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철원 민통선 조동환 할아버지 “99세 청춘인데 운전면허증 갱신 해줄지…”
‘인간극장’ 철원 민통선 조동환 할아버지 “99세 청춘인데 운전면허증 갱신 해줄지…”
  • 승인 2017.06.2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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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철원 민통선 99세 청년 조동환 할아버지 / KBS 1TV ‘인간극장-99세 동환 씨, 한 백 년 살다보니’

20일 오전 KBS 1TV 휴먼다큐 미니시리즈 ‘인간극장-99세 동환 씨, 한 백 년 살다보니’ 5부작 그 두 번째 이야기가 방송된다.

이번주 ‘인간극장’ 주인공은 강원도 철원 민통선에서 아직도 트럭을 몰며 농사를 짓는 ‘99세 청춘’ 조동환(99) 할아버지를 조명한다.

# 거침없이 99세

모두가 잠든 강원도 철원의 아침, 도로를 달리는 파란 트럭이 있다. 파란 트럭의 주인은 올해로 99살인 조동환 할아버지다. 농사일을 위해 65세 다소 늦은 나이에 운전면허를 땄다. 그에게 있어서 파란트럭은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가게 해줄 수 있는 튼튼한 두 발과도 같은 존재이다.

트럭을 타고 할아버지가 매일 가는 곳은 할아버지의 일터인 밭. 민통선, 즉 민간인 통제지역 안 6600제곱미터(2000평)이 넘는 산과 밭을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홀로 일구어왔다. 무거운 물통도 혼자 번쩍 번쩍 들고, 고구마, 감자, 옥수수, 고추, 들깨 등 다양한 작물을 농사지어 지난해에는 약 600만원의 수입을 올리기까지 했다.

99세라는 나이에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는 할아버지는 고된 농사일에 몸이 힘들 법도 하지만, 아직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단 한 가지 걱정스러운 일은, 곧 운전면허증 갱신을 해야 하는데, 100세가 되면 운전면허증 갱신을 안 해줄까봐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 내 사랑 내 곁에

1919년 생. 99년의 세월을 살아내는 동안 조동환 할아버지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자녀 일곱 명을 낳아준 첫 번째 부인이 병환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다시 만난 두 번째 부인도 행복해질만할 즈음 서둘러 그의 곁을 떠나갔다.

첫 번째 부인을 대신해 자녀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강한 생활력으로 집안을 안정시켜 준 고마운 사람이 떠나니, 할아버지는 크게 낙담했다. 모질게도 큰 아들 부부 마저도 부모를 앞질러 갔고, 형제들도 하나 둘 먼저 저 세상으로 갔다.

그 아픔과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할아버지는 일터인 밭 근처에 산소를 만들었다. 밭일이 끝나면 어김없이 산소에 올라 잡풀도 뽑고 살아생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집에 돌아온다.

소중한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그 곳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곳이라고 말하는 99세의 동환 할아버지. 세월이 깊어갈수록 그리움도 깊어간다.

   
▲ 강원도 철원 민통선 99세 청년 조동환 할아버지 / KBS 1TV ‘인간극장-99세 동환 씨, 한 백 년 살다보니’

# 한 백 년 살아보니

조동환 할아버지는 아들이나 딸이 아닌 장손 조준희(47) 씨 가족과 함께 산다. 어렸을 적,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를 대신해 할아버지가 애지중지 키운 손자다. 준희 씨에게 동환 할아버지는 아버지 같은 존재. 그러기에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손자의 직장은 철원에서 군인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피자 가게. 오전에 나가 밤 열두시나 다 돼서 들어오기 때문에 동환 할아버지는 스스로 밥도 챙겨먹고, 설거지도 하며 바쁜 손자 부부의 일손을 거든다.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나름의 질서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지내고 있다. 고맙게도 형제 자식들도 가까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가 만날 수 있다.

떠나간 사람들, 남은사람들. 살아온 지난날, 살아갈 남은 날. 할아버지의 인생이 빼곡하게 쌓여있는 99년의 세월. 한 백 년 살았어도 아직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99세의 청년, 조동환 할아버지.

20일 방송되는 ‘인간극장-99세 동환 씨, 한 백 년 살다보니’ 2부에서는 조동환 할아버지가 두 아내가 두 아내가 나란히 잠들어 있는 묘를 둘러보고 내려가는 길에 장남 내외의 산소도 들르는 모습이 그려진다.

며칠 뒤, 할아버지가 밭으로 향하는데 근심했던 일이 벌어졌다. 무슨 일일까.

오늘도 파란 트럭을 몰고 당당한 그의 100세 인생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99세 청년’ 조동환 할아버지를 그린 ‘인간극장-99세 동환 씨, 한 백 년 살다보니’ 두 번째 이야기는 KBS 1TV에서 20일 오전 7시 50분 방송된다.

[스타서울TV 김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