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불한당' 임시완 “생애 첫 칸, 제 인생에서 어떤 방향점 될까요?”
[SS인터뷰] '불한당' 임시완 “생애 첫 칸, 제 인생에서 어떤 방향점 될까요?”
  • 승인 2017.05.1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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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해를 품은 달'로 첫 연기에 도전했던 임시완은 여러 작품을 거쳐 '미생'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진짜 '배우'가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언뜻 보기엔 어려울 것 없이 탄탄대로처럼 보이는 임시완의 연기 행보는 사실 엄청난 노력과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이번 만남이 아마도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임시완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작 ‘원라인’에서 모범적이고 착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였던 임시완은 ‘불한당’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남성미로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이건 내가 안찍어도 이런 영화가 나온다면 나는 무조건 볼 것 같아’ 이런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재미있게 느껴진만큼이나 섣불리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었어요.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정서보다 조금 더 정서가 높은 정서인 것 같아서요. (정서가 높다는게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이었나?) 저는 아직까지 사회 경험적인 부분이나 아픔도 그렇게 많이 겪어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컸어요. 극중 ‘현수’ 만큼의 아픔이 없는 것 같아서요. 그런 면에서 몇년 뒤에 이런 작품이 왔으면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고민이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 더 아픔도 겪어보고 성숙한 상태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렇지만 주변에서 저를 잘 설득해주시고 ‘할 수 있을거다’라는 말들로 자신감을 북돋아주셔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여러가지 고민 끝에 ‘불한당’에 참여한 임시완은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강렬한 감정 연기는 물론 서로를 믿고 배신하는 내밀하고 섬세한 감정 연기까지 제대로 소화해내며 또 한번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하지만 여느 배우가 그렇듯 임시완 역시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볼 때 연기적으로 아쉬운 점들이 많이 보여서 그게 좀 머리 속에 많이 남더라고요. 제 연기에 대한 아쉬운 점을 빼고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이 작품은 앞으로 계속 보게 될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제가 출연했던 작품은 웬만하면 단지 작품만으로 못보겠더라고요. 항상 연기만 보이고 ‘여기서는 왜 이렇게 못했을까, 어떻게 선배님들은 저렇게 연기를 잘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작품을 작품 자체로 잘 못즐기게 돼서요. 그런데 이 작품은 영화 자체로 보이는 것 같아요. 연기보다 스토리가 보이는 것 같고, 제가 평소 영화를 볼 때 연기보다 스토리가 보이는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불한당은 그런 면에서 충분히 좋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시보고 싶은 여러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해왔던 임시완이기에 자신이 출연한 작품은 다시 보지 않는 편이라는 말이 새삼 놀랍게 다가왔다.

“제가 다시 본 영화는 거의 ‘변호인’이 유일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불한당’이 더 많이 볼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두 작품을 보는 접근 방식은 다르죠. ‘변호인’은 배움의 자세로 연기적으로 집중해서 보고 싶어서 봤던 편이고, ‘불한당’은 그냥 혼자 술 마시면서 술친구로 보게될 것 같은 작품이에요.”

   
 

‘불한당’ 속에서 유난히 많은 감정신을 소화해야 했던 임시완은 “감정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는 질문에 모든 공을 변성현 감독과 선배 배우 설경구에게 돌렸다.

“사실 저도 처음엔 ‘정서적으로 못따라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만약 이 작품을 선택한다면 정서적, 물리적으로 여태 해왔던 작품에 비해 가장 힘든 작품이 될거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변성현 감독님과 설경구 선배님 영향인지 이제까지 했던 작품들 중에서 제일 편하게 촬영한 작품이었어요. 그러면서 ‘이런 것도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라고 생각했었어요. 애초에 제가 겁을 많이 먹어서 그랬던걸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중에서 제일 즐겁게 촬영했었던 작품이었어요.”

이 임시완은 영화 속에서 자신과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던 배우 설경구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선배님이 처음부터 농담도 잘 해주시고 친해지고 나서는 아재 개그도 많이 해주셨어요.(웃음) 덕분에 선배님이 현장에서 불편하고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불한당’에서 화제를 모았던 것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훨씬 더 진해진 설경구와 임시완의 브로맨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촬영 할 때는 임시완을 사랑했다. 로맨스로 생각했다”고 밝히기도 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저는 촬영 할 때 철저하게 형과 동생의 의리로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느낌이었고, 설경구 선배님 말처럼 사랑에 가까운 브로맨스일 거라는 것까진 생각을 못했었어요. 영화 속에서 엘리베이터 신이 있잖아요. 저는 그냥 배신감에만 포커스를 맞췄는데 그 신을 찍고나서 들어보니 사실은 조금 더 진한 브로맨스를 생각하고 그렇게 의도해서 찍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조금 벙쪘어요. ‘아 그랬구나’ 싶고…(웃음) 저는 촬영 때는 몰랐었던 부분이었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된 임시완. 평생 연기를 해도 한 번 가기도 힘들다는 칸을 4번째 영화로 가게 된 그는 칸 초청 사실을 알게된 이후 변성현 감독에 대한 이미지가 더 많이 바뀌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변성현 감독님 스타일이 굉장히 패셔너블 하시잖아요. 처음 뵈었을 때도 옷이 뭔가 많이 찢어져 있었는데 제가 생각해왔던 일반적인 감독님의 모습이 아닌거에요. 그래서인지 처음엔 저도 무의식중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내 몸 하나 가누기도 쉽지 않고 나한테 확신이 없는데 이런 나를 이끌어주실 수 있을까’ 하면서 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했던거죠. 그런데 그 생각이 머지 않아 없어졌었어요. 작품 촬영 시작하고 1, 2주만에요. ‘감독님이 시키는대로 잘 하면 되겠구나’ 하는 믿음이 들었고, 지금은 칸까지 가게 되니까 더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현재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를 촬영 중인 임시완은 드라마 촬영 스케줄상 칸 영화제 방문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만큼 병무청 허가까지 받는 등 다사다난한 칸 입성기에 임시완 역시 아쉬움을 드러냈다.

“병무청에 허가는 받았는데 지금 스케줄이 있다보니까…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협업이다보니 개인의 목적 때문에 섣불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요. 양해도 구해야 할 것 같고. 아직은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아요. 아쉬움이요? 있죠. 저는 정말 가고 싶어요. 욕심이 많아서 정말 가고 싶은데.(웃음)”

이어 임시완은 생애 첫 칸 초청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제가 드라마를 처음 시작했을 때 시청률 40%가 얼마나 큰지 수치를 몰랐어요. '변호인'을 했을 때도 천만이라는 관객이 얼마나 큰지 잘 몰랐었고요. 마찬가지로 칸이라는 게 마냥 좋기는 한데 앞으로 제 인생에 있어서 어떤 방향점이 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되게 설레요. 이번 경험이 어떤 기념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특히 이번에 칸을 가는 것이 더 욕심 나는 이유는 제가 앞으로 칸에 대한 의미를 확실히 알았을 때 그 경험이 특별하게 다가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임시완은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연기력을 인정받아 어엿한 배우로 성장했고, 이번에는 칸 영화제에 초청까지 받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자신의 연기 행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특이한 것 같다”는 말을 꺼냈다.

“제 연기행보는 특이한 것 같아요. 연기를 하다보니 계속 운이 좋게 흘러가고 있는데 초장에 운을 다 써버리면 나중에 운이 없어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가 생각해도 조금 기가 차긴해요.(웃음) ‘운을 다 써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아니고, 아쉽긴 하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만 해도 누구나 쉽게 겪어보지 못하는 일들을 했기 때문에 큰 아쉬움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 곧 입대를 앞두고 있는 임시완은 쉼없이 달려오던 작품 활동에 잠시 쉼표를 찍게 됐다. 하지만 임시완은 입대로 인한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치기보다는 꽤나 덤덤한 모습이었다.

“감 떨어지는 걱정 반, 내 안에 또 다른 무언가가 채워질 수 있겠다는 기대감 반. 이렇게 반반인 것 같아요. 특히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예전 작품들에 비해 재미있게 찍으면서 연기에 대해 더 흥미도 생기게 되고, 연기가 재미있어진 것 같아서. 전에는 연기를 몇년 안했는데도 ‘이 일을 오래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했었는데 지금으로 생각했을 때는 전역 후에도 시켜만 주시면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던 영화 ‘변호인’에 출연했던 임시완에게, 새롭게 바뀐 정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이날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다소 무거운 질문에도 임시완은 늘 그랬듯 자분하고 신중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개인만 잘사는게 아니라 다 같이 잘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전 일을 계기로 모두가 정치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할 수 있고,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게 됐으면 하고요. 무엇보다도 정치가 배운 사람,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안됐으면 좋겠어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