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풀버전- 군함도] 류승완 감독이 그려낸 지옥도 탈출기…류승완 감독이라 남는 아쉬움 (리뷰)
[영화 풀버전- 군함도] 류승완 감독이 그려낸 지옥도 탈출기…류승완 감독이라 남는 아쉬움 (리뷰)
  • 승인 2017.07.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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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이강옥 역), 소지섭(최칠성 역), 송중기(박무영 역), 이정현(말년 역), 김수안(이소희 역)

제작: 외유내강

공동 제작: 필름케이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개봉: 2017년 7월 26일

크랭크 인: 2016년 6월 17일

크랭크 업: 2016년 12월 20일 (115회차)

장르: 액션, 드라마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 줄거리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 분)과 그의 하나뿐인 딸 ‘소희’(김수안 분). 그리고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분),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분) 등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군함도로 향한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탄 배가 도착한 곳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해 노동자로 착취하고 있던 ‘지옥섬’ 군함도였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조선인들이 해저 1,000 미터 깊이의 막장 속에서 매일 가스 폭발의 위험을 감수하며 노역해야 하는 군함도. 강옥은 어떻게 하든 일본인 관리의 비위를 맞춰 딸 소희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온갖 수를 다하고, 칠성과 말년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한편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자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무영’(송중기 분)은 독립운동의 주요인사 구출 작전을 지시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일본 전역에 미국의 폭격이 시작되고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본은 군함도에서 조선인에게 저지른 모든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갱도에 가둔 채 폭파하려고 한다. 이를 눈치 챈 무영은, 강옥, 칠성, 말년을 비롯한 조선인 모두와 군함도를 빠져나가기로 결심하는데….

지옥섬 군함도, 조선인들의 목숨을 건 탈출이 시작된다.

■ 메인 예고편

■ 감독&주연배우

“단지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강렬한 영화적 체험이 되기를 바란다.”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 특권계층의 부패를 날카로운 시각으로 담아낸 ‘부당거래’로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으며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하고 ‘베를린’으로 716만 관객을 동원, 한국 첩보액션영화의 흥행 신기록을 세운 바 있는 류승완 감독. 2015년,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와 유쾌하고 짜릿한 재미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영화 ‘베테랑’으로 1,341만 관객을 동원하며 명실상부 천만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류승완 감독이 2017년 여름, 첫 역사적 실화 소재의 영화인 ‘군함도’로 돌아온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을 당했던 군함도의 숨겨진 역사를 모티브로 새롭게 재창조한 작품. “함부로 다룰 수 없는 소재이고, 실제 역사적 사실이 존재한다. 혹시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부담도 있었다. 오로지 잘 만들어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는 류승완 감독은 철저한 자료 조사와 고증에 기반을 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조선인들의 군함도 탈출이라는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전에 없던 스케일, 묵직한 스토리를 완성시켰다.

   
 

“우리가 숨통 조이는 느낌을 겪어보지 않는 이상 어떻게 알겠는가. ‘군함도’를 통해 조금이라도 그것을 알 수 있었으면 한다.”

‘검사외전’(970만), ‘히말라야’(770만), ‘베테랑’(1,340만), ‘국제시장’(1,425만)까지 장르 불문 매 작품마다 대체 불가한 연기력과 흡입력으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황정민이 ‘군함도’에서 딸과 함께 군함도로 오게 된 ‘이강옥’ 역을 맡았다. ‘이강옥’은 상황과 상대에 맞춰 발 빠르게 변화를 모색하며 자신만의 방식과 생존력으로 군함도에 적응하지만 딸을 지키고 싶은 마음만은 누구보다 강한 인물. 자신과 딸을 위해 치열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시대적 상황에 놓인 ‘이강옥’ 역을 통해 황정민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모습과 함께 공감을 자아내는 부성애 연기를 보여준다. ‘부당거래’, ‘베테랑’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춘 류승완 감독이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촬영을 끝까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큰 힘이 되어 주었다”고 전할 정도로 ‘군함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해냈다.

■ 기자의 눈

2017년 최고 기대작인 ‘군함도’가 베일을 벗었다. ‘베테랑’으로 관객수 1300만을 돌파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자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호화로운 캐스팅으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던 ‘군함도’는 개봉이 다가올수록 더욱 큰 화제들을 몰고 다녔다.

‘군함도’는 1945년 일제강점기 영문도 모른 채 군함도에 노동자로 강제 징용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의 강제징용 사실은 일본이 감추고 싶어 하는 역사다. 류승완 감독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군함도를 벗어나려는 조선인들의 탈출기를 그려냈다.

영화는 군함도에 끌려온 다양한 인물을 조명한다.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 분)은 딸 소희(김수안 분)와 함께 일본을 보내준다는 말에 속아 악단원들과 군함도로 끌려간다.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분), 일제 치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등 각자의 사연을 품은 인물들은 군함도에 도착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영화는 처참했던 1945년 군함도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조선인의 삶은 제국주의 앞에서 철저히 유린당하고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좁은 탄광을 기어가는 어린 소년들의 모습부터 성노리개로 전락한 여성들까지 영화 초반부는 불과 수십 년 전에 벌어졌던 잊어선 안 되는 비극의 현장에 집중한다.

   
 

초반 이후부터 ‘군함도’는 일제강점기를 다루는 영화들에서 흔히 보이는 ‘국뽕’의 냄새를 최대한 지운다. 영화는 조선과 일본,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간 군상이 빚어내는 갈등과 화합을 그려낸다.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과거사의 문제점을 우리에게 돌리는 시각 역시 전형을 벗어나는 지점이다.

강옥은 국가보다 본인의 안위를 중요시 하는 인물이다. 강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권력에 빌붙는다. 그에게 애국심은 거추장스러운 가치일 뿐이다. 칠성 역시 의협심과는 거리가 멀다. 탄광에서 같은 조선인에게 채찍질하며 권력을 휘두르는 노무계원 종구(김민재 분)에게 불만을 품고 맞서지만 그 역시 노무계원이 되면서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말년은 조선과 일본 모두의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다. 말년은 자신을 속이고 팔아넘긴 이들이 모두 조선인이라며 비난한다. 오직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기 위해 군함도에 잠입한 광복군 소속 박무영(송중기 분)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본격적인 영화적 재미는 이러한 평범한 사람들이 대규모의 탈출극을 벌이면서 가속화된다.  촬영만 한 달 반 동안 진행된 탈출신은 배우들의 열연과 완벽하게 구현된 군함도 세트의 스펙터클이 어우러지며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역사, 화려한 볼거리와 배우들의 열연, 모든 것이 갖춰졌지만 류승완 감독 특유의 맛은 떨어진다. 다른 감독이 아닌 류승완 감독이기에 기대하는 재기발랄하고 통쾌한 한 방이 ‘군함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다양한 군상을 포진시킨 탓에 인물 서사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 점과 중간 중간 의도가 보이는 감동 코드 역시 아쉬운 점이다. 이는 분명 류승완 감독을 향한 무한 신뢰와 높아진 기대감으로 인한 아쉬움이지 알아야 할 역사, 주목해야 할 영화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