로 다음 주에 다른 작품이 이어졌죠. 조금 강제적으로 쉬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자신이 어떤 이미지로 활용되는 것 같은지 묻는 말에 박혁권은 “시기가 있는 것 같다. 초반에는 영화에서 웃기는 사람으로 드라마에선 전문직을 맡았다”며 “어느 순간 드라마에서 웃기는 역을 맡았고 영화에선 평범한 역을 맡았다”고 답했다. 특별히 선호하는 역은 없다는 그는 “대본을 받으면 소화할 수 있는지 먼저 체크하고 가능하다 싶으면 감독님을 만난다. 서로 지향점이 비슷한 지, 감독님과 작가가 의도한 바와 제가 생각한 게 같은지 확인하고 일치되면 작품을 하게 된다”고 작품 선택 기준을 밝혔다.

   
 

조·주연, 특별출연 등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많은 이들이 알아보지만 몇 년 전만해도 그의 이름을 아는 이는 적었다.

“저는 주어지는 분량을 충실히 소화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알아보겠지’라는 생각으로 임하지만 못 알아보면 어쩔 수 없는 거죠. 그러면서 기회가 오길 기다렸어요. 축구로 치면 전·후반을 다 뛰고 싶고, 그래야 몸도 풀려서 기량을 발휘할 것 같은데 분량이 적으면 몸도 못 풀고 헛발질도 하는 거죠. 경기에 많이 나가면 헛발질을 많이 해도 만회할 기회가 있는데 5분 출전해서 헛발질하고 돌아오면 헛발질 전문 선수가 되니까 불안함도 크죠. 그래서 역할이 커지길 기다린 건 있어요.”

마지막으로 박혁권은 이전과 달라진 인기와 수입에 관해 말했다. 자신의 가성비를 항상 되묻는다는 그의 말에는 겸손함과 함께 변하지 않는 꾸준함이 묻어있었다.

“제 또래 회사원보다는 너무 많이 벌죠. 그래서 겁이 날 때가 있어요. 가성비 따지는 걸 엄청 좋아하는데 제가 그 정도 가성비가 되는 실력인지 묻게 돼요. 지속될지도 불안하고요. 그래서 후배들 만나서 자주 하는 이야기가 ‘몸값 올랐다고 생활 사이즈 키우지 마라’라는 말이에요. 항상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하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