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역사, 지금까지 이어진 헬조선 탈출기 (종합)
‘군함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역사, 지금까지 이어진 헬조선 탈출기 (종합)
  • 승인 2017.07.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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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봐야할 영화는 없어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역사는 있다. 올 여름 모두가 기다리던 ‘군함도’가 베일을 벗었다.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배우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김수안이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하시마, 군함 모양을 닮아 군함도라 불림)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날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의 역사를 알린다는 것이 목적 중에 하나였지만 첫 번째는 아니었다. 순수하게 군함도의 이미지를 보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안에서 벌어질법한 이야기가 나를 자극했다”며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군함도는 태평양 전쟁 이후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수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징용당한 곳이다. 일제 강점기, 석탄을 생산할 인구수가 부족하자 일본 정부는 1938년 공표한 국가총동원법을 근거로 한국의 젊은이들을 강제 징용했다.

영화는 제국주의와 일제 억압의 상징인 군함도를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을 가미해 만들었다. 영화는 한국과 일본을 선악이라는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다양한 군상을 묘사한다.

   
 

류승완 감독은 “실제로 군함도 자료를 조사하면서 나쁜 일본인만 있던 것도 좋은 조선인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결국 국적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에게 더욱 포커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런 소재를 다룰 때 너무 쉬운 이분법으로 접근해서 관객을 자극시키는 방식은 오히려 왜곡하기 좋은 모양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실을 두고도 우리 내부를 돌아보면 비판의 화살이 일본뿐만 아니라 당시 우리 외교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 제국주의의 악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다. 전쟁의 과정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약해지고 강해질 수 있는지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당거래’, ‘베테랑’에 이어 류승완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황정민은 딸과 함께 군함도로 오게 된 악단장 이강옥 역을 맡아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황정민은 딸 소희를 연기한 김수안과의 호흡에 관해 “수안과 작업은 워낙 편했다. 똑똑하다. 나도 아이가 있어서 아이와 노는 느낌으로 접근한 게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나는 그릇이 사발만한데 이 사람들을 만나며 항아리가 되었다. 공동작업의 묘미다. 특히 군함도는 그런 느낌이 더 와 닿았다. 모든 스태프와 조연들, 6개월 동안 쏟아 부은 에너지가 영화에 담긴다. 여전히 벅차고 숨이 막힌다”며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와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김수안은 전작 ‘부산행’에서 부녀로 호흡을 맞춘 공유와 황정민을 비교하는 질문에 “정민 아빠는 츤데레 같은 면이 있다. 어쩔 때는 챙겨줬다가 어떨 때는 혼냈다. 좋았다가 싫었다가 했다. 친근했다. 진짜 아빠 같고 기대고 싶었다”며 “공유 아빠는 너무 잘생겼다. 너무 잘생겨서 사실 같지 않았다. 배우 보는 느낌이었다. 실제 우리 아빠는 그렇게 안 생겼다”고 재치있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 역을 맡아 묵직한 카리스마를 선보인 소지섭은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결정했다. 오로지 류승완 감독님만 믿고 결정했다”며 “촬영해 보니 혼자 끌고 가는 것보다 함께 이끌고 가니 좋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멀티캐스팅도 하고 원톱도 하고 다양하게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송혜교와 결혼을 발표해 뜨거운 화제를 모은 송중기는 과거 송혜교가 전범 기업의 광고를 거절한 것에 관해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현재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됐고 과거의 행동을 진심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송중기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이어 ‘군함도’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지닌 군인 역을 맡은 것에 관해 “히어로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드라마를 촬영할 때도 그런 생각은 못했는데 방영할 때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촬영할 때는 내 캐릭터가 슈퍼 히어로라고는 생각 못했다. 단지 처참하고 살벌한 광경을 보며 사람을 구해야겠다는 인간의 본능을 느낀 것 같다. 측은지심이 가장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류승완 감독은 “박무영 역으로 제안했을 때는 ‘태양의 후예’ 촬영할 때다. 당시엔 유시진 대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 당시 송중기 배우의 최근작은 ‘늑대소년’이었다. 송중기가 가지고 있는 이목구비에서 밝은 면이 아닌 어두운 면을 포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류승완 감독은 “직접 만나고 그 생각이 더 커졌다. 일부러 캐릭터를 멋지게 만든 건 아니다. 배우 본인이 가진 기품이 있는 것 같다. 배우가 가진 기본적인 인품과 세계관이 단단한 사람이다. 그런 본인의 매력들이 묻어난 것 같다. 워낙 잘하는 배우라서 유일한 디렉션은 말을 빨리 해달라고 하는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군함도’에서 말년 역을 위해 36.5kg까지 체중을 감량한 것은 물론 총격신을 직접 소화하며 열정을 발휘한 이정현은 “촬영 현장에서 소지섭 선배님은 칠성 그 자체였다. 현장에서 연기에 몰입하기가 너무 좋았다”며 “서로 연기를 맞춰볼 것도 없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연기가 잘 맞았다. 그래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특히 액션을 처음 해보는데 소지섭 선배님이 액션의 주의할 점을 많이 알려줬다. 그리고 항상 안전을 생각해서 다치지 않게 확인해줬다. 매너도 좋다. 함께 해서 영광이다”고 소지섭과의 호흡을 언급했다.

   
 

이정현은 “너무나 좋은 배우들과 감독님의 영화적 스토리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결정했다. 무엇보다 너무나 힘든 촬영이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던 이유가 조단역을 비롯해 모두가 하나가 되어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가 아닌 이강옥, 최칠성, 박무영이 있어서 나도 자연스레 말년이 될 수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끝으로 류승완 감독은 “‘꼭 봐야할 영화’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런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고 싶으면 보는 거다. 하지만 군함도의 역사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역사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군함도의 역사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군함도’는 오는 7월 26일 개봉한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