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 손현주·장혁·김상호, 시대의 아픔과 의지 말하다 (종합)
‘보통사람’ 손현주·장혁·김상호, 시대의 아픔과 의지 말하다 (종합)
  • 승인 2017.03.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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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과 2017년, 30년이 흘렀지만 시대의 아픔과 희망은 여전하다. 손현주, 장혁, 김상호가 빛나는 열연으로 관객들을 격동의 80년대로 소환했다.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영화 ‘보통사람’(감독 김봉한)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김봉한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지승현이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보통사람’은 1980년대, 보통의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 분)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정한 자유와 정의를 위해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던 사람들도 지금의 사람들도 그저 남들만큼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영화는 국가에 충성하며 잘못된 소신을 지니고 살아가는 안기부 실장, 진실을 찾아 헤매는 기자, 아내와 아이와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형사 등을 통해 그때와 지금에도 변치 않은 시대상과 가치관을 조명한다.

이날 김봉한 감독은 기득권을 고발하는 비슷한 소재들의 영화들에 관해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투샷의 영화라고 생각했다. 극도로 가까이 가는 카메라와 화면 분할을 중점으로 생각했다. ‘내부자들’이나 ‘더킹’ 모두 봤지만 따라하진 않았다. 상업적인 영화인지 아닌지는 관객이 판단하는 부분인 것 같다.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김봉한 감독은 현시국과 맞물려 영화가 개봉하는 것에 관해 “손현주 선배가 이전 작품을 끝내고 2년을 기다려줬다. 시의성을 생각해서 지금 나온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봉한 감독은 “‘보통사람’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인 느낌을 내고 싶었다. 보통사람으로 사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과거 모 대통령이 ‘보통사람’이라는 프레임으로 대통령이 되셨는데 이를 생각하고 지었다”고 밝히며 노태우 전 대통령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손현주는 가족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었던 평범한 가장 성진 역을 맡았다. 손현주는 “처음 김봉한 감독과 이야기할 때는 1980년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1970년도였다. 정확히는 75년도였다. 회의 끝에 80년도로 변경했다. 격동기였다”며 시대적 배경을 언급했다.

손현주는 “‘보통사람’ 시나리오를 받고 2017년도에 1980년도를 그리면 어떨까 싶었다. 지금의 아버지와 그때의 아버지가 다를까라는 궁금증이 있었다.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아내를 지키고 아이를 지키는 마음은 같다. 다만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선택에 관해서는 고민이 많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손현주는 1980년대를 회상하며 “80년대에 대학교를 다녔다. 그렇게 먼 이야기 같지 않다. 오래 지난 것 같지 않다”며 “감독판이 나온다면 빠져있는 장면들, 왜 그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해 설명이 들어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혁은 국가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냉혈한 최연소 안기부 실장 최규남을 연기했다. 장혁은 “배역은 미워해도 배우는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인사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혁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연기와 말투를 달리한 건 아니다. 감정을 가져간 신은 두 신이다. 나머지는 감정을 빼고 가야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처음에 시국선언문을 쓴 교수님을 찾아갈 때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때와 마지막 검사에게 했던 말들 외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누군가의 소신이 잘 못될 수도 있다 것을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고 자신의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이어 장혁은 “1980년대에 나는 영화에 나오는 민국이 나이였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며 “그때는 친구만나서 구슬치고 딱지치고 놀았다. 뉴스를 보는 나이도 아니었다. 최루탄 냄새를 맡아보지도 못했다. 다만 바나나가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보다는 감정 없는 벽의 느낌으로 연기하고 싶었다. 시대와 상관없는 인물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현장의 분위기는 많은 선배분들과 후배분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김상호는 상식 없는 시대를 안타까워하며 진실을 찾아 헤매는 자유일보 기자 추재진 역을 맡았다. 김상호는 “내가 생각하는 보통사람은 내일 뭐 먹지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생각들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자기 직업군에서 할 말은 하는 게 보통사람이라 생각한다”며 소신을 밝혔다.

김상호는 “내가 만약에 성진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기자여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 그는 자기 일을 해내지 않았을 때 사회가 어떻게 되는 지 아는 사람이라서 자신의 일을 해낸 거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보통사람’에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 등을 연상케 하는 내용들이 등장한다. 이에 김봉한 감독은 “대한민국의 실제 사건이 들어있다. 과거 사건을 보면서 그때와 지금이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장혁씨의 인물도 특정 인물은 아니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사람, 사회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봉한 감독은 “우리 영화는 팩션이다. 픽션과 팩트의 경계점이 있다. 이스터에그를 군데군데 숨겨놓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감독은 “3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내포하는 건 30년을 버텨온 보통사람의 주름진 얼굴과 의지다”라고 말했다.

한편 ‘보통사람’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