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해빙’ 조진웅 “연기 잘하고 싶은 게 진짜 꿈”
[SS인터뷰] ‘해빙’ 조진웅 “연기 잘하고 싶은 게 진짜 꿈”
  • 승인 2017.03.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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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빙’에서 조진웅은 데뷔 첫 스크린 원톱으로 마음껏 뛰놀았다. 심리 스릴러 장르에 특화된 배우처럼 손대면 끊어질 듯한 예민한 감정들을 계속해서 변주하며 극을 이끌었다. ‘해빙’을 통해 심리 스릴러에 처음 도전한 조진웅은 여전히 신뢰감 있는 연기를 보여줬고 그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혔다. 조진웅은 완성된 ‘해빙’을 보고 완주했다는 기분이라며 조금은 안도한 듯 보였다. 그는 ‘해빙’을 ‘산통을 겪고 낳은 우리 애’라고 지칭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우리 ‘해빙은 애가 불안하고 약간 건들면 무너질 것 같아요. 간만에 세련된 스릴러가 나온 것 같아서 좋죠. 잘 짜인 구조를 가져왔고 시나리오로 읽어서 강하게 오는 것도 있는데 영화로 구현되니 더 잘 보이는 것들도 있더라고요. 심리 스릴러를 처음 했는데 이렇게 흠뻑 빠질 줄 몰랐어요.”

‘해빙’에서 조진웅은 강남에서 병원을 개업했다가 망하고 이혼 후 선배의 병원에 계약직 의사로 들어온 승훈을 연기했다. 영화는 수면내시경 도중 한 노인이 가수면 상태에서 살인을 고백하는 듯한 섬뜩한 말을 뱉으며 본격적인 스릴러가 시작된다. 영화는 초반부와 중반부에서 완전히 상황이 뒤집히며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스릴러 영화는 마음대로 짜깁기하기 힘든 장르예요. 상당한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힘든데 감독님과 서로 이해를 하고 그 안에서 작업했어요. 캐릭터가 이렇게 에너지 증폭이 클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어떤 영화에서는 캐릭터가 기능적으로 존재하는데 ‘해빙’은 아니었어요. 심도가 깊었죠. 계산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요. 계산을 하면서 찍기도 했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그냥 던져볼까요’라고 말하고 부딪혀본 거죠. 더 외롭고 녹록치 않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슴이 요동치는 에너지 활용이 재미있었어요.”

   
 

범인을 추격하고 사건을 파헤치는 기존 스릴러와 달리 ‘해빙’은 인물의 심리상태의 변화와 압박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래서 더욱 세밀한 연기가 필요했고 힘든 만큼 연기적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수갑에 묶여있는 장면에서 실제 수갑을 찼어요. 그런데 너무 발버둥을 치니까 수갑이 풀렸어요. 테이크도 많이 갔죠. 집에 와서 보니까 팔꿈치 아래로 전부 멍이 든 거예요. 몰랐어요. 고등어처럼 팔딱거리니 처음에는 두 명만 붙잡는 걸로 설정했는데 나중에는 간호사까지 투입됐죠. 집에서 멍을 보면서 ‘이렇게까지 했네’라며 흐뭇하게 봤어요. 와이프가 ‘오빠 뭐야?’라고 묻는데 ‘멍이지. 수갑 찼는데 이렇게 됐어’라고 말하며 뿌듯해 했어요(웃음).”

이수연 감독은 조진웅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그를 위한 판을 짰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 후반부 롱테이크신을 위해서는 최대한 개입을 배제하며 자유롭게 풀어뒀다. 동일한 상황에서 각기 다른 관점으로 진행되는 장면들에서도 캐릭터들이 살아날 수 있게 신경 썼다.

“정확하게 판을 이해시키기 위한 감독님의 노력이 있었어요. 제 관점에서 이야기하던 상황이 청아의 관점으로 볼 때 느낌이 바뀌어야 하잖아요. 감독님께서 설명을 많이 해주시고 도달하지 못하면 지적도 해주셨어요. 숲을 보는 사람이 ‘저쪽에 단풍이 너무 들었네’라고 하면 단풍을 좀 빼는 거죠. 단순히 연출을 하시는 게 아니라 집필까지 하셨으니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또 스릴러가 본인의 주 무기니까요. 배우가 혼란스러울 수 있는 부분을 미연에 방지하신 것 같아요. 나중에 보니 확연히 다르더라고요.”

   
 

조진웅은 지난 1월 31일 ‘대장 김창수’ 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공작’을 촬영 중이다. 연극무대를 거쳐 2004년 스크린에 데뷔한 조진웅은 어느덧 5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최근 몇 년 간은 1년에 3~4편의 작품을 꾸준히 촬영하며 다작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활동을 이어가지만 매번 진정성과 진심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거듭 밝혔다.

“다른 계산보다는 작품을 보는 게 가장 먼저이죠. 그리고 같이 하는 사람이 어떤지를 봤어요. 예전에는 주인공이 캐스팅되고 제가 조단역이 많았으니 늦게 됐는데 요즘은 제가 먼저 돼서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좋은 사람들이 오시겠지’라고 생각하고 작업해요. 그리고 작품을 할 때는 진정성과 진심을 담아내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지죠. 매번 말하지만 진심이에요. 그런데 어려워요. 지금 ‘보안관’, ‘대장 김창수’가 끝났고 ‘공작’을 할 텐데 잘하는 게 꿈이에요. 진짜 ‘대장 김창수’는 3년을 고사했어요. 그러다 술자리에서 꾐에 넘어 간 거지(웃음).”

대부분의 배우들이 자신이 촬영한 장면을 곧바로 모니터링 하지만 조진웅은 모니터링을 잘 하지 않는 배우다. 연출과 편집의 권한을 가진 감독을 믿는 것도 있지만 아무리해도 자신의 연기에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2017년 바람을 묻자 그는 “‘해빙’처럼 하루아침에 전락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내일 당장 찍을 촬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재파탈’이라고 불리며 외모와 연기에서 모두 사랑받는 조진웅은 끝까지 겸손했고 연기에 있어 누구보다 진지했다.

“외모이야기는 나올 때 마다 쑥스러워요. 그렇게 살아온 적이 없으니 잘생겼다고 그러고 본인의 매력이 뭐냐고 물으면 익숙하지 않아요. 그런 사람은 DNA가 다른 것 같아요. 제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는 건 배우로서 큰 칭찬이라고 생각해서 감사해요. 사실 ‘시그널’의 이재한 경사 같은 역은 누가해도 다 멋있어요. 가수에게 노래 정말 좋다고 말해주면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배우인데 연기가 좋다고 하면 진짜 기분 좋은 거죠. 그런데 칭찬을 받지 못하는 상황도 있으니 대비를 해야죠. 그래서 항상 작업에 매진하는 것 같아요. 꿈이죠. 연기 잘하고 싶은 건. 저에게 진짜 꿈은 그거예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