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택시운전사’ 송강호 “영화만 하겠다는 생각은 NO, 좋은 기회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인터뷰②] ‘택시운전사’ 송강호 “영화만 하겠다는 생각은 NO, 좋은 기회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 승인 2017.08.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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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가 그려낸 택시운전사 김만섭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현장을 위르겐 힌츠페터와 함께 겪어낸 뒤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 속에서 그가 성냥곽에 적어준 이름 역시 ‘김사복’이라는 가짜 이름이었다. 

김만섭의 실제 모델이었던 힌츠페터 기자와 함께 했던 택시 기사 역시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뒤 한국으로 돌아온 힌츠페터의 끊임없는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름 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힌츠페터의 기억 속에 남은 것. 끝내 익명으로 남은 택시기사의 선택에 대해 송강호는 “저도 궁금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저도 그게 조금 궁금하긴 한데, 김사복이라는 이름을 적어줬던 것도 영화 속에서처럼 뭔가를 적어주긴 해야 하니까 아무거나 적어줬을 것 같아요. 진실은 모르겠지만 나름 영화 속에서 그린 진실이 진짜가 아니였을까 싶어요. 그 때 당시만 해도 서울에 돌아왔다고 모든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서울은 더 살벌한 곳인데 함께 있던 외국 기자는 정부의 타깃이 됐고, 잘못 적어줬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피터를 찾고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돼 곤란을 겪는 것이 두려웠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간적인 고민이 보이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어요.”

이어 송강호는 영화 속에 삽입된 ‘단발머리’와 ‘제 3한강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영화의 오프닝에 삽입된 ‘단발머리’는 명곡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지점이자 만섭의 캐릭터, 서울이 풍경을 묘사한다면 ‘제 3한강교’ 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슬픈 노래가 아니라 굉장히 밝고 힘찬 노래인데 만섭에게는 묘하게도 의미있는 가사로 들리게 되는 곡이죠. ‘행복어린 거리로 떠나갈거에요’ 하는 가사가 새벽녘의 광주 같더라고요. 정치적인 성취 보다는 가장 순수하고 기본적인 목적에서 거리로 나왔을 광주 시민분들이 원했던 게 ‘행복어린 거리’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원래 ‘제 3한강교’가 그런 노래로 불릴 노래는 아닌데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서 그렇게 들리겠구나 싶기도 하고, 만석의 감정도 그 노래 가사가 만섭에게는 간절하게 들렸지 않을까 싶어요. 원곡의 의미와는 다른식으로요.”

   
 

송강호의 필모그래피에는 ‘효자동 이발사’ ‘변호인’ ‘밀정’ 등 다양한 역사적 바탕 소재 영화와 ‘괴물’ ‘설국열차’ 등 현 시대를 돌아보게 하는 스토리를 담은 영화들이 단단히 자리잡고 있다. 

‘택시 운전사’ 속에서 사람의 ‘도리’에 대해 말하던 송강호가 작품 출연을 통해 ‘배우의 도리’를 지키고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배우의 도리라는 건 너무 거창한 것 같아요. 단지 그런 건 있죠. 제가 연기를 처음 배울 때가 89년이었는데, 그 때가 23살이었어요. 그 때도 항상 ‘어떤 연극, 어떤 작품을 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잘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그게 100%일까. 예술가들이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딜레마가 있었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20대를 혼란을 겪으면서 성장했던 것 같아요. 배우의 도리 보다는 최소한 내가 이야기하고 연기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햇수로 28년 째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송강호는 그의 출연 소식만으로도 ‘믿고 보게 만드는’ 배우다. 오랜 세월 연기를 해왔지만 송강호는 여전히 작품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건강한 부담감’이라고 표현했지만, 책임감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저를 바라보는 후배들이 많이 있는 입장으로서 부담이 있어요. 선배가 되다보니 보이지 않는 부담감도 있고, 업계에 있는 분들 보다는 기다리고 봐 주시는 많은 관객분들께 어떤 모습, 어떤 작품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하게 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이제 갓 ‘택시운전사’가 관객들에게 선을 보이지만, 벌써 송강호는 차기작인 영화 ‘마약왕’을 촬영 중이다. 

“‘내부자들’ 감독과 함께 ‘마약왕’을 촬영하고 있어요. 현재 4~50% 정도 촬영한 상황이라 내년 7월 쯤 개봉하지 않을까 싶어요. 굉장히 반가운 대중 오락영화가 될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정치적인 요소가 전혀 없고 그냥 마약쟁이 영화에요.(웃음) 다크하고 어둡지도 않고, 굉장히 밝고 재미있는 영화죠. 그 다음에는 영화 ‘기생충’도 하는데 ‘기생충’은 가족 이야기에요. 봉준호 감독도 아직 완고가 된 상황이 아니라 지금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택시 운전사’와 영화 인생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가득채웠던 인터뷰를 마치며 송강호는 ‘새로운 플랫폼 작품의 출연’에 대한 가능성도 시사했다. 최근 넷플릭스 등 이전과는 다른 플랫폼들이 새롭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스크린이 아닌 다른 곳에서 송강호를 만나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밀려들었다.

“딱히 영화만 해야겠다는 기준은 없어요.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거고, 능력적으로 제가 많은 일을 못해요.(웃음) 엔터테이너적으로 이것 저것을 하지 못해서 꾸준하게 영화만 해왔던 거지, ‘영화만 할거야’ 하는 철학이 있어서 했던 건 아니였어요. 좋은 기회가 온다면 (다른 플랫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뉴스인사이드 홍혜민 기자/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