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보안관’ 배정남 “연기, 처음 모델 시작 때 마음으로 차근차근 할래요”
[SS인터뷰] ‘보안관’ 배정남 “연기, 처음 모델 시작 때 마음으로 차근차근 할래요”
  • 승인 2017.05.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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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배정남은 배우보단 모델으로 더욱 익숙한 이름이다. 배정남은 2000년대 초 각종 ‘배정남 패션’을 유행시키며 전성기를 보냈던 톱 모델이자 상대적으로 작은 키에도 모델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며 남자들의 로망처럼 여겨졌던 인물이기 때문.

모델 커리어로는 남부러울 곳 없이 정점을 찍었던 배정남이 이제는 배우로 인생 제 2막을 시작했다. 앞서 ‘시체가 돌아왔다’ ‘베를린’ ‘심야식당’ ‘마스터’ 등에 간간히 얼굴을 보이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던 배정남은 ‘보안관’으로 인생캐릭터 춘모를 만나며 배우로서의 전성기를 시작했다.

“지금은 ‘춘모’가 제 인생 캐릭터에요. 하지만 나중에는 또 다른 제 모습들을 살릴 수 있는 역할도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이제부터 조금 조금씩 시작하는거죠. ‘보안관’에서 제 연기에 대한 점수요? 아이, 제가 제 연기에 어떻게 점수를 매깁니까.(웃음) 그래도 이야기해보자면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 더 보여 줄 수 있는게 많은데 역할 이상으로 오버를 하면 안되니까 못보여드린 것도 있고. 촬영을 하면서 연기가 늘어가니까 초반보다 후반에 찍은 연기가 더 좋은데, 그러다보니 초반에 못했던 것들이 아쉽기도 해서요.”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마치 옆집 청년 마냥 넉살좋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배정남은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서 보여준 모습과 다를바 없는 친근한 모습이었다. ‘라디오스타’에서 오랜만의 ‘예능 원석’이라는 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은 배정남은 방송 이후 쏟아진 관심에 “행복하다”는 말을 꺼냈다.

“원래 행복했는데 더 행복해졌어요. 다 인복 덕분이죠. 형들 덕분이고, ‘보안관’ 팀을 만나서 복이 넘어오는 것 같아요. 영화 홍보 때 마다 팀 만나는게 너무 재미있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라디오스타’ 방송날 ‘보안관’이 검색어 1위가 됐으면 했는데 못돼서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이었어요. 영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었거든요. ‘라스’ 출연 한것도 처음에는 제가 벤치 멤버였는데 공격수가 돼버린거에요. 팀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니까 너무 행복하고, 보탬이 되는 사람이 돼서 좋았어요.”

인기를 체감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배정남은 그다운 유쾌한 대답을 내놨다.

“지나가면 사람들이 저를 보고 막 웃으세요. 이미지를 좋게 봤는지 그냥 말도 없이 계속 웃는거에요. 그게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됐구나 싶고. 또 방송 이후에 여자팬분들이 많이 늘었어요. 원래는 남자팬이 7~80%였는데 여자팬이 많이 늘어서 좋아요.(웃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 수록 배정남은 과거 ‘톱 모델’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친근한 매력으로 기자들의 마음에 훅을 날렸다. 지금과 같은 이미지를 공개한 데 대해 배정남은 “어릴 때는 신비주의가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어릴 때는 신비주의 그런 게 있었어요. 제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산전수전 다 겪고 고생도 많이 해보고 하니까 그런 것 다 필요 없더라고요. 요즘 누가 신비주의를 해요.(웃음) 주번에서도 ‘그냥 네 모습 그대로 나가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런 생각이 있었고, 이번에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리게 된거죠.”

이어 배정남은 8년 전 ‘무한도전’ 출연 당시에는 약간의 신비주의가 있었던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 때는 신비주의가 조금 있었다”고 시인했다.

“‘무도’ 때는 신비주의가 조금 있었어요. 그 때가 8년 전이니까 어렸고, 청춘이었잖아요. 망가지길 두려워했던 것 같아요. 바보였죠, 어릴 때니까. 그런데 지금 보면 신비주의는 개뿔(웃음) 필요 없더라고요. 지금이 훨씬 편해요. 다른 사람들도 보기 더 좋아하는 것 같고요. 이제 저도 35살 아재 나이인데 신비주의 같은건 전혀 필요 없어요”

인터뷰 내내 배정남은 ‘라디오스타’에서 보여줬던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남다른 입담을 자랑했다. 한창 이미지에 신경을 썼던 어린 시절에는 사투리를 고쳐보려고도 했었다는 배정남은 이제는 고향 부산말을 쓰는 것이 더 좋다고 덧붙였다.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 보면 제가 사투리를 안써요. 그런데 사투리를 안쓰고 억지로 서울말을 쓰려고하면 제 모습이 안나오더라고요. 머리에서 한 번 걸러서 나오니까 저를 보여줘야 하는데 다른 사람 같이 보이더라고요. 그게 싫고, 가식 이런게 싫어서... 촌스럽게 나와도 내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이제는 부산 사투리를 쓰고 있어요.”

배정남은 지금처럼 자신이 신비주의를 벗고 한단계 더 성숙할 수 있었던 데는 주변 사람들의 덕이 컸다고 덧붙였다. 특히 배정남에게 강동원은 모델로서도, 배우로서도 정신적 지주처럼 큰 도움을 준 절친이자 은인이었다.

“사실 캐스팅 오디션을 보기 전 날도 (강)동원이 형이랑 밥을 먹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자리에 영화사 대표님이 우연히 오셔서 같이 술자리를 갖게 된거죠. 그 때 까지 저는 ‘보안관’이라는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대표님께서 저를 보시더니 ‘춘모 역할이 너무 어울릴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갑자니 감독님께 전화를 해서 ‘춘모 찾았다’고 하시고... 그래서 저는 처음엔 대표님이 사기꾼인줄 알았어요.(웃음) 그런데 실제로 다음날 전화가 오더라고요, 오디션 보자고. 동원이 형이 오디션 전에 리딩도 같이 봐 주고 잘하라고 용기도 북돋아주고. 정말 도움을 많이 줬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운 좋게 캐스팅이 된거죠. 저한테는 강동원 형님이 너무 은인이에요. 그날 그 식사 자리가 없었으면 지금 이 자리의 저도 없을테니까요.”

평소에도 잘 알려진 강동원과 배정남의 인연은 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민준을 통해 처음 모델의 길에 들어섰을 무렵, 강동원과 같은 회사를 소개받으며 인연이 시작된 것.

“처음에 모델 시작할 때 같은 회사였어요. 그 때는 정말 우리 다 힘들게 살았었거든요. 집이 없어서 사무실에서 살고, 동원이 형도 학비 벌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하고. 그러다가 형이 잘 되고, 저는 그 때 까지 일이 없다보니 여욱환 형이랑 동원이 형 스타일리스트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곤 했었죠. 저한테는 그게 너무 고마운 기억이죠. 동원이 형이 정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요. 이번에도 콜드플레이 콘서트 티켓을 직접 다 사와서 친한 사람들끼리 다 같이 갈 수 있게 해주고, 매일 술값 밥값 다 계산하고.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강동원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던 배정남은 문득 과거 힘들었던 시절의 경험이 지금의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사실 모델로는 ‘톱’ 한 번 찍어봤잖아요.(웃음) 그러다가 매니저 잘못 만나서 사기 당하고,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보내다보니 급하게 하면 더 빨리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어요. 금방 뜨면 금방 꺼지는거죠. 그 덕분에 최근에는 아예 조바심이 없었어요. 너무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으니까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든든하고… 무엇보다도 제가 조바심 낸다고 될 일은 아니잖아요. 기회가 오면 그 때 잘 하면 되는거고. 한 번에 뜨고 해 봤자 별로 (좋은) 그런게 없다는걸 너무 잘 알아서요.”

부산 옷가게에서 일을 하다가 김민준을 따라 서울로 상경, 모델일을 시작한 배정남은 지금 자리에 오기까지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 덕분에 배정남은 지금 누구보다 단단하고 긍정적인 멘탈을 가질 수 있었다.

“서울 처음 올라왔을 때는 서울 사람들이 이용하려고 하고 그런 게 많았어요. 어릴 때는 그런 걸 잘 몰라서 다 당하고 그랬는데,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많이 단단해 질 수 있었죠. 저는 스트레스가 없는 편이에요. ‘이게 아니면 저게 오겠지. 저게 오려고 지금 안되는거구나’ 싶어요. 혼자 오래 살고 힘든 시기 보내고 하다보니 이제는 스트레스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마인드에서부터 매력이 듬뿍 느껴지는 배정남, 자신이 생각하는 매력은 무엇인지 슬쩍 질문을 건넸다.

“솔직한 거? 가식 없고 그런거요. 저는 마음 속에 가식, 거짓 있는 걸 제일 싫어해요. 그래서 저는 항상 누굴 만나도 먼저 저를 열고 만나는 편이에요.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면서 보여주는거죠. 그러다보니 가식, 거짓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저와 생각이 맞는 사람들도 보이더라고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솔직하기만 할 수 없는 직업인데?) 저 같은 놈도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다른 사람들은 속이려면 속이라고 하고. 저는 그냥 이렇게 살려고요. ‘보안관’ 형님들도 저보고 ‘니 같은 놈이 어디서 튀어나왔노’ 하시더라고요.(웃음)”

2009년 단역으로 시작한 첫 영화에서부터 지금까지 8년의 시간동안 차근차근 연기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배정남은 아직까진 조연에 머물러 있는 자신의 자리에 대한 아쉬움이 없냐는 질문에 예상보다 더 속깊은 답을 전했다.

“한동안 단편 영화도 많이 찍고 했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모르겠지만 저는 ‘보안관’ 속 춘모 역할이 엄청 크고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바닥도 쳐봐서 급한 것도 없고, 다시 연기 하는 것은 모델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 마음이에요. 그 마음부터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가면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려고 해요. 작은 역할도 기쁜 마음으로 받고, 열심히 하고. 차근차근요.”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배정남은 결혼 계획을 묻자 “임자가 생기면 바로 간다. 아직까지 그 정도까지의 임자를 만나지 못한 것 같다”는 화끈한 대답으로 솔직한 상남자의 면모를 뽐내기도 했다. 마치 20대 그 때 그 시절 처럼, 배정남에게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걸어가고 싶은 길도 많이 남아 있어 보였다.

“30대, 이제 시작이죠. 모델 때 느낌으로 욕심 안내고 진짜 천천히 다시 가고 싶어요. 30대가 더 좋은 것 같아요. 20대 때보다 생각도 있고, 마음에 여유도 있고 조바심도 없고. 잘 돼서 다들 좋은 인연으로 만나면 좋은거 아니겠어요.(웃음)”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