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비밀의 숲’ 신혜선 “‘윤과장’ 이규형, 범인 모르는 척 하던 연기력에 소름 돋아”
[인터뷰①] ‘비밀의 숲’ 신혜선 “‘윤과장’ 이규형, 범인 모르는 척 하던 연기력에 소름 돋아”
  • 승인 2017.07.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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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tvN ‘비밀의 숲’에서는 충격적인 죽음이 그려졌다. 바로 ‘영은수 검사’ 신혜선의 죽음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죽음에 시청자들의 충격은 컸다. 넘치는 일 욕심에 때로는 얄미워 보이기도 했지만, 오명을 쓴 아버지의 명예 회복을 위한 진심 하나로 달려오던 ‘영 검사’였기에 안타까움은 배가됐다.

쉴틈 없이 달려왔던 14회 동안 ‘영 검사’로 분했던 배우 신혜선의 몰입도 높은 감정 연기 역시 영은수의 죽음을 아쉽게 만드는 이유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신혜선은 오히려 은수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은수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죠. 사실 드라마 끝까지 같이 나오면 그것도 좋았겠지만 중간에 죽는다고 아쉽진 않았어요. 드라마 스토리 상 은수의 죽음이 한 번 더 반전의 키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막 아쉽고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신혜선은 “은수의 죽음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처음부터 알고 시작했었다”고 답했다. 안타까운 끝을 알고 시작했던 만큼 은수에 대한 애잔함도 클 수 밖에 없었다.

“은수 같은 경우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긴 하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은수를 이해해야 됐었죠. 짠한 캐릭터인 것 같아요. 비호감이나 민폐를 끼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이기적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짠했어요. 그게 다 은수 입장에서는 절실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거니까요. 한참 예쁠 나이, 좋을 나이에 인생의 모든 즐거움을 배제시켜버리고 한 길만 보고 갔었는데 그런 인생을 살다가 목숨까지 잃어버리니까 너무 안타까웠죠.”

이어 신혜선은 은수의 죽음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사전 제작이었던 탓에 꽤나 오래 지난 이야기지만, 은수의 사망 당시를 떠올리던 신혜선의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면 되는거라 어려운 점은 없었는데, 현장이 숙연해지긴 했었어요. 죽어있는 장면을 촬영하는게 막바지다보니 저 뿐만 아니라 스태프 분들도 몰입을 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신혜선’으로서의 저보다 ‘영은수’로서의 저를 더 많이 보셨으니까 은수와 제가 동일시 되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감독님께서도 전부터 ‘은수 죽는 신은 최대한 뒤로 미루자’고 하셨을 정도로 마음 아파 하셨고, 스태프 분들도 진심으로 가슴 아파 해주셨어요. 그래서 분위기가 굉장히 숙연했었고, 저도 가슴이 아팠었죠. 다들 은수에 대한 애착을 많이 가져주셨구나 싶고, 은수가 더 불쌍하게 느껴졌었죠.”

이어 신혜선은 “은수가 죽은 후 하나밖에 없던 딸을 잃은 아버지 영일재(이호재 분)와 어머니(남기애 분)는 어떤 삶을 살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 멈칫 하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요. 은수의 장례식 장면을 촬영할 때도 은수의 엄마 역할을 하셨던 남기애 선생님께서 너무 슬퍼서 굉장히 힘들어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슬픔일 것 같아요.”

   
 

극 중에서 영은수와 황시목은 다소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을 소화하기도 했었다. 때문에 영은수의 죽음이 황시목으로 하여금 변화를 일으키는 지점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채 질문이 끝나기도 전 신혜선은 “두 사람은 연애 감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드라마 상에서도 그런 감정이 확실하게 들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들 궁금해 하시고 묘한 느낌을 받으시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은수 입장에서 보면 아빠가 불명예스럽게 내려왔던 직장에 다시 들어가서 원수같은 놈들이랑 같이 일을 하고 있고, ‘우리 아빠의 명예를 회복 시킬거야’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거잖아요. 그런데 나는 힘이 없는 초짜 검사고, 늑대 같은 사람들 옆에 그나마 믿음직스러운 선배가 있다보니 ‘어쩌면 기댈 수 있을지도 몰라. 힘이 되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라고 생각하면서 의지하고 싶기도 한 마음이 들었을 순 있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연애감정은 아니지만 시목에게 은수는 단지 신임 검사였고, 용의자들 중 한 명일 뿐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은수는 이창준을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 길에 황시목을 데리고 가고 싶고, 내 편으로 만들고 싶고, 용의자라는 의심을 지우고 싶고 그랬던 것 같아요.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있으니가 좋아하는게 아니냐 하는 시점도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상황만 놓고 봤을 땐 혹시나 은수가 시목을 좋아한다 치더라도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을거에요. 은수는 연애감정을 느낄 정도의 여유가 없는 애에요. 내가 가는 길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치근덕 댔던 거지 연애 감정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신혜선과 가장 많이 함께했던 황시목 역의 조승우와의 호흡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의지가 많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이 촬영을 많이 하다 보니까 가장 큰 기둥으로서 방향, 틀도 잘 끌고 가주셨고요. 저는 옆에서 약간 숟가락 얹듯이 같이 갔었어요.(웃음) 선배님과 같은 장면 찍을 때는 혹시 내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선배님이 있으니까 하는 느낌도 있고. 아니나 다를까 너무 잘 이끌어 주시니까 의지가 많이 됐던 것 같아요.”

   
 

신혜선은 앞선 두 사건의 범인이자 영은수 살인의 강력한 용의자인 ‘윤과장’ 이규형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범인이 윤 과장님이라는 거 전혀 몰랐어요.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배우 분들이 몰랐었죠. 저는 윤 과장님의 문신이 나오는 그 대본이 나왔을 때 처음 알았었어요. 윤과장님 본인은 알고 계셨테지만 정말 범인을 모르는 사람처럼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그 연기력에 소름이 돋았어요.(웃음)”

이어 신혜선은 “처음에는 저도 제가 범인인가 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신혜선이 의심했던 범인은 이창준(유재명 분)이었다고도 덧붙였다.

끊임없는 복선과 반전이 넘나드는 드라마 ‘비밀의 숲’.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매 회가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의 연속이지만 연기를 해야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다소 까다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비밀의 숲’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연기하기 까다로운 점) 그런 것들 때문에 선택했어요. 머리도 아프고 그렇지만 그런 게 또 매력인 것 같아서요. ‘무조건 하고 싶다’고 했었죠. 대본도 재미있었고 캐릭터도 재미있었고요.”

영은수의 죽음까지 모두 그려진 지금, 신혜선이 스스로 매겨보는 ‘영은수 역’에 대한 점수는 몇 점일까.

“은수는 지금까지 제가 했던 역할들 중에 가장 감정 폭이 컸던 아이였어요.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제가 해 왔던 역할들은 각자 나름의 고민은 있었지만 행복한 아이들이었던 반면 은수는 행복하지 않은 아이였기 때문에 그동안 제가 느껴보지 못했던, 연기해보지 못했던 다크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었죠. 그런 점들이 제 연기에 있어서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 연기에 대한 점수라기 보다는 은수를 너무 사랑하고, 애착이 많이 가니까 그냥 80점을 주고 싶어요.(웃음)”

   
 

신혜선은 촬영이 끝난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은수에 대한 애착이 가득 남아있는 듯 했다.

“모두 벗어난 줄 알았는데 방송을 다시 보니까 또 다시 애착이 생기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시청자 입장으로 보고 있어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 가졌던 애착과 시청자로서 생기는 애착이 플러스돼서 더 애착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캐릭터에 대해서도 여운이 남아있는 편이에요. 원래 작품을 끝내고 나면 잘 빠져나오는 편이긴 한데, 은수는 조금 더 애착이 가긴 해요. 은수의 엔딩은 해피엔딩이 아니잖아요. 행복하지 않은 인생 때문에 짠해서 그런지 아픈 손가락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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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인사이드 홍혜민 기자/사진=ynk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