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군함도’ 소지섭 “능력 있을 때 후배들 이끌어주고 싶어”
[인터뷰] ‘군함도’ 소지섭 “능력 있을 때 후배들 이끌어주고 싶어”
  • 승인 2017.08.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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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기대작 ‘군함도’가 공개됐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소지섭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자 22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에 이름을 올렸다. 류승완 감독과 소지섭의 만남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전에도 수차례 제안이 있었다. ‘이번에 거절하면 다시는 못나올 것 같았다’는 소지섭은 ‘군함도’의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수락했다.

소지섭이 연기한 최칠성은 종로 최고의 주먹으로 가는 곳마다 사건을 만드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거칠게 몸을 부딪치고 욕설을 내뱉는 칠성이지만 이면에는 애틋함을 지니고 있다. 인터뷰 도중 소지섭은 의리 있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성격은 칠성과 닮았다며 강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싸움은 정말 싫다고 손사래를 쳐 웃음을 자아냈다.

좋은 배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는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인터뷰를 이끌었다. 본인을 어필할 이야기에는 말을 아끼고 함께한 감독, 배우, 스태프의 칭찬에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연기와 힙합 외에도 끊임없이 좋아하는 것들을 만들어가는 소지섭은 칠성이 말년에게 빨래더미와 함께 과일을 던져줬듯 그만의 매력을 툭 던졌다.

Q. 다들 천만 영화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저희 영화를 두고 다들 천만을 언급하시는데 다른 영화와는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손익분기점이 700만명이 넘어가니까요. 손익이 넘어가야 비슷한 영화가 또 나올 수 있고 여건이 만들어지잖아요. 이런 큰 영화가 한 번씩 잘못되면 데미지가 커요. 크게 봤을 때 한국 영화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좋은 영화와 다양한 콘텐츠가 계속 나오려면 서로 시기하는 것 보다 잘되길 응원하는 게 좋아요.

Q.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작품을 선택했다고.

‘군함도’라는 시나리오보다 류승완 감독님과 작업을 하고 싶어서 결정했어요. 시나리오를 읽기 전에 결정했는데 이런 경우는 신인 때 말고는 처음이죠. 이전에도 감독님과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못하게 됐어요. 이번에 안 하면 다음부터는 아예 못하게 될 것 같아서 빨리 결정했죠(웃음).

Q. 개봉 전부터 대중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영화에서 이런 관심은 처음이죠. 어색해요. 좋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그동안의 영화는 작기도 하지만 목표치가 대단하지 않았어요. 다들 망하지 않았고 기본은 했어요. 관객들의 시선을 보자면 소지섭이라는 배우는 영화에서 신뢰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Q. 최칠성을 연기하면서 중점으로 둔 부분이 있다면.

딱히 칠성이 빛나는 걸 바라지는 않았어요. 칠성이 군함도에 오기까지 과정이 영화에 나오진 않지만 아마 종로 최고의 주먹이라면 죽을 고비를 누구보다 많이 넘겼을 거예요. 공간만 달라졌을 뿐 쪽팔리기 싫어하고 처절하게 살아남는 모습을 보이려고 했어요. 칠성은 생각을 많이 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아요.

Q. 김민재와 목욕탕에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부상은 없었나.

그 친구도 실제로는 워낙 순해요. 액션에 대한 걱정도 많았어요. 그 친구는 그동안 때리는 것만 했지 싸우는 건 안 해서 연습을 많이 했죠. 한 달 반 동안 둘이서 영화에 나오는 액션들을 연습했어요. ‘군함도’의 첫 액션신이자 영화의 액션 색을 보여주는 목욕탕신을 특히 열심히 했죠. 감독님께서 이전부터 액션을 많이 찍어서 노하우가 있어요. 타일도 충격이 흡수되는 걸로 전부 갈았고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어요. 저도 이전부터 액션을 많이 해서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불안요소가 있으면 연기가 잘 안 돼요. 남들 눈에 안 보여도 제가 먼저 보이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상대 배우 동선도 보고 위험하다 싶으면 이야기해주고 그랬어요.

Q. 칠성과 소지섭의 닮은 점이 있다면.

옛날 건달들이 의리가 있다고 하는데 전 의리가 있는 것 같아요. 굳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도 같아요. 하지만 저는 남들 앞에 나서는 걸 안 좋아해요. 싸우는 것도 정말 싫어해요(웃음).

Q. 류승완 감독과 실제 작업을 해보니 어떤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어요. 어떻게 영화를 만드는지 궁금했는데 같이 해보니까 정말 ‘영화에 미친 사람’이에요. 너무 사랑해서 미치는 거 있잖아요. 저에게 고민도 조금씩 던져주고 배우로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돼요. 더 열심히 하게 되고.

Q. 류승완 감독 작품 중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 있나.

다 봤는데 특히 ‘부당거래’를 재미있게 봤어요. 저는 뭔가를 기억할 때 흐름보다는 느낌으로 기억해요. 어떤 내용이 좋았다고 하는 것보다 그냥 처음에 느낌이 좋으면 끝까지 좋아요. 사람에겐 안 그래요. 예전에는 한 번 믿으면 끝까지 갔는데 뒤통수, 앞통수, 옆통수 다 맞아서 이제 신뢰를 쌓는 기간을 꼭 둬요.

   
 

Q. 평소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점이 있나.

그때 제 감정이 가장 중요해요. 제 기준에 재미있으면 좋겠고요. 드라마는 보는 사람이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느낌의 작품을 했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조금 달라요. 영화는 주연이 아니고 작은 역이라도 상관없어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항상 열려있어요.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Q. 말년 역의 이정현과 붙는 신이 많다. 둘의 체격 차이가 눈길을 끈다.

연기 같이 하면 절대 작게 안보여요. 연기할 땐 워낙 강단이 있어서 크게 보여요. 처음 배 장면에서 말년의 캐릭터가 한 번에 보여서 좋았어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어떡해요~’라고 하다가 촬영만 들어가면 망설임이 없어요(웃음). 개인적으로 아쉬운 건 주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게 별로 없어요. 네 명이 함께 치고받는 연기를 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Q.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셨으며 하나.

사실 군함도에 관해서 잘 몰랐어요. 지금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솔직히 긴장돼요.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상업성도 포기하지 않고 함께 가야하는데 인터뷰할 때도 조심스럽고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 지도 궁금해요. 영화를 재미있게 봐주시고 군함도에 관해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Q. 영화 이후 드라마 출연도 염두에 두고 있나.

영화와 드라마 모두 다양하게 받고 있어요. 내년에는 드라마를 할 거 같아요.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는 사람들은 분명 둘을 해야 할 이유가 있어요. 자신만을 위한 것도 아니고 후배나 여러 다른 상황들 때문이기도 해요. 좋은 드라마를 많이 만들어 수출해야 다양한 여건이 마련이 되는 것 같아요. 능력이 조금 있을 때 드라마도 열심히 찍고 영화도 열심히 찍어야죠. 좋은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져서 이끌어주고 싶어요. 어떻게 내려오는 지도 중요한 것 같아요.

Q. 내려오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배우로서 가치관이 궁금하다.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피프티원케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