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낙하산 논란’ 박찬민 대우건설 사장, 결국 사임…송문선 CFO이 직무대행
‘최순실 낙하산 논란’ 박찬민 대우건설 사장, 결국 사임…송문선 CFO이 직무대행
  • 승인 2017.08.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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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결국 사임했다.

대우건설 매각이 본격 궤도에 오른 상황에서 박 사장의 자진사퇴 요구가 계속되자, 이에 압박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대우건설은 14일 "그동안 (노조측의)사장 선임에 대한 의혹 제기, 산업은행에 대한 매각 중단 요구 등이 지속하자 박 사장이 이날 오전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대우건설의 매각을 본격 앞두고 박 사장의 '최순실 낙하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건설기업노조는 그동안 박 사장의 자진사퇴와 산업은행의 매각 중단을 요구해왔다. 

기자회견에 이어 최근 노조에서 감사원에 감사청구까지 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자 압박을 느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박 사장은 취임한 지 1년여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앞으로 대우건설은 박 전 사장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관 및 이사회 규정에 따라 송문선 CFO(수석부사장)이 직무를 대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팀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휴대전화에서 지난해 7월1일 최순실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찾았다. 확인 결과 이 본부장이 자신들과 소통이 원활하다는 이유로 박 사장을 대우건설 사장에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이런 문자가 오간 것으로 확인된 시점에서 불과 한 달여 뒤인 지난해 8월23일 박 사장이 대우건설 사장에 올랐다.

이 소식이 보도된 뒤 대우건설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박 사장에게는 사임을, 산업은행에는 회사 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노조는 박 사장이 실제 최순실 낙하산일 경우 박 사장의 사임없이 매각이 진행한다면 최순실이 원하는 대로 매각이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의 집회와 성명서 발표, '사임설' 등에도 박 사장은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산업은행에서도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만큼 계획대로 매각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에서 감사원에 감사청구까지 강행하자 위기를 느낀 박 사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지난 28일 매각추진위원회(매추위)를 열고 대우건설 매각주간사 후보로 BOA메릴린치와 미래에셋대우, 회계자문사 후보로 한영회계법인, 법무자문사 후보로 법무법인 세종을 각각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오는 9월말 매각공고를 낼 예정이다.

매각공고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서 박 사장의 사임이 과연 대우건설 매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처음으로 의견거절을 받은 뒤 빅배스를 감행했다. 이후 연이은 실적호조세를 보인데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한계단 상승했다. 여기에 지난 1년 꾸준히 제기됐던 '낙하산 CEO'리스크가 제거돼 시장에서는 우호적으로 볼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인수의향을 보이는 기업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3위에 달하는 대형건설사여서 국내에서는 이를 인수할만한 규모의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SK건설과 호반건설, 부영그룹 등이 대우 인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기업 모두 대우건설보다 몸집이 작아 실제 매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공고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 낙하산 사태가 불거진만큼, 섣불리 인수전에 뛰어들기 더 어려워졌다. 낙하산 사태의 책임이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이 진행한다면 더욱 그렇다. 게다가 8·2대책 등으로 촉발된 부동산시장 침체 전망도 제기되고 있어 인수의향을 밝히는 기업이 많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산업은행의 향후 행보도 변수다. 

산은은 이번 사임 소식을 접한 뒤 계획대로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산은 관계자는 "박 사장의 사임 소식을 뉴스를 보고서야 알았다"며 "대우건설 사장 사임과 매각 절차는 무관하다고 본다. 아직 내부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 원래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최순실-산업은행-박창민으로 연결된 고리에서 촉발됐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산은 역시 그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계획대로 매각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주환 대우건설 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이 사태는 단순히 박 사장이 물러나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며 "중요한 것은 대우건설이 어떤 식으로 매각되는지다. 대우건설에 득이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논의해 산업은행에 추가로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인사이드 홍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