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귓속말’ 이상윤이 편견에 맞서는 법
[SS인터뷰] ‘귓속말’ 이상윤이 편견에 맞서는 법
  • 승인 2017.06.0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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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판사였지만 판사답게 살지 못했습니다. 평생을 기자답게 살아온 인생을 모욕했습니다. 그 대가로 안락한 삶을 살려고까지 했습니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저를 무겁게 벌하셔서 그 누구도 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이시고, 이 재판을 바라보는 수많은 국민들이 정의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희망을 갖게 해주십시오.”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연출 이명우 l 극본 박경수) 이동준의 최후 진술이다. 신창호(강신일 분) 사건 판결부터 어긋나기 시작한 이동준의 인생은 스스로 자처한 경제 사범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한 가족의 비극의 시작, 굵직한 전개의 핵심이었던 사건이 끝이 났다. ‘귓속말’이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이동준의 최후 진술에 담겨 있다.

이동준을 연기한 이상윤은 “최후 진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쨌든 시작도 그거였으니까, 보이는 증거를 외면하면서 시작된 거고 앞으로는 그러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라 연문을 닫는 느낌이었다. 꼭 있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몇 달 여를 여기저기서 공격받는 이동준으로 살아온 이상윤. 종영소감을 묻자 “마음이 편해졌다 심적으로 힘들었다. 힘든 상황을 연기하니 저까지 힘이 들었다. 계속 궁지에 몰렸는데 더 몰리고 몰려서 또 뒤통수 맞고 그걸 끝없이 나락으로 가니까 그게 대본을 볼 때랑은 다르게 상황에 빠져서 연기하니 힘들더라. 세트가 유리였는데 블라인드가 열리면 옆에서 날 봤다. 숨이 막혔다. 촬영 첫날 초반에 날 두고 한 마디씩 하는 장면이었는데 다 끝나고 나갈 때 휘청거릴 정도였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극중 이동준이 처하게 될 상황, 고난 등은 예상했지만 이상윤의 상상이상이었다. 신영주(이보영 분)을 비롯해 강정일(권율 분) 그리고 권력 욕심에 빠진 아버지 이호범(김창완 분) 역시 이동준을 몰아 세웠다. 예상보다 빨랐던 전개는 곧 이상윤에게 연타가 돼 날아갔다.

이상윤은 “잠깐 멘붕이 왔는데 보영 누나가 힘내라고 했다. 아침에 촬영하는데 표정이 안 좋았나보다. 그 뒤로 대본이 숨통 틔었다. 7~8부, 9~10부 쯤 이었던 거 같다. 반격한다고 마음먹어도 다시 눌리고 지속되니까 반복되는 상황들에 많이 힘들었다. 정신을 차릴 만하면 다음 상황이 이어졌으니까. 데미지를 안 받는 척 연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단단하게 아닌 척 해야 대등한 관계가 유지 됐을까? 뭐가 답이었는지 모르겠다”라고 설명했다.

   
 

박경수 작가 작품의 특징이라면 등장 인물들의 계속되는 ‘뒤통수’, 반전, 네 편도 내 편도 없는 전개다. 손현주, 김래원, 조재현 등 여러 남자 배우들이 박경수 작가의 남자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박경수 작가와 이명우 PD는 이상윤에게 어떤 ‘이동준’을 기대했을까?

작가, PD와 미팅을 떠올린 이상윤은 “제게 진정성 부분을 얘기했다. 시청자들이 동준이를 따라 오지 않으면 이 작품은 망한다고. ‘이 사람에게 이입되고 이 사람이 나일 수도 있겠구나 하게 만들라’고 하셨다. 드라마에서 멋 부리는 것은 최대한 빼고 스타일에는 관심 없고 일만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머리 스타일도 마찬가지였다”라고 전했다.

이상윤의 말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이동준이었기에 일부 시청자들은 ‘남자 주인공이 인상만 쓰다 끝난다’ ‘언짢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상윤은 “계속 인상 써야 하냐 생각을 했다. 그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던데”라고 웃었다. 이어 “내부적인 것은 사건들 중심으로 가다 보니 사건에 따른 감정 위주로 보였다. 후에 선택을 하고 영주랑 관계가 생기면서 그 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신창호와 관계에서 다른 감정이 많이 생겼다. 모든 인물 사이에서 밀어내는 관계이다 보니 그런 상황의 연속으로 느껴졌다. 제가 느끼기에는 사실 다 내 사람은 아닌 사람인데 왜 이러고 있지? 싶었다. 난 아직 이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데 부부로 살자는 사람도 있고, 장인어른도 좋은 감정은 아닌데 이상하게 굴었다. 친아버지는 계산적으로 말하지 않나? 엄마를 제외하고 모두가 적이었다. 그땐 어떤 감정이라기보다 상황이 답답하고 멍해졌다. 그래서 짜증나서 언짢아 보일 수도 있었을 거다. 탈출구도, 한줄기 빛도 보이지 않았다”라고 당시 감정을 전달했다.

‘귓속말’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게 있다면 초반 등장한 이상윤과 이보영의 베드신. 엘리트 판사로 살아온 이동준이 사회에서 만나는 큰 고난이었으리라. 이상윤 역시 베드신에서는 이동준과 같은 심정이었다.

데뷔 후 첫 베드신을 촬영한 이상윤은 “공중파에서 가능한가 싶었다. 꼭 필요한 장면이었는데  수위를 낮추자니 안 되고 충격적인 만큼 표현하려면 방송이 안 될 것 같기도 했다. CG 등 여러 작업을 거쳤다. 전 배만 안 나오게 유지했다. 대본에는 자세한 상황 보다는 ‘눈을 떴는데 어딘지 모르겠다. 소리가 들려 봤는데 낯 뜨거운 장면이 보인다. 영상 속사람이 나다’라고 써  있더라. 겨우 찍었다. 제작진에서는 노출 수위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는데 적당선에서 타협이 됐다. 회의실에서 TV로 그 영상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촬영장에 가니까 화면이 엄청 크더라. 연기자이긴 한데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았다. 다행히 촬영장에서는 나오지 않고 CG로 입혔다. 진짜 동준입장이기도 했고 제 입장이기도 했다. 영상 파기되는 순간 이제 살았다 싶었다”라고 웃었다.

   
 

‘귓속말’은 답답하고 반복되는 전개란 지적이 있었지만 13%로 출발, 17회 최종회에서는 20%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상윤은 “회사 직원들과 얘기를 했는데 수치상으로 봤을 때는 제가 출연한 미니시리즈 중에서는 시청률이 제일 높았다. 하지만 스스로 연기, 캐릭터에서 답답함을 느꼈고, 이런 걸로 봤을 때 만족도가 아주 높지는 않다. 잘하지 못했는데 잘 나오면 미안함 마음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이상윤에게는 항상 엄친아와 지적인 이미지가 따라 붙는다. 이상윤은 ‘라이어 게임’ ‘두 번째 스무살’을 언급하며 “재밌게 했다. 편견에 맞서 이를 깼다는 느낌에 통쾌했다”라고 고백했다.

이상윤은 “지적인 이미지를 깨는 과정인 것 같다. 두드리는 과정”이라며 “이번 작품도 그것 중 하나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큰 공부가 됐다. 또 도전을 하면서 조금씩 나가야 할 것 같다. 지적인 이미지는 장점이다. 전작에서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는 몸이 앞서는 역할도 했다. 그런 모습을 미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