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①] 송중기 “‘군함도’를 바라보는 감정, 통쾌함에서 측은지심으로”
[인터뷰 ①] 송중기 “‘군함도’를 바라보는 감정, 통쾌함에서 측은지심으로”
  • 승인 2017.07.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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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으로 1300만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 ‘군함도’가 공개됐다. 2017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그린 22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라는 점과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의 배우의 합류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모두에게 그러하겠지만 특히 송중기에게 ‘군함도’는 특별하다. 군 시절부터 그토록 바라던 스크린 복귀작이자, 최고 히트작인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통해 인연을 맺은 송혜교와 결혼 발표 직후 공개되는 차기작이다. 그를 향해 쏠리는 대중의 시선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송중기는 의외로 혹은 예상대로 침착했다.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눈빛은 성숙하다. 실제로 만난 송중기는 외모는 동안이지만 풍기는 이미지는 그보다 단단했다. 이는 ‘군함도’에서 그가 연기한 강직하면서도 그 속에 따뜻함을 지닌 박무영과도 닮아있다. 배우로서는 다소 이르다는 느낌을 주는 시기에 결혼을 결심한 것도 그의 확고한 눈빛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인터뷰 도중 그는 ‘끼리끼리 논다’라는 말을 믿는다고 했다. 차태현, 이광수, 박보검 등 그의 주변에는 인간성 좋기로 소문난 선후배 동료 배우들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할 때 송중기는 한층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이는 그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끌어당기나 보다.

Q.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다. 천만영화에 대한 부담감도 있겠다.

영수증을 끊은 게 아니라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손익분기점이 관객수 700만정도 라고 들었어요. 엄청난 수치죠.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을 어마어마한 수치라서 몇 만 이상을 기대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요. 솔직히 무서워요. 일단 어떤 작품을 참여할 때나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면 하는 바람은 무조건 있죠. 흥행은 열어봐야 알 것 같아요.

Q. ‘군함도’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와 촬영을 마치면서 달라진 점이 있나.

처음 시나리오 받았을 때는 일단 영화의 전체적인 포커스가 탈출이 테마라서 속이 시원한 부분이 있었어요. 류승완 감독님 특유의 통쾌함이 있다고 느꼈어요. 촬영에 들어가면서 반복해서 시나리오를 읽다보니 서글픈 부분이 많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졌어요. 촬영을 마치고 난 후 감히 제가 판단했을 때 시나리오보다 훨씬 잘 나온 것 같아요. 일단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 신선했어요. 한국 사람들에게는 한이 될 만한 실제 사실이고, 묵직한 소재 위에 영화적인 장치를 넣어 버무리니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 점이 가장 신선했어요. 실제 있었던 일을 소재로 파생되는 것들은 어마어마했죠.

Q. 박무영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점으로 둔 것이 무엇인가.

모든 캐릭터를 통틀어서 박무영 캐릭터가 가장 입체적이지 않아요. 부연설명도 없고 뒤늦게 투입돼서 고민은 하나였어요. 누구하나 욕심 부리면 밸런스가 무너지는 거라서 저도 자연스럽게 줄거리가 연결되는데 일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자연스럽게 녹아들려고 했고 캐릭터의 측면에서 본다면 마음의 변화가 생기는 계기를 소희라는 아이를 매개로 삼았어요. 그리고 박무영은 군인이고 애국심과 충성심이 있는 인물이에요. 하지만 나중에는 본능적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겠다고 생각해요. 이는 애국심을 넘어선 본능이죠. 그래서 촬영하면서 측은지심이라는 단어를 많이 생각했어요. 제가 실제 그런 상황이었다면 같은 행동을 했을 거예요. 다른 캐릭터의 경우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모두 이해가 돼요.

   
 

Q. ‘군함도’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박무영을 제외하고 매력적이라고 느낀 인물이 있나.

다른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봤을 때 황정민 선배의 이강옥 캐릭터가 매력적이에요. 저는 아직 아이가 없어서 감히 판단할 수 없고 느껴볼 수도 없는 감정이지만 보면서 되게 뭉클했어요. 딸을 지켜야 하니까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거잖아요. 그에겐 그것 밖에 없어요. 그렇게 환경에 순응하는 게 인간적으로 다가왔어요. 웃어도 웃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영화에는 폭파신도 있고 총격 액션과 같이 거창한 장면이 많지만 저는 강옥 부녀 신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감정적으로 와 닿는 게 많아서 배우로서도 연기하기에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이강옥은 많이 망가지는 캐릭터인데 송중기에게 그런 이미지는 없다.

없지 않아요. ‘티끌모아 로맨스’에서 그런 풀어진 연기를 하고 싶어 선택했는데 아쉽게도 다들 기억을 못하시는 것 같아요. 저에겐 당당한 작품이니 봐주세요(웃음). 최근작인 ‘태양의 후예’, ‘군함도’에서 포멀한 캐릭터를 소화했고 ‘태양의 후예’가 워낙 큰 사랑을 받아서 대중들의 인식에 그렇게 각인됐죠. 그래서 오히려 막 놀 수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은데 아직 할 게 많으니 기회를 찾고 있죠.

Q. ‘태양의 후예’, ‘군함도’에서 연기한 인물이 모두 군인이다. 제대 후 군인 역할에 자신감이 생긴 건가.

자신감도 있었겠지만 그냥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느껴진 것 같아요. 군대를 다녀오기 전에 ‘태양의 후예’가 들어왔다면 내가 할 수 있었을까 생각은 해봤어요. 평소 작품을 고를 때 장고를 두는 편이 아닌데 만약 입대 전에 작품이 들어왔다면 오래 고민했을 거예요. 배우가 모든 걸 경험하고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대한민국에서 군대는 예민한 문제라 쉽게는 못했을 거예요. 저는 당당히 군대에 다녀왔고 군 생활도 평범하게 잘 하고 그 안에서 부대끼며 살았어요. 그러면서 나름 느낀 것들이 있기 때문에 군인이라는 직업이 친숙하게 다가온 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태양의 후예’는 흔치 않은 군인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에 사랑이야기까지 너무나 재미있어서 선택했어요. ‘군함도’ 역시 거부감 없이 선택할 수 있었고요.

Q. ‘군함도’에 보면 조선인들이 다 같이 촛불을 드는 장면이 있다. 자연스럽게 촛불 집회가 떠오른다.

촛불 장면은 촬영 막바지였어요. 당시 주말마다 광장에는 집회가 있었고 2회차 촬영 중 하루는 같은 날이었을 거예요. 그러니 저희도 마음가짐이 좀 달랐죠. 예고편에도 그 장면이 나왔는데 많은 분들이 그때를 떠올리시는 것 같아요. 예고편을 볼 때는 전후 내용을 모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컷만 보고 뭉클함을 느낀다는 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

   
 

Q. 류승완 감독과 첫 작품이다. 실제로 함께 작업하니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은 없었나.

요즘은 일반 관객분들도 영화를 선택할 때 감독이 고려대상이잖아요. 관객의 수준이 너무나 높이 올라왔죠. 그런 입장에서 봤을 때 류승완 감독님의 상징적인 부분은 액션인 것 같아요. 뵙기 전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고, 역시나 액션에 일가견이 있어서 너무나 멋진 장면들이 탄생했어요. 그리고 작품에는 연출자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반영되기 마련인데 ‘군함도’도 마찬가지예요. 강옥 부녀의 스토리를 보면 감독님이 실제 세 아이의 아버지라서 제가 알지 못하는 깊이가 있어요. 액션만 잘하시는 게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잘 다루시는 걸 보고 놀랐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연기도 하시는 분이라 배우의 입장을 잘 이해해 주셔서 작업하기도 편했어요. 배운 것도 많고요.

Q. ‘군함도’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소희(김수안 분)가 일본 장교와 군함도 소장과의 술자리에 기모노를 입고 가는 장면이 있어요. 그 어린아이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얼마나 놀랐겠어요. 그곳에서 소희가 흘러나오는 노래가 자신이 부른 거라며 춤추고 청소하고 뭐든 할 수 있다고 하는 장면에서 많이 울컥했어요. 소희가 나오는 장면은 다 짠했어요. 제 주변 지인들 중에도 딸을 가진 아버지가 굉장히 많아요. VIP시사회 때 수안이가 연기한 장면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줬어요.

Q. 아역임에도 김수안의 연기가 돋보인다. 현장에선 어땠나.

수안이가 현재 같은 회사라서 많이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웃음). 너무 예쁘잖아요. 수안이가 앞으로 잘 컸으면 하는 바람이 진심으로 들어요. 이쪽 일을 하다보면 너무나 예쁜 아역들이 많은데 안타까운 친구들도 많아요. 워낙 일찍 일을 시작해서 때가 묻은 친구도 능구렁이 같은 친구도 있죠. 그런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안타까운 거죠. 그런데 수안이는 그냥 그 또래 아이들과 다를 게 없어요. 그러면서 연기할 때는 너무나 잘 소화하고요. 촬영장에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져요. 잘 컸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