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대립군’ 이정재 “지금의 관객이 공감할 부분 많을 것”
[SS인터뷰] ‘대립군’ 이정재 “지금의 관객이 공감할 부분 많을 것”
  • 승인 2017.06.0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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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이 될 상인가?”

“왕이 되고 싶지 않으십니까?”

영화 ‘관상’에서 왕이 되고자 했던 이정재가 ‘대립군’에서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어린 왕세자에게 왕이 되고 싶지 않느냐 묻는다.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선시대를 그리지만 이정재가 대변하는 민초의 목소리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를 향해있다.

“처음에 참 희한했어요. 조선시대에 이런 일이 있었는가 싶었죠. 아주 작은 역사적 사실을 극대화한 건 있죠. 지금의 관객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읽으면서 그런 걸 느꼈고 기획 자체가 참신해 보여서 하게 됐죠.”

‘대립군’에서 이정재는 돈을 받고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는 대립군의 수장 토우를 연기했다. 토우는 의연한 대처능력과 카리스마로 신망을 받는 인물이다. 영화는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위기 상황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지만 리더의 자질을 갖고 있는 토우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지만 두려움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어린 광해를 조명한다.

“정치적인 문제나 무거운 주제가 전면에 드러나 보이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공통적인 주제가 전면에 나와 있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는 그것이 ‘두려움’이었어요. 계급의 높낮이를 떠나서 모두가 전란을 겪으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거거든요.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저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큰일을 맞닥뜨리면 두려움을 느끼잖아요. 대사 중에 ‘두려워도 이겨내야 합니다’라고 나오는데 그 대사가 이 영화의 주제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요소를 보여주는 장면이 더 있는데 빠져서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에요.”

   
 

‘관상’에서 수양대군으로 워낙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정재는 ‘대립군’에서는 이전의 모습을 지우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자연스러우면서 새로운 연기를 위해 그는 톤을 재정비했다. 극의 진행에 따라 폭 넓은 변화를 보이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토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큰 틀로 보면 선이 굵은 연기를 해야 하는 캐릭터인데 그 안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왕 역할이 들어왔다면 못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대립군 역할을 제안 받아서 안 해본 캐릭터이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우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거친 모습이라 관객들이 보시기에 자신과 멀리 있는 캐릭터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는 외모와 계급에서 오는 표현 방식 때문이에요. 그 안에서 힘든 상황을 꾸역꾸역 이기고 견디는 점에서는 우리의 모습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해요. 새롭게 토우의 톤을 만들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야 하는 게 첫 번째였어요. 톤을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지 고민됐죠. 자칫 마당쇠처럼 보일 수도 있고(웃음). 토우라는 캐릭터는 인솔자, 선임 하사 같은 느낌이 있어요. 톤을 찾는 게 힘들어서 리허설을 많이 했죠. 그리고 계곡에서 상의를 탈의하는 장면이 있는데 일부러 근육을 만들지 않고 감량했어요. 멋있게 보이는 건 작위적인 것 같고 토우의 몸은 그냥 그럴 것 같았어요.”

영화에서 토우는 광해에게 두려워도 이겨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리고 나약했던 광해는 토우를 만나 두려움을 이겨내고 백성을 위하는 리더로 성장한다. 세상이 바뀌어도 자신의 처지는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토우와 대립군은 광해의 성장을 보며 전란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본다.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타입인데 그러면서도 자꾸 시도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대립군’도 토우라는 인물은 선이 굵은 배우가 맡았다면 더 잘하셨을 거라 생각해요. 저한테 시나리오가 왔을 때 고민이 있었어요. 거칠게 보이는 척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죠. 그런 고민이 있었지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소품이나 헤어, 의상의 도움도 받았고 감독님, 여진구씨와 리허설도 많이 했고요.”

   
 

‘대립군’에서 이정재는 한참 어린 후배 배우인 여진구와 호흡을 맞췄다. 20년이 훌쩍 넘은 기간 동안 수많은 작품과 배우들을 만났지만 이정도로 나이 차이가 나는 후배와의 호흡은 처음이다. 나이와 경력을 떠나 이정재는 여진구를 동료 배우로 대하며 조언하기보다는 의견을 나눴다.

“이정도 나이 차이의 후배와는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여진구씨는 어려도 경험도 많이 있고 좋은 작품을 해서 그래서 경험치가 확실히 있더라고요. 캐릭터를 이해하고 상대방과 호흡하는 부분 등 팀워크가 좋았어요. 특별히 조언은 안 했어요. 동료배우가 설정한 연기에 관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감독님과 설정 같은 거에 관해서는 의견을 나눌 수 있죠.”

지난해 이정재는 정우성과 함께 아티스트 컴퍼니를 설립했다. 당시 이정재는 후배 양성이라는 말은 부담스럽고 조언 정도로 편안하게 생각했으면 한다고 뜻을 전했다. 1년 동안 하정우, 김의성, 배성우, 고아라 등은 물론 신인을 대거 기용한 아티스트 컴퍼니는 1주년을 기념해 소속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보를 촬영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멘토라기 보다는 제가 아는 정보를 공유한다는 개념으로 대화를 하고 있어요. 선택에 있어서 같이 고민을 하는 거죠. 후배 배우에게 ‘예전에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나는 이런 선택을 했을 때 좋은 결과가 있었다’를 알려주는 거죠. 소속 배우분들이 촬영이 없으면 거의 매일 사무실에 와요. 참 희한한 모임 같아요. 저도 예전에 소속사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안 나갔어요. 여기는 그냥 매일 오셔서 같이 시나리오 읽고 신인 배우들 연습하고 있는 상대방이 되어주고 오디션 팁도 주시고 그래요. 그렇게 해주셔서 감사하죠. 재미있어요. 기본적인 고민이 비슷하니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