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남상미는 어떻게 ‘김과장’ 속 윤하경을 만들어냈을까?
[SS인터뷰] 남상미는 어떻게 ‘김과장’ 속 윤하경을 만들어냈을까?
  • 승인 2017.04.15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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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연출 이재훈 l 극본 박재봄) 종영이 꽤 지나서 만난 남상미는 오랜 시간 인터뷰에 지쳤을 법도 했지만 항상 웃었다. 종일 진행된 인터뷰에 지칠 법도 했지만 ‘김과장’ 이야기를 할 때면 마치 어제 본 드라마를 얘기하듯 즐거워했다.

남상미는 ‘김과장’에서 김성룡(남궁민 분)의 등장을 못마땅해하면서도 이내 마음을 열고 TQ그룹을 구하는 TQ그룹의 엄마 윤하경을 열연했다. 당차면서도 승부욕 있는 경리부의 윤대리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찬사를, 또 공감을 보냈다.

2014년 ‘조선 총잡이’ 종영 후 결혼, 출산 등을 하며 인간 남상미로 지내다 ‘배우 남상미’로 복귀하게 만들어 준 ‘김과장’. 3년여 만의 복귀작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을 맛봤다.

남상미는 ‘김과장’의 성공 비결을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라고 꼽았다. 그 힘에는 남궁민, 김원해, 동하, 이준호 등 여러 배우와의 찰떡 호흡도 포함돼 있었다.

“연기만 잘하는 배우들이 있어요. 자기 것만 하는 배우들이요. ‘김과장’을 촬영하면서는 그런 게 없었어요. 경리부 식구들끼리는 조현식(원기옥 역) 배우 생일이라고 대사를 나눠주고 살려주고, 바스트 몰아주고 이랬죠. 인간 적이었어요. 감독님도 열려 있었고요. 각 캐릭터의 위트가 모여 코믹을 만들어 내는 게 주된 힘이었죠.”

남상미는 한 애드리브에서 ‘김과장’ 촬영 현장을 두고 애드리브 전쟁터라고 했다. 박명석을 연기한 동하 역시 같은 말을 들려줬다. 아마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린 여러 장면들이 배우들이 즉석에서 만들어 낸 애드리브였으리라.

“웃음을 참는 게 연기보다 힘들었어요. 아무것도 아닌데 감동을 주는 게 있어서 눈물을 참는 것도 힘들었고요. 하경이는 경리부에서 든든한 존재라 눈물이 나는 게 안 어울릴 것 같은데, 기옥이에게 아버지의 이름이 담긴 해고 명단을 주는 장면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배우들과 정이 있어서 눈물이 흘렀나 봐요.”

   
 
   
 

찰떡 호흡을 자랑한 ‘김과장’이었던 만큼 종영을 했지만 뒤풀이도 이어지고 있다. 종영 후 세부로 포상 휴가를 갔지만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배우들도 여럿이라 강화도 MT를 마련한 것. 단톡방 역시 ‘저 하경이에요’라고 할 만큼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고.

“감독님 세분이 마련한 1박2일 MT가 있어요. 강화도로 갔는데 전 잠은 못 자고 왔어요. 김강현, 동하 두 배우를 빼고는 거의 다 온 것 같아요. 스피드 게임을 하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제가 승리를 이끈 주역이었어요. 김과장팀과 하경팀이 붙었는데 1라운드는 돌아가면서 문제를 내고 들어왔어요. 2라운드는 제가 내는 문제를 맞히고. 김과장팀은 감독님이 냈어요. 역전 해서 저희 팀이 이겼죠. 승부욕 없는데 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나게 하고 있더라고요.”

MT 뿐 아니라 모든 촬영장이 화기애애했다고 남상미는 회상한다. 하지만 방송 곳곳에는 웃음만 주는 게 아니라 여러 감동 에피소드를 넣었다. 아버지의 명예퇴직, 기러기 아빠 등이 그 이야기다.

“늘 화기애애했어요. 진짜 연기파들이라고 생각하면 방송 보면 그렇게 슬퍼요(웃음). 그렇게 진지할 수가 없어요. 현장에서는 그렇게 재밌는데 프로들이에요. 추부장(김원해 분)님 장면 중에 기억이 나는 게 있어요. 기러기 아빠라서 딸이랑 통화하다가 소주병에 담뱃재 넣는 게 있는데, ‘선배님,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멋있는 커트를 주셨다’ 생각했어요. 그 소주병 하나가 할 말 다하더라고요. 우리 드라마는 과거를 안 보여줘요. 또 추부장님이 ‘나는 회사 다니면서 간이고 쓸개고 놓고 다녀’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애드리브에요. 그거에 눈물을 글썽였어요. 그 대사가 직장인의 애환을 보여줬어요.”

판타지, 현실 속의 비현실. ‘김과장’이 오피스 드라마지만 다소 생소한 회사다. 김과장이 회사에 계속 다니는 게 그렇고 회식이 즐거운 게 그렇다. 하지만 정리해고 명단과 제 2대기실이라 불리는 상황은 종종 뉴스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김과장’에는 현실도, 비현실도 있었다.

“우리 드라마가 괴리감이 있어요. 사람들이 꿈꾸는 회사 아닐까요? 극 중 등장한 비인간적인 에피소드를 보면서는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어?’라면서 놀랐어요. 직장인들에게 프리허그를 하고 싶을 정도로 안타깝더라고요.”

   
 

‘김과장’을 촬영하면서 남상미는 여의도의 출근길을 경험했다. 출근길 촬영은 아침, 갈 길 바쁜 직장인들 속에서 이뤄졌다. 또 실제 기업을 찾아가 회사원들의 일상을 옆에서 지켜봤다고. 그렇게 윤하경 대리가 만들어졌다.

“출근하는 인파 속에서 감독님이 ‘쭉 걸어오세요’하면 차에 타고 있다가 얼른 내려서 걸어가요. 사람들이 누군지 모르더라고요. 저도 출근하듯이 걸어갔죠. 눈을 마주쳐도 몰라요. 카메라도 건물 위에 있으니 촬영인 걸 사람들이 모르는 거예요. 지하철역 인파도 대단하고. 여의도가 그렇더라고요(웃음). 포스코를 견학을 갔는데 1대1로 과장님 옆에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손톱, 스카프 등 세세한 것을 관찰했어요. 계산기도 한 번 쳐달라고 부탁하고요. 경리부는 저랑 안 맞더라고요(웃음). 다른 부서에 간다면 저는 윤리경영부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래요. 지금 TQ그룹의 윤리 경영실이랑 다르다고요? 제가 판을 바꿀게요. 아침마다 ‘오늘은 괜찮으십니까?’하면서 웃으며 인사할래요.”

남상미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은 ‘김과장’. 3년여의 공백을 가진 남상미가 ‘배우’라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한 대학교 앞 패스트푸드점 ‘얼짱’ 아르바이트 생으로 이름을 알린 남상미가 어느덧 30대의 ‘여배우’가 됐다. 여배우이자 엄마인 남상미는 ‘김과장’을 마치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결혼한 여자 연예인 아닌 연기자 남상미로 인사할 수 있어 좋아요. 어쩔 수 없는 배우구나 싶기도 하고요. 20대에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2년 6개월의 시간을 ‘남상미’ 역할로 살았다. 그것도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또 새로운 감정이 있었어요. 스스로가 많이 단단해진 것 같아요. 경험이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다고 하잖아요. 그러면서 스스로가 단단해지고 오히려 다시 복귀하는 발걸음은 가벼웠어요. 가수들이 새 앨범 낼 때마다 신인의 자세로 한다고 하는데 저도 신인의 마음으로 했어요. 20대의 남상미는 작품이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 심심했어요. 작품 안에서 에너지 소비를 했거든요. 지금은 별개로 나뉘니까 다채로워요. 그 다채로움이 연기에 긍정적 작용을 하는 것 같고요. 더 단단하게 나가고 싶어요.”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JR엔터테인먼트, 로고스 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