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김래원 “연기인생 20년, 이제 연기 걸음마 뗐어요”
[SS인터뷰] 김래원 “연기인생 20년, 이제 연기 걸음마 뗐어요”
  • 승인 2017.03.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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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래원은 로맨틱한 미소, 꿀 떨어지는 목소리를 먼저 연상시키는 배우다. 전작 ‘닥터스’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십분 발휘한 달콤한 매력으로 여심을 저격했던 김래원은 영화 ‘프리즌’을 통해 거친 남자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작년에 유명했던 두 닥터가 의사 가운 벗고 만난거죠. 아주 치열하게”

지난 17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래원은 예상했던 것 보다 시니컬한 화법의 소유자였다. 질문을 던지면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했다. 상상했던 ‘로맨틱 가이’의 이미지와는 다소 달랐지만 인간 김래원의 진짜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

“영화는 마음에 들어요. 배우라면 어떤 영화에도 모두 아쉬움은 조금씩 있는 것 같아요.”

영화 ‘프리즌’에서 꼴통 형사 송유건 역으로 변신, 교도소 안에서 절대군림하는 정익호(한석규)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김래원은 어느 영화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며 관객을 압도한다. 쉴틈없이 이어지는 액션신에 다소 잔인한 장면들도 포함되어 있어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했다.

“실질적으로 잔인한 장면이 나오는 건 없어요. 하지만 사운드나 은근한 잔인함이 드러나는 장면 때문에 눈을 감아도 무섭다고 하시더라고요. 배우들끼리도 그런 부분에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원래 찍기로 마음 먹었던 대로 조절하지 말고 찍자’고 의견을 모았죠. 감독님 역시 욕심이나 부담감이 있었겠지만 연출 의도가 있으셨을테니 만족해요.”

이어 김래원은 강도 높았던 영화 속 액션신에 대해서도 쿨한 대답을 내놓았다.

“(감시탑이 상당히 높았는데?) 안전하진 않았어요.(웃음) 화면에 보이는 것보다 더 높더라고요. 그래도 다행히 감시탑 위에서의 결투는 감정 위주의 액션이었기 때문에 심적인 부분에 더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전체적인 액션 역시 생각보다 쉽게 찍었어요. 비교적 감정을 같이 가져가야 하는 액션이 아니었거든요. 앞서 ‘해바라기’도 분노의 복수를 위한 액션이었고, ‘강남 1970’도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던 반면에 ‘프리즌’은 커다란 목적이 있어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이 아닌 게임같은 싸움이었죠. 어려웠던 것은 교도소라는 설정 때문에 액션신에서 도구를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 정도?(웃음) 대신 마지막 감시탑 장면은 감정이 중시되는 액션신이라 그 부분이 치열하고 힘들었어요.”

   
 

‘프리즌’에는 첫 장면을 제외하면 여배우가 한 명도 출연하지 않는다. ‘로맨스 장인’으로 익숙한 김래원이기에 여배우가 없는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김래원은 “촬영장에서 그런 아쉬움을 가진 배우는 한 명도 없었다. 저희끼리 잘 놀았다”고 답했다.

드라마에서는 달달한 로맨스 연기를 종종 펼쳐왔던 김래원은 영화에서는 그와 상반되는 거칠고 어두운 ‘남자의 액션’을 자주 선보여 왔다. 유독 영화에서는 로맨스 연기가 없는 이유가 문득 궁금해졌다.

“제가 굳이 그렇게 선택한 건 아니고 로맨스 장르의 영화가 잘 안나와요. 영화 준비는 많이 하고 있는데 관객분들이 많이 안찾으시니까 촬영 자체를 잘 못들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흐름에 따라 언젠가 로맨스 영화가 많이 나오는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싶어요. 반면에 TV에서는 로코 장르물들이 사랑을 받는데, 지금까지는 제가 조금 이들을 등한시 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많이 하고 싶었고, 간간히 드라마를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아주 로맨틱한 장르의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닥터스’에 출연했던거에요.”

   
 

김래원의 ‘프리즌’ 출연 결정 사실이 보도되면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선배 배우 한석규와의 호흡이었다. 작품에서 만난 건 처음이지만 훨씬 이전부터 남다른 친분을 쌓아왔다는 두 사람의 의외의 조합에 자연스레 시선이 모였다.

“한석규 선배님과는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7~8년 전부터 친했었어요. 평소 낚시가 취미셨던 선배님이 저한테 먼저 연락을 주셔서 ‘같이 낚시를 해보지 않겠냐’고 물으시면서 시작된 인연이죠. 낚시를 하다보면 서로의 성향이 보이는데 첫 만남 이후로 성향이 잘 맞아서 편하게 지내오고 있어요. 가끔 선배님게서 ‘우린 언제 영화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 역시 ‘언젠간 할 수 있을까?’하는 같은 마음이었죠. 그러다가 ‘프리즌’을 계기로 드디어 같은 작품을 하게 됐어요. 선배님께서 저를 잘 알고 계시니까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편했어요. 취미 생활을 같이 할 때는 형님이지만 일할 때는 대 선배님이신데, 먼저 마음을 열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죠.”

이어 김래원은 ‘프리즌’의 출연 제의를 받았을 당시 한석규에게 고마웠던 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영화사에서 처음 ‘프리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당시 한석규 선배님은 이미 캐스팅이 돼 있던 상태였어요. 그런데 저에게 제의가 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면서도 한 선배님께서는 저한테 전화를 안하셨어요. 왜냐하면 어떤 외압도 없이 제 스스로가 작품을 보고 선택하길 바라셔서 존중해 주신거였죠. 그만큼 저를 아껴주시는거죠. 그래서 작품에 출연을 결정한 것도 낚시를 갔다가 한 선배님께 제일 먼저 말씀드렸어요. 영화사보다도요. (웃음) 항상 진심으로 격려해주시고 힘이 돼 주시는 형님이시고 이제는 가족같이 익숙해져서 늘 고마운 분이세요.”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었다는 한석규와의 호흡도 맞췄겠다, 이제 또 다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생겼는지 물었다.

“문근영 씨와 언제 한 번 다시 만나지 않을까 싶어요. 참 인성도 좋고 속도 깊고 생각이 많은 친군데, ‘어린신부’에서 만났었지만 나중에 또 한 번 만날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또 다른 배우가 있다면?) 이건 정말 그냥 우스갯소리로 마리옹꼬띠아르요.(웃음) 예쁘잖아요. 꾸밈이 없고 너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 배우로 치면 하지원, 공효진 씨가 좋은 것 같아요.”

여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미소를 짓던 김래원에게 은근슬쩍 연애와 결혼에 대한 질문을 이어 던졌다. 하지만 김래원에게서는 “지금 연애중인 상대는 없다”는 다소 아쉬운 대답이 나왔다.

“연애를 한다면 굳이 숨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최근에 너무 쉬지않고 작품을 해서 연애를 할 기회가 없네요. 지금 제가 살아가는 데 연애가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 것 같아요. 이제 결혼도 할 때가 되긴 했죠. 그런데 연기적으로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걷기 시작했는데 다른 것 생각이 나겠어요?(웃음)”

   
 

어느덧 연기 생활 20년이 된 김래원은 자신의 연기 경력에 대한 언급이 나오자 “20대와 30대 이후를 나눠서 보자면 같은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임하는 방식에서 전혀 다른 분야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꺼냈다.

“20대 때는 저도 예뻐 보이고 멋있어 보이려고 인기를 유지하고 얻는데 대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보다 더 큰 배우로서의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목적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지금은 그런 외적인 것 보다 다른 걸 더 부각시킬 수 있을 것이 있을 것 같아서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런 면에서 20대와 30대 이후의 제 연기 생활은 정말 큰 차이가 있죠. 보이는 것도 다르고, 목적도 다르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연기에 대해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이제 막 걷기 시작하는 단계고, 앞으로 뛰고 날 수 있는 시간도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는거죠. 이건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진심이에요. 20대 때는 뭘 어떻게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함과 유지가 다였는데 지금은 아주 시야가 넓고, 해야 할 것도 태산이에요. 자신감 넘치면서도 부딪힐 것도 걱정되고, 넘어야 할 산도 많거든요.”

   
 

김래원은 앞으로 한 동안 22일 전야 개봉 이후 23일 본격적으로 관객 몰이를 시작한 ‘프리즌’ 홍보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올해 개봉 예정인 곽경택 감독의 스릴러 영화 ‘부활(가제)’ 역시 김래원을 기다리고 있다. 연달아 두 편의 영화로 바쁜 시간을 보낼 김래원의 다음 작품에도 자연스레 궁금증이 닿았다.

“지금 시나리오들을 보고 있어요. 드라마 대본들도 보고 있고요. 우선 ‘프리즌’과 ‘부활(가제)’ 일정을 열심히 하면서 다른 작품들도 얼른 시작하려고 해요. 예전에 비하면 지금 정말 작품을 많이 하고 있는거에요. 예전에는 3년에 2개 작품 정도 했었는데, 최근에는 1년 반동안 3개를 해버렸거든요.(웃음) 앞으로도 지금처럼 열심히 해야죠.”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