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리얼’ 김수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사랑하는 작품”…20대 김수현의 모든 것
[SS인터뷰] ‘리얼’ 김수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사랑하는 작품”…20대 김수현의 모든 것
  • 승인 2017.06.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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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접할 때 ‘무슨 소리야’라는 반응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해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저는 ‘리얼’이라는 작품을 굉장히 사랑하고 있고요.”

실패 없이 달려왔다. 드라마 ‘드림하이’,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도둑들’ 등 김수현이 나온 작품은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대 10년을 연기로 가득 채운 김수현은 20대 마지막 작품이자 대표작으로 ‘리얼’을 택했다.

‘리얼’에서 김수현은 1인다역에 마약, 폭력, 섹스 등 파격적인 모든 것을 담았다. 액션을 소화하기 위해 몇 개월 전부터 준비한 것은 물론 복잡한 구조의 시나리오를 두고 감독에게 직접 검사를 받으며 분석하고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배우로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하고 열정을 쏟아 부었지만 공개된 ‘리얼’에는 혹평이 가득했다. 결코 예상치 못했을 반응에 김수현은 다소 당황스러워 보였다. 개봉에 앞선 무대인사에서 김수현은 함께 했던 스태프들의 응원에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고요. 욕심냈던 부분은 캐릭터들이 가진 다양한 매력과 색을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작품들을 할 때는 캐릭터 하나로도 고민이 많은데 이번에는 캐릭터의 개수만큼이나 많은 고민을 했어요. 선택에 있어 가장 크게 다가왔던 건 작품이 가진 매력을 직접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었어요. 그리고 하면서 느낀 점은 가면을 쓰고 하는 연기입니다. 가면을 씀으로써 더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었고 가면 뒤에서 숨어서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도 있었어요.”

   
 

‘리얼’은 기존에 없던 색다른 미장센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양한 상징과 눈을 현혹시키는 화면들로 영화를 가득 채운다. 김수현이 연기한 다수의 장태영은 과거, 현재는 물론 환상까지 뒤섞이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가장 처음에는 무서운 대본을 이겨내는 것부터 시작을 했고요. 그리고 센 장면들, 신이 갖고 있는 힘에 먹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노출신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요. 부담스럽고 겁나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진다고 해도 사실 정답이 정해져 있어서 이겨낼 수 있었어요. 목표는 정해져 있고 표현할 방법을 찾는데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액션, 드라마 어느 하나 쉽지 않았지만 김수현은 열연을 펼쳤다. 여러 캐릭터를 맡은 만큼 그가 가진 연기 스펙트럼을 최대한 넓혔다. 특히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투자자 장태영은 기괴한 목소리와 제스처로 인해 마치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듯한 착각을 준다.

“투자자 장태영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주는 게 목표였어요. 말을 일부러 늘이기도 하고 제스처도 보기 불편한 느낌으로 연습했어요. 우선 투자자 장태영은 선이 고왔으면 했어요. 상처 난 얼굴을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는데 그는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보석 가면을 쓰죠. 그런 취향을 가진 인물의 목소리를 찾아갔어요.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에너지 소모가 컸어요. 카지노 장태영은 항상 명령하듯 말하죠. 덕분에 선배님께 욕도 해봤네요. 그리고 르포 작가 장태영은 굉장한 일중독이었어요. 소극적이지만 일에는 눈을 반짝이는 인물이죠. 각 인물들의 말투나 목소리가 비슷하면 혼선이 왔을 텐데 캐릭터가 가진 색이 달라서 몰입하는 건 수월했어요. 다만 에너지가 두 배로 소모됐죠. 그리고 두 장태영이 주고받는 대사의 호흡이 제가 내뱉었던 대사임에도 나중에 합치면 물려있더라고요. 그래서 초반에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리얼’은 오로지 김수현을 위한 영화다. 전체 분량의 90%를 소화한 김수현은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소진시켰다. 하지만 영화는 김수현과 설리(최진리)의 노출에 이목이 쏠렸다. 배우가 작품을 위해서 한 선택이라고는 하나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두 스타의 결정이기에 다소 갑작스럽다.

“물론 그런 부분에서도 부담이 느껴진 건 사실이고요. 하지만 제가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하고 표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작품에 대해서 회사와 상의할 때 이미 빠져있어서 회사에서도 제 의견을 존중을 해준 게 아닌가 싶어요. 베드신은 한 달 전부터 벌벌 떨고 있었어요. 최대한 아이디어를 내지 않고 콘티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2007년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으로 데뷔해 10년이 흘렀다. 20살 김수현은 30살이 됐다. 20대를 연기에 매진한 김수현은 어느새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스타가 됐다. 성공에 성공을 반복하며 배우 김수현과 평범한 청년 김수현과의 괴리는 커져만 갔다. 그는 진짜 자신의 모습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고, 어쩌면 그 때문에 영화 ‘리얼’에 끌렸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고요. 지금도 만약 10년 뒤를 상상하라고 하면 못해요. 방향에 관해서는 긍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때 배우 김수현과 내면의 김수현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이것 때문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고민도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최근 그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느끼고 있어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좀 더 여유가 생겼어요. 조금 더 진심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30대가 됐다고 느끼죠. 이제 30대가 된지 6개월 됐어요(웃음). 배우 김수현과 내면의 김수현의 거리감이 느껴질 때 모든 것이 무서웠어요. 과거에는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도 잘 안됐어요. 그리고 연기 외에 카메라 앞에서 뭔가를 표현하는 게 너무 겁이 났어요. 지금은 이렇게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생각해보면 이런 문제는 굳이 배우가 아니라도 누구나 갖는 문제이기도 해요. 그런 부분에 위안을 삼고 있죠. 한때 사람들의 배려를 당연하게 느끼거나 인식조차 못할 때도 있었어요. 가장 안 좋은 상태였죠.”

20대 대표작으로 ‘리얼’을 남기고 싶다는 김수현은 입대를 앞두고 있다. 정확한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리얼’이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그에겐 좀 더 여유를 갖고 시작할 30대 배우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짜놓지 못했는데요. 이후의 모습은 타이밍이 좋아서 한 작품 더 찍지 않는 이상 군대를 다녀온 후인데 착실하게 쌓아가고 싶어요. ‘리얼’에서는 남자에게 남자다운 모습을 보였다면 다음에는 여자에게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코브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