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싱글라이더’ 공효진, 장르·캐릭터 가리지 않고 빛나는 존재감
[SS인터뷰] ‘싱글라이더’ 공효진, 장르·캐릭터 가리지 않고 빛나는 존재감
  • 승인 2017.02.2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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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새로운 얼굴로 감탄을 자아내는 공효진이 올해는 감성드라마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남성위주의 범죄오락액션이 판을 치는 극장가에서 색다른 감성의 스릴러로 여배우의 존재감을 뿜어내던 공효진이 이번에는 연기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었다.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는 안정된 삶을 살아가던 한 가장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싱글라이더’에서 이병헌은 호주로 떠나는 가장 재훈 역을 공효진은 남편을 한국에 두고 호주에서 아들과 생활하는 아내 수진 역을 맡았다.

“저는 재훈이라는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어요. ‘미씽’ 때처럼 여운이 많이 남았어요. 사실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않아요. 며칠 동안 생각나고 씁쓸한 느낌이 남아있었어요. 이병헌 선배님도 그걸 느낀 것 같아요. 제 캐릭터에 관해서 말하자면 정말 완벽하게 공감이 되진 않았어요. 그 동안 특이한 캐릭터를 많이 했고 매번 무슨 심정일까 생각해왔어요.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이 사는 방식을 배우는 것 같아요. 수진이라는 역할은 결혼을 안 한 싱글이 감정이입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시나리오에 매료됐어요. 호주에서 외국인과 영어로 연기하는 것도 흥미가 있었고 그 풍경, 그림 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물론 이전 역할들에 비해 심심한 감이 있지만 이런 모습들도 다양하게 보여줘야 할 것 같았어요.”

영화는 앞만 보고 달리느라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후회하는 재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된다. 영화 속 재훈이 딸과 아내를 호주로 보낸 것처럼 공효진은 과거 기러기아빠를 한국에 두고 호주에서 유학생활을 보냈다.

“영화에 나오는 본다이 비치는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 6개월을 보낸 곳이에요. 점심시간에 비치에 앉아 샌드위치 먹고 그랬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본다이 비치가 나와서 특별한 감정으로 읽었어요. 영화 속 재훈처럼 저희 아빠도 기러기아빠였어요. IMF가 터지고 귀국하라고 해서 동생만 남겨두고 어머니와 저는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영화를 보면서 ‘아빠가 재훈 같은 심정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를 보면서 아빠가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아내 곁을 맴도는 재훈의 시선을 따라가는 영화인만큼 이병헌과 공효진이 실제로 감정을 주고받는 장면은 거의 없다. 워홀러 지나 역의 안소희와는 단 한 장면도 붙지 않는다. 공효진은 연기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촬영 외적인 부분을 공유하며 달랬다. 촬영이 없는 날에는 안소희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영화에선 저하고 소희가 겹치지 않아요. 초반에는 소희가 촬영이 많았고 저는 중반에 많아서 시간이 잘 안 맞았는데 후반부에는 이병헌 선배님 촬영이 쭉 있어서 저희는 좀 쉬었어요. 그래서 서울을 다녀와야 하나 싶었죠. 해수욕장에서 테니스를 치고 있으면 병헌 선배가 ‘너무 힘들어. 너희는 놀고 있니?’라고 말했어요(웃음). 소희는 제가 안 부르면 그냥 방에 박혀있을 것 같아서 밖에서 저희 어머니와 함께 영화도 한 번 봤어요. 밥도 같이 먹고 쇼핑도 하고 구경도 같이 다녔어요. 제가 조언을 많이 해줬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함께 있는 시간에 대화를 이어갈 공통 관심사가 작품 밖에 없었어요. 모든 걸 세세하게 말해주면 혼란을 줄 수 있어요. 스스로 겪어야지 아는 것들도 있고 배우마다 성향이 있는 거니까. 그래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죠.”

이병헌과 많은 연기호흡을 나누지 못한 공효진은 다음에는 어떤 작품에서 만나고 싶은지 묻는 말에 ‘코믹스릴러’를 언급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병헌 선배에게 스릴러를 한편 배우고 싶어요. 아니면 서부극도 괜찮고요. 언제는 제가 선배님께 코믹은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코믹스릴러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코미디를 잘하실 것 같은데 한 번도 없네요. 점잖은 개그를 구사하세요. 그래서 처음에는 모르고 반복되면 빵빵 터져요. ‘지금 안 웃겨도 방에 가서 웃길 걸’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나중에 웃겨서 문자를 보낸 적도 있어요(웃음).”

   
 

‘미씽: 사라진 여자’에 이어 연달아 여성 감독과 함께 했다. 더불어 이번에는 감독의 장편영화 입봉작이다. 공효진은 “쉽지 않았을 조합인데 감독님이 뚝심이 있었다. 대본에서 느껴지던 센스와 본인만의 색이 정확한 분이다”며 이주영 감독과의 호흡을 언급했다. 매 작품 섬세한 감정들을 그녀만의 감성으로 풀어내며 호평을 받아온 공효진은 그동안 숱한 작품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들을 도맡아했다. ‘싱글라이더’ 역시 큰 감정의 폭이 없는 캐릭터지만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드는 연기로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작품의 선택을 대범하게 하는 것 같아요. ‘미씽’은 여성이 주가 되는 영화인데 ‘싱글라이더’는 남성 캐릭터를 뒷받침하고 감정이입을 돕는 역할을 했어요. ‘여배우’라는 단어 자체가 성차별이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그냥 성별을 말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여성이 주가 되는 영화가 성공한 게 많다지만 사실 전도연 선배님이 활발하게 작품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런 것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미씽’과 ‘싱글라이더’에서 제 포지셔닝이 다른데 그런 면에서 스펙트럼이 넓다고 말해주시는 것 같아요. 일반적인 동선으로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가 봐요. 이번 영화는 저의 연기보다는 순전히 재훈의 캐릭터에 매료돼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선택이 대범하다는 건 그만큼 연기 자체에 욕심이 많다는 뜻이다. 쉬고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오면 놓질 못한다. ‘이제는 조급함을 놓고 싶다’고 했지만 작품 이야기를 하며 반짝이는 그녀의 눈을 보니 조만간 더욱 새로운 작품에서 그녀의 연기를 보게 될 것 같다.

“배우가 연기를 할 기회가 없으면 되게 답답하고 해소되지 않는 것들로 힘들어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게 아니라 가수가 노래를 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배우도 연기를 하고 싶은 거죠. 작년부터 인간 공효진의 챕터를 넘길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극적인 국면을 맞이할 때가 온 것 같은데 그게 또래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결혼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저는 계속해서 넘길 수 없는 좋은 작품들이 와서 일을 했는데 정신과 육체적으로 과부하가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쉬고 싶은데 막상 또 한달 정도 쉬면 작품을 알아볼 것 같아요. 이런 조급함을 놓고 싶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