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어느날’ 김남길 “내 매력은 평범함”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는 연기 체형
[SS인터뷰] ‘어느날’ 김남길 “내 매력은 평범함” 어떤 옷이든 입을 수 있는 연기 체형
  • 승인 2017.04.0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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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쁜 남자’, ‘상어’, 영화 ‘무뢰한’ 등 작품을 통해 보는 김남길의 눈에는 왠지 모를 어두움이 서려있지만 실제 그의 모습은 예상보다 해맑다. 웃음도 많고 말도 많은 모습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장사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실없어 보이다가도 사뭇 진지하다. 짧다면 짧은 인터뷰에서 김남길은 그가 거친 작품만큼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였다.

‘어느날’은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영혼이 된 여자 미소(천우희 분)와 유일하게 그녀의 영혼을 보는 남자 강수(김남길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에서 김남길은 아내를 잃은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깊고 우울한 감정과 영혼을 보고 깔창이 빠지도록 도망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오간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어른 동화’ 같았어요. 판타지를 장치로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의문이 있었죠. 거절했다가 몇 개월 지나서 시나리오 받을 때 강수가 가진 죄책감이나 슬픔의 정서가 와 닿았어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감성을 관객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이윤기 감독님이 연출을 하신다고 해서 의아해 했어요. 이전과는 다른 느낌이라 관객과의 소통과 상업적인 부분에 있어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처음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 고민했던 부분들이 문제없이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간 중간에는 피식하고 웃을 수도 있었어요.”

영화는 두 사람의 특별한 만남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치유하는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한다. 영화 속 강수는 아내를 잃고 그녀의 방에도 들어가지 못하며 끊임없이 아픔을 외면한다.

“사람마다 아픔을 극복하고 마주하는 방식이 달라서 고민이 있었는데 강수는 죄책감 때문에 이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인물이에요. 평소 저는 긍정적인데 그런 부분은 실제 저의 모습과 비슷해요. 회피하는 건 극복한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후반부 죄책감에서 벗어나서 스스로 토닥거려주는 장면에서 마음이 짠했어요.”

   
 

‘멋진 하루’, ‘남과 여’ 등 섬세한 멜로가 돋보이는 연출을 해온 이윤기 감독은 ‘어느날’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했다. 강수와 미소의 관계는 연인이 아닌 서로의 아픔을 바라봐주는 관계다. 영화가 멜로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 두 사람의 호칭은 물론 카메라 구도에도 신경을 썼다.

“둘의 관계에 있어 처음에는 멜로도 생각했는데 꼭 누군가를 만나서 연인이 되는 것만이 힐링이 아니잖아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다른 방향으로 치유되는 것을 그리고 싶어 멜로는 뺐어요. 그래서 호칭에 관해서 고민하다가 멜로적으로 거리가 있는 ‘아저씨’로 정했어요. 천우희씨가 연기한 미소는 원래 설정보다 좀 더 순수한 면이 있어요. 원래 미소 캐릭터는 좀 더 조숙했어요. 그래서 처음 촬영장에서 연기를 보고 놀랐죠. 천우희씨와는 호흡이 잘 맞아서 좋았어요. 연기 센스가 좋아요. 마지막 제 감정신에서도 본인 대사를 어떻게 던져줄지 물어보고 도와줬어요. 연기적 호흡이 좋았죠.”

김남길은 영화 속 천우희와의 관계를 언급하며 다음에 연인을 연기하기 위해 아껴뒀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2층과 3층에서 동시에 진행된 두 사람의 인터뷰에서 김남길은 밑에 있는 천우희가 들릴 정도로 일부러 크게 웃기도 하며 장난을 쳤다. 평소 꾸밈없는 성격의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동질감을 느꼈고 실제 촬영에서도 좋은 호흡을 보였다.

“차를 타고 바깥 구경하는 장면을 처음에 찍었는데 당시 감독님이 카메라 달아놓고 잘 다녀오라고 했어요. 정말 아무것도 없었죠(웃음). 그냥 자연스럽게 눈에 보이는 걸 이야기하고 오라고 했어요. 호흡을 맞춘 적이 없는데 우희씨 센스가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저는 늘 보던 것들을 이야기하는 거고 우희씨는 처음 보는 설정이라 제가 짓궂게 할 수 있는데 잘 받더라고요. 애드리브가 잘 맞아서 믿음이 생겼어요.”

   
 

‘어느날’을 만들면서 감독과 배우들은 과장을 빼고 사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한 고민을 거쳤다. 판타지적인 요소도 그렇지만 삶과 죽음을 소재로 한만큼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잔잔하게 진행되는 영화이니만큼 연기의 수위를 정하는 부분에도 깊은 고민이 있었다.

“아내인 선화가 아프고 변해가는 모습들을 표현하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병을 인지하고 수술도 하고 극복하려고 하는 것들, 더 나아가서 화를 내는 모습들. 아픈 이를 둔 주변사람을 표현하는 게 힘들더라고요. 혹 왜곡시키거나 오해의 소지를 만들까봐 조심스러웠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지만 이로 인해 힘든 내 상황들까지 복합적으로 얽혀있으니 찍으면서 짜증이 나기도 했어요. 너무 다정하게 말하면 가식으로 보일 수 있고요. 지치고 아프고 사랑하는 모든 걸 넣으려니 수위를 조절하는 부분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앞선 ‘어느날’ 언론시사회에서 천우희는 김남길을 두고 “현장에서 대장 같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진지한 연기를 선보인 그지만 실제 모습은 장난도 많이 치고 분위기를 이끄는 편이다.

“영화도 그렇지만 모든 일이 사실 힘들잖아요. 그래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현장에 가면 나서서 분위기를 띄우는 성향이 있어요. 예를 들면 카메라감독님이 앵글을 잡을 때 괜히 가서 장난도 치고 농담도 건네곤 해요. 다행히 스태프 분들이 잘 받아줬어요. 그러면서 대화를 나누고 고충도 들어요. 모든 걸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배우가 해줄 수 있는 부분들은 챙겨주려고 해요. 언론시사회에서 천우희씨가 저를 보고 ‘대장’이라고 하니까 감독님은 ‘그럼 나는?’이라고 물어보더라고요. 감독님도 보면 어떨 때는 순수해요. 이야기하는 걸 워낙 좋아하세요. 사람들이 공감할 때까지 반복하는 주입식 토크예요. 아이처럼 순수한 부분이 있어요. 연출할 때 그런 게 묻어나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연기를 하는데 있어 힘을 빼려는 그의 노력들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이마저도 지양했다.

“시간이 흘러가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쌓인 모습이 연기에 투영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모르니까 무조건 힘을 줬다면 이제는 힘을 빼요. 물론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매번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그 인물과 작품을 이해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걸 느껴요. 과거 확고했던 신념들이 조금씩 달라지고 노력하는 게 큰 변화 같아요. 연기는 그런 부분에서 인생과 닮아있어요.”

배우로서 자신의 매력을 묻는 말에 김남길은 ‘평범함’을 꼽았다. 특별한 개성은 없어 각인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모든 역을 무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말. 단순한 스타가 아닌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 이는 어떠한 옷을 입어도 어울린다는 굉장한 장점이다. 한때 ‘나에겐 왜 120점짜리 작품이 안 들어올까’라는 생각을 했던 김남길은 ‘이제 70점 작품을 함께 이끌며 120점으로 만들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오퍼스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