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127주년 노동절대회,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사드배치 철회”
전국서 127주년 노동절대회,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사드배치 철회”
  • 승인 2017.05.0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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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1만원 / 사진= 뉴시스

127주년 세계노동절인 1일 전국 15개 지역에서 최저임금 1만원과 사드배치 철회 등을 촉구하는 대규모 노동자 집회가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을 비롯한 15개 광역시·도에서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재벌체제 해체! 노조할 권리 보장!'이란 제목의 2017 세계노동절대회를 동시다발로 열었다. 주최 측 추산 3만여명이 모였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는 2만여명 규모의 수도권 대회가 진행됐다. 

19대 대통령선거(5월9일)를 앞두고 치러진 올해 대회의 슬로건으로는 '지금 당장'을 내걸었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금 당장 수용하라는 뜻에서다. 

참가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재벌체제 해체', '세월호 진상규명', "사드배치 철회"라고 적힌 피켓을 흔들며 "지금 당장" 구호를 연신 외쳤다. 대표적 저항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도 합창했다. 

참가자 임차진 경기도건설지부장은 "황금연휴인데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관철과 안정적인 고용 환경을 주장하기 위해 약 1000명의 노조원과 함께 나왔다"면서 "지난해에만 세월호 참사 인원의 두배가 넘는 670명이 건설 현장에 목숨을 잃었다. 건설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열악한 수준을 넘어 최소한의 인간 대접도 받지 못하는지경인데도 사측은 언제나 노조와의 협상에서 비협조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위원장 직무대행의 대회사를 시작으로 투쟁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최 직무대행은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한 치의 주저함 없이 투쟁한 조합원 동지들이기에 그 어느 해보다 멋진 노동절 생일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박근혜 없이 맞이하는 역사적인 노동절을 축하한다"며 "하나마나한 공약은 필요없다. '나중에 하자'는 말 믿을 수 없다. 2000만 노동자 그 누구에게도 차별과 배제 없는 평등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선 직후 새 정부와 직접 교섭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대 투쟁발언도 이어졌다.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만원행동'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마음 편하게 살고 있다. 지금 당장 최저임금 1만원의 평등 일터를 만들어 우리의 삶을 바꾸자. 인권에 있어 나중이란 없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18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는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김혜진 공동대표는 "이대로라면 개혁은 커녕 반동으로 돌아선 후보들이 당선되자마자 우리에게 휘둘러 댈 탄압 칼날에 무방비로 당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면서 "철벽같은 박근혜를 감옥으로 보낸 우리 노동자들이 비상한 시기에 다시 힘을 모아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조' 강철 위원장은 "8일 남은 대선은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다.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길이며 그 길은 공공부문에서 시작돼야 한다"면서 "공공성을 망가뜨리고 노동자를 피폐하게 만드는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박근혜 부역자를 쫓아내 낙하산(인사가) 더이상 내려오지 않도록 법 개정 하는데 노조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대회 도중 국제노동기구(ILO)의 연대 메시지가 상영됐다.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들의 왈츠 공연도 선보였다. 

주최 측인 민주노총이 이날 지지 선언한 정의당 심상정·민중연합당 김선동 대선 후보를 비롯해 박원순 서울시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노회찬·추혜선 의원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수도권 본대회 후 대학로에서 촛불집회 장소였던 광화문 광장까지 약 3.7㎞ 구간을 행진했다. 

행진 과정에서는 '노조할 권리'를 상징하는 빨간 우산 300여개를 들고 마트 쇼핑카트를 미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본대회에 앞서 다양한 노동절 기념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만원행동과 LG유플러스콜센터 특성화고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위원회, tvN혼술남녀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등은 오전 11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정페이와 비정규직을 강요 당하는 청년노동자 실태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청년단체 청년전태일은 낮 12시 대학로 방송통신대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촉구하는 '일하는 청년들의 장미파업'을 열었다. 장미는 미국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이 1908년 3월8일 여성 섬유노동자 시위를 묘사한 시 '빵과 장미'에서 착안한 것으로, 장미는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정신의 양식을 상징한다. 

고려대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2017 고려대 권리선언'은 낮 12시 서울캠퍼스 정문 앞에서 참된 리더를 뽑자는 대선 투표 독려 운동을 벌였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