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송강호 “비극을 되새기는 것이 아닌 희망의 이야기”…따뜻하게 그려낸 80년 광주 (종합)
‘택시운전사’ 송강호 “비극을 되새기는 것이 아닌 희망의 이야기”…따뜻하게 그려낸 80년 광주 (종합)
  • 승인 2017.06.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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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이 80년대 아픈 광주를 따뜻하게 조명한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과 배우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이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날 만섭 역의 송강호는 ‘택시운전사’의 출연을 처음에 고사했던 것에 관해 “아무래도 너무 아픈 현대사를 다루고 있어서 마음에 부담감이 있었다. 나쁜 부담감은 아니다. 좋은 부담감이지만 큰 역사의 한 부분을 감당하기에 송강호라는 배우의 자질이 맞을지 두려움이 있었다”라며 “‘변호인’도 마찬가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가 마음속에서 점점 커졌다. 힘들겠지만 이 뜨거움과 열망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강호는 “80년대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예술작품이 많이 있다. 우리 영화가 그런 작품과 어떤 차별점과 시선이 있는지 생각해봤을 때 기본적인 인간의 상식과 도리에 대한 영화다”며 “택시기사라서 직업 윤리적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건 인간의 도리다. 이러한 인간적 도리가 상실돼서 아픔이 발생한 거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유해진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것에 관해 “20년이 넘은 관계인데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유해진은 “많은 분들이 처음이라고 하면 의아해 한다. 너무 입에 바른 소리인 것 같지만 많은 분들이 송강호 선배와 하길 원하는데 나 역시 그랬다. 예전에 ‘의형제’ 때 양수리 세트장에 직접 간 적이 있다. 정말 연기가 보고 싶었다. 동시녹음하는 분 뒤에서 훔쳐보곤 했다. 이번에 함께 해서 영광이다. 많을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날 장훈 감독은 “가장 하고 싶었던 1순위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행운이다”며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만섭 역으로 송강호 선배님을 생각했다. 관객이 만섭의 심리적인 경험을 끝까지 따라와야 한다. 많은 것이 요구되는데 떠오르는 배우는 송강호 선배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장훈 감독은 “유해진 선배는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이자 팬이다.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황기사 역은 광주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어려운 일을 겪는 광주 시민이지만 외지 사람을 다독이고 격려하는 모습이 멋진 캐릭터라 생각했다. 푸근한 인간미가 있는 유해진 선배가 하면 너무 좋겠다 생각했다”며 “너무 기뻤다. 송강호 선배와 유해진 선배를 한 모니터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감독은 “류준열 씨는 이미지가 캐릭터와 너무 잘 맞을 것 같았다. 만나보니 배우의 태도가 너무 좋았다. 대화도 잘 되고 건강했다. 잘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훈 감독은 극 중 독일 기자 피터 역을 소화한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 캐스팅에 관해 “하신다고 했을 때 굉장히 놀랐다. ‘피아니스트’를 인상 깊게 봤다. 극 중 피터는 독일 외신기자지만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 독일배우가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토마스 크레취만과 하고 싶었다”며 “독일 측 에이전시에 연락했을 때 아마 안할 거라는 답을 받았다. 일단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배우가 하겠다고 했다. 설득하기 위해 독일 집에 찾아갔는데 먼저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표현해줘서 설득하러 갔다가 저녁식사 대접받았다. 처음부터 기분 좋게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영화 속 배경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해 “당시 중학생이었다. 라디오로 비극적인 소식을 들었다. 언론이 통제되어 한동안은 국가에서 교육시키는 데로 이 비극의 본질을 잘못 알고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송강호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본질을 알게 됐다. 지금은 안타깝게 돌아가셨지만 피터 기자분의 용기와 진실에 대한 열정을 알게 되며 숭고한 마음을 갖게 됐다”며 생각을 밝혔다.

유해진은 “초등학생이었다. 당시에는 큰일이었는지 몰랐다. 세월이 가면서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번 작품을 해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류준열은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전혀 몰랐던 사건은 아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더 가까이 알게 됐다. 소시민의 시선으로 사건을 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연달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선택한 것에 관해 “의식적으로 선택한 건 아닌데 돌아보니 그런 작품이 많은 것 같다”며 “우리가 모르는 지점들, 혹은 알고는 있지만 예술작품으로 승화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걸 만들어 간다는 것이 배우로서 선택하게 된 큰 지점이 된 것 같다. 일반 현대물이 그렇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많이 하게 된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는 나름 밝은 지점이 있다.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거다. 이 영화를 통해 비극을 되새기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는 거다. 포스터에 드러나는 환한 미소가 영화의 지향점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택시운전사‘는 오는 8월 개봉한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