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열’ 이준익 감독·이제훈·최희서, 모두가 만들어 낸 발칙하고 뜨거운 수작 (종합)
‘박열’ 이준익 감독·이제훈·최희서, 모두가 만들어 낸 발칙하고 뜨거운 수작 (종합)
  • 승인 2017.06.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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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유쾌하며 묵직한 연출, 이제훈과 최희서의 대체불가 연기, 어느 하나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수작이 탄생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제훈, 최희서가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영화 ‘박열’은 1923년 도쿄, 6천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 최고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후미코’의 믿기 힘든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일본의 제국주의에 발칙하리만큼 당당하게 맞서는 박열과 후미코를 통해 시대극과 독립운동가 캐릭터의 전형을 모두 깨부순다. 대역죄를 짊어지고도 한없이 유쾌한 청년을 통해 영화는 부당한 권력에는 일침을, 모순에 맞서는 이들에게는 응원과 위로를 보낸다.

이날 이준익 감독은 26억원의 제작비로 만든 '박열'에 관해 “소박한 예산으로 영화를 찍는 게 이 영화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실존 인물을 최대한 고증을 거쳐 찍기 위해서는 화려한 볼거리와 과도한 제작비는 의미를 퇴색시킨다. 최소한으로 찍어야 깊숙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박열’에서 이제훈은 일본제국주의에 발칙한 한방을 날리는 박열의사를 연기했다.

이제훈은 “부끄럽지만 박열을 잘 몰랐다. 감독님께 시나리오를 받고 보면서 인물에 깊이 빠지고 탐구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삶과 박열이 처한 상황은 큰 차이가 있을 거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에 지켜지는 평등은 기본적인 거다”라며 “박열은 그가 처한 상황과 시대를 겪으면서 생긴 아픔이 있을 텐데 개인적인 해소에 그치지 않고 조국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희망이 있었을 거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나 역시 연기를 하면 관객들이 공감하길 바라고 의미가 있길 진심으로 바라는데 그런 면에서 감히 말씀드리자면 맞닿아있었던 것 같다. 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이 시대에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던 인물을 통해 돌아보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제훈은 “처음에 제안을 받고 굉장히 설렜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걱정이 컸다. 내가 가진 연기력을 선보이거나 광기 어린 모습을 표출하기 보단 이 영화의 가치를 생각했다. 관객들이 보셨을 때 박열이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는지가 중요했기 때문에 넘치거나 부족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다”며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박열의 동지이자 연인이며 아나키스트인 일본 여성 가네코 후미코를 연기한 최희서는 “가네코 후미코가 아나키즘을 갖게 된 건 굉장히 어렸을 때다. 6살 때 한국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처음으로 일본인들에게 학대받는 조선인을 봤다. 본인도 학대를 받으면서 일본 제국주의에 관해서, 왕을 신성시하는 사회에 조금씩 반항심을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9살 때 상경해 고학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을 때 사상서를 읽으며 자신이 가진 생각이 아나키즘과 맞닿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후미코도 어린 시절부터 조선인처럼 핍박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일본인이라고 박열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역할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최희서는 “시나리오를 읽고 20~30대 배우 중에 누가 박열과 어울릴 것 같냐고 할 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이제훈 씨라고 했다. ‘파수꾼’이나 ‘고지전’에서 볼 수 있던 날카로운 눈빛, 안에 불덩이가 있을 것 같은 눈빛이 뇌리에 박혀있었다. 그래서 이제훈 씨가 완벽할 거라 생각했다”며 이제훈을 언급했다. 최희서는 “유치장에서 재판에 앞서 조건을 말하는 장면이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이제훈씨가 아니면 박열은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며 이제훈을 극찬했다.

최희서는 “처음엔 긴장을 했다. 팬이기도 하고 선배였다. 그리고 나는 주연이 처음이었다. 이제훈씨가 박열을 연기할 땐 카리스마 있지만 다른 때는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시고 좋은 리액션이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보고 태도도 본받고 싶은 선배라고 생각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제훈은 “10년 전에 독립영화를 통해 최희서씨를 본 적 있다. ‘동주’를 보고 이제야 빛을 발하는 구나 생각했다. 이번에 함께 한다는 걸 알고 기대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가네코 후미코라는 역은 최희서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박열’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는 분들이 후미코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 차세대 여배우라고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극찬했다.

   
 

이준익 감독은 ‘박열’ 곳곳에 배치된 해학과 유쾌함에 관해 “일제강점기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다. 이를 그릴 때는 엄숙하고 심각한 패턴이어야 한다는 관습도 있다. 하지만 박열이 가진 세계관에서는 일본의 제국주의는 하찮은 거라는 것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준익 감독은 “이전 영화에서는 독립군의 활약상이나 감정적 호소가 주를 이뤘다면 ‘박열’에서는 훨씬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제국주의의 모순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열이 그 당시 실제로 그랬다. 그 안에는 조선의 해학과 익살이 있어야 현실적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은 “실제 나오는 모든 인물의 고증이 있다. 1차부터 3차까지 내각의 대신들의 이름과 날짜까지 고증했다. 심지어 대사까지 넣었다. 일본의 극우 신문에서도 제공해줬다. 박열과 후미코가 주도적으로 이끈 재판이다. 고증을 통해 일본의 내각까지 전지적 시점으로 볼 수 있는 영화다. 다만 의미를 살리다보면 재미가 떨어질 수 있어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연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열’은 오는 6월 28일 개봉한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