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특별시민’ 곽도원 “배우는 시나리오를 후벼 파야 돼요”
[SS인터뷰] ‘특별시민’ 곽도원 “배우는 시나리오를 후벼 파야 돼요”
  • 승인 2017.05.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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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선거를 다룬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 분)가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을 다룬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어느 때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영화는 추악한 정치와 권력욕을 비추며 기시감이 들게 한다.

‘특별시민’에서 곽도원은 변종구 캠프의 선대본부장 심혁수 역을 맡았다. ‘범죄와의 전쟁’, ‘변호인’, ‘아수라’ 등 전작에서 엘리트 악역을 자주 맡은 곽도원은 ‘특별시민’에서도 매서운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반복되는 캐릭터에 우려가 있음직 하지만 우직한 연기로 정면 돌파했다. 곽도원은 심혁수라는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정치란 무엇을 의미하며 그가 가진 욕망은 무엇에 기인하는지 들여다봤다.

정치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이다. 정치인은 이를 통해 국민들의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릇된 정치인은 권력에 취해 의무를 행하지 않는다. 이는 결국 국민의 고통이 된다.

곽도원은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 때문에 배우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괴로울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곽도원은 매번 카메라 앞에 선다. 여전히 연기는 떨리고 두렵지만 잘하고 싶은 욕망이 피어난다. 그의 욕망은 고스란히 우리의 즐거움이 된다. 이 얼마나 긍정적인 욕망인가.

Q.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와 직접 촬영을 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었나.

글로 되어 있는 걸 움직이는 사람이 생명력을 불어넣잖아요. 처음 상상했던 것과 다른 부분들도 있는데 볼 때마다 재밌어요. 제 역할을 준비하면서 상대방 역할에 관해 예상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다르게 연기하면 ‘아, 재미있네. 정말 감사하다’ 이런 생각도 동료배우들에게 들어요. 워낙 미란이(라미란)의 팬이기도 하지만 보면서 ‘저게 힘을 뺀 연기구나’라고 감탄해요. 현명한 배우죠. 최민식 선배님은 보면 ‘순금은 도금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떠올라요.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최민식은 사라지고 변중구를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세상이 인정하는 배우는 다르더라고요. 배우게 되죠. 에너지가 막 쏟아져 나오는 걸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좋은 숙제를 받는 느낌이에요. 하나씩 해결하는 것이 제 숙명인 거죠. 주둥이로만 호흡, 리액션을 말했는데 진짜 리액션을 보고나니 다시 찍으면 안 되나 싶기도 하고요(웃음).

Q. 영화는 정치인들의 선거 이야기를 다룬다. 각 인물들의 저변에는 욕망이 깔려있다. 심혁수는 어떤 욕망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심혁수라는 인물은 끝도 없이 올라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계속 꿈이 커지는 거죠. 검사라는 직업이었다가 국회의원을 하면서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려고 했을 텐데 변질된 거죠. 그런 욕망을 유지하기 위해 불법을 행하게 되는 거고요. 영화에서 ‘정치는 똥물에서 진주를 꺼내는 것’이라고 말해요. 사실 진주는 똥물이 아닌 바다에 있는 건데 말이죠. 불행한 인물이죠. 머리도 좋은 사람이 능력을 탐욕에 쓰고 겁도 없이 거물 국회의원을 협박하려고 하고.

   
 

Q. 이전에도 다수의 작품에서 공권력을 쥐고 있는 역할을 해왔다. 비슷한 캐릭터에서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비결이 있나.

비결이라기보다 배우는 기본적으로 시나리오를 후벼 파야 돼요. 시나리오에 답이 있어요. 책이 하는 말을 곱씹다보면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아요. 그리고는 그 말을 하는 인물이 떠올라요. 그 모양을 움직여보는 거죠. 만약 안 떠오르면 미치는 거죠. 그게 창작의 고통이죠. 직업 자체를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도 있어요. 관객들이 식상해 하는 걸 뻔히 아니까 다른 부분이 뭐가 있을까 정말 악착같이 찾아내려고 해요.

Q. 심혁수라는 인물을 구축해가면서 고심했던 부분은.

왜 심혁수가 검사에서 국회의원이 되려고 했고 변질됐을까 생각해봤어요. 검사는 불법을 행하는 악을 처단하는 역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법을 이용해서 악을 행하고 있어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정치’를 사전에서 찾아봤어요. 정치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말해요. 이것이 정치라는 거죠. 그런데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만 해요.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사회 질서를 바로 잡아야 하는데 권력이 너무 달콤한 거죠. 권력이 마약 같다고 하잖아요. 세상을 움직이는 모양새가 달콤했나 봐요.

   
 

Q. 영화에서 박경을 연기한 심은경이 인상 깊었다. 선배 배우들에게 밀리지 않고 본인의 연기를 펼친 것 같다.

은경이가 지금 24살이니 촬영할 때는 23살이었죠. 저는 제가 23살에 뭘 했는지 알아요. 그때도 무대에 한 번 서보지 못했고 24살에 처음 무대에 올랐죠. 무대 코러스 막내를 하고 있었고 대학로에서 포스터를 붙이고 있었죠. 은경이는 정말 ‘어마무시’해요. 어린 나이에 기죽지 않고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역을 하는 건 정말 대단한 거죠. 그 나이에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아직도 민식이 형이 떨려요. 그 나이에 해낸다는 게 상상이 안 돼요. 저희는 수십 명이 관객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모인 한 팀이에요.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서로 관심을 갖고 조언도 하죠. 저희가 실제 나이보다 어린 역을 하는 건 이미 경험을 해본 것을 연기하는 거라 좀 더 수월해요. 그런데 아직 경험하지 못한 나이를 연기하는 건 힘들어요. 선배들이 관심을 갖고 도와야죠. 잘 따라와서 너무나 고맙죠.

Q.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요즘 현실에 많은 분들이 답답해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현실에는 정치인에 신물이 나서 힘들기도 하지만 영화에는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도 있습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사진= 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