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석조저택 살인사건’ 김주혁 “꾸밈없이 툭툭 내뱉는 연기 할 것”
[SS인터뷰] ‘석조저택 살인사건’ 김주혁 “꾸밈없이 툭툭 내뱉는 연기 할 것”
  • 승인 2017.05.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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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경성을 배경으로 의문의 살인사건을 두고 얽히는 이야기를 그린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김주혁은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을 연기한다. 초중반이 지나서야 등장하는 김주혁은 다소 건조한 말투와 서늘한 눈빛만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첫 인상을 남긴다.

‘공조’와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김주혁은 연달아 악역을 소화했다. 예능프로그램 ‘1박2일’을 통해 ‘구탱이형’이라는 친근한 별명을 얻은 김주혁은 작품에서는 완벽히 그의 모습을 지운 채 극 중 인물로만 남았다.

20년에 가까운 배우인생동안 선한 역을 주로 해온 그가 연달아 악역을 소화한 이유가 궁금했다. 왜 좀 더 빨리 악역을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김주혁은 거창한 이유대신 캐스팅이 안 들어왔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인터뷰 내내 김주혁은 자신을 굳이 포장하려 애쓰지 않았다. 툭툭 무심하듯 건네는 말들은 그가 추구하는 연기적 방향과도 비슷했다. 김주혁은 예능을 통해 연기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한동안 진지하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예능을 통해 ‘연기를 위한 연기’를 지양하고 비우는 법을 깨달았다. 물론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아직도 어렵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한층 단단해진 김주혁의 내공은 다음 작품을 자꾸만 기다리게 만든다.

Q. 영화는 어떻게 봤나.

부족한 부분도 많이 느끼지만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부분이 좋았어요. 돈을 더 써서 그 시대에 대한 풍성함이 더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요. 시대극을 할 때 세트장에 가면 그 시대에 빠져들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공기도 다른 것 같아요.

Q. 원작은 읽어 봤나.

원작은 안보고 시나리오만 보고 결정했어요. 원작이 있어서 그런지 구성이 탄탄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원작을 보면 좋은 점도 있겠지만 간섭을 하게 될 것 같았어요. 원작의 좋은 점을 영화에 넣으려고 할 것 같고, 원작을 보며 떠올린 제 나름의 상상과 맞지 않으면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았어요. 시나리오 자체에 충실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안 봤죠.

Q. 시나리오를 봤을 때와 실제 촬영했을 때,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어떤 차이가 있었나.

제가 전체를 볼 수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감독님도 바뀌었는데 안 좋게 만들어지진 않았겠죠. 원래 제 분량이 더 있는데 편집하면서 빠졌어요. 그 장면이 편집되면서 오히려 한 호흡으로 잘 진행되는 것 같아요. 있었다면 전개가 꺾이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어요.

   
 

Q. 첫 등장신이 인상 깊다. 존재감 넘치는 눈빛이었다. 예전에는 왜 악역을 안했나.

편집을 잘했어(웃음). 물론 예전에도 악역을 할 의향은 있었어요. 그런데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하다 보니 제작사 입장에서도 저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거죠. 어쩔 수 없죠. 그래서 ‘공조’가 개봉했을 때도 관객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여러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Q. 고수와의 호흡은 어땠나.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좋아요. 열심히 하는 배우와 호흡 맞추는 건 언제나 환영이죠. 열심히 하고 잘하는 배우와 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예요. 잘하는 배우와 해야 자신에게 이득이죠. 잘하는 배우랑 해서 손해라고 생각하는 배우가 어리석은 거죠.

Q. 뒤로 갈수록 서스펜스 분위기가 강해지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펼쳐지는데 초반 멜로 분위기도 조화가 좋았다.

원래 교차되며 진행되는 법정신이 많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좀 더 크게 나눴는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에 멜로가 길어지면 몰입이 잘 안될 수 있으니 처음부터 법정신을 잘게 편집해 넣기로 했죠. 그래서 촬영할 때 치밀하게 편집 지점을 만들어 가면서 찍었어요.

Q. ‘공조’가 먼저 개봉했지만 사실 악역으로 연기한 건 ‘석조저택 살인사건’이 처음이다.

후회되는 부분이 있어요. 완전한 악연은 처음이라 의욕이 강했어요. 그럴수록 한 걸음 떨어졌어야 했는데 보면서 후회를 많이 했죠. 법정신이 후회돼요. 한마디로 ‘스릴러를 하고 있구나’하면서 봤어요.

   
 

Q. 최근 악역도 그렇고 단편 영화에도 출연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별히 계기가 있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 거죠. 재미있고 무엇을 해도 괜찮겠다는 기분이 들어서 가리지 않아요. 앞으로 할 작품도 다양하게 섞여있어요. 큰 공을 한 게 ‘구탱이 형’이라는 별명이에요. 사람은 역시 허점이 있어야 매력적이죠(웃음). 예능이 연기적으로 도움이 됐어요. 더 내려놓을 수 있게 됐죠.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잘 못하겠는데 분명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 다른 배우에게도 예능을 추천해요. 안 먹히는 성향도 있겠지만 전 통했어요.

Q. 어떤 부분에서 통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나를 볼 수 있다는 점. ‘리얼 버라이어티’는 제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요. 저의 행동들을 보면서 ‘굳이 꾸미지 않고 저렇게 표현해도 전달이 되는 구나’라는 확신이 생겨요. 이전에는 굳이 연기를 위해 안 해도 되는 표현을 얹었어요. 표현을 위한 표정이고 액션을 했던 거죠. 점점 비우는 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저는 아직 멀었어요. 이제 좀 알겠다는 거죠. 앞으로 그렇게 해나가야죠. 스릴러를 스릴러처럼 하지 않고 멜로를 멜로처럼 하지 않을 거예요. 장르는 감독과 스태프의 영역이고 저는 그저 감정을 표현하는 거죠. 물론 이렇게 비우려면 그 전에 더 많이 생각하고 연습해야겠죠. 요즘 할리우드의 연기를 보면 극사실주의 연기죠. ‘로스트 인 더스트’, ‘시카리오’ 등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그런 풍이 유행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도 추세가 넘어올 거라고 생각해요. 툭툭 내뱉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Q. 영화를 볼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어 불안했는데 시사회에서 좋게 봐주셔서 안심이에요. 관객분들에게 홍보를 많이 해야겠어요(웃음). 추리소설 좋아하고 스릴러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주 긴장감 있은 작품이니 보셔야죠.

Q. 올해 개인적인 바람이나 목표가 있다면.

정해진 일이라도 잘하는 게 목표예요. 지지치 않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