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낭만닥터 김사부’ 유연석이 물었다, 좋은 배우인가? 최고의 배우인가?
[SS인터뷰] ‘낭만닥터 김사부’ 유연석이 물었다, 좋은 배우인가? 최고의 배우인가?
  • 승인 2017.01.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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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끝이 났다. 극중 유연석은 자신이 잘난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의사 강동주로 분했다. 유연석에게 ‘낭만닥터 김사부’는 행운이었고, 흥행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 작품이었다.

‘낭만닥터 김사부’ 흥행의 보상으로 받은 세부 포상휴가를 다녀온 뒤 만난 유연석. 세부 여행 이야기를 꺼내자 “가서 못 다한 얘기 많이 하고 배우들과 다음 작품 이야기도 하고, 촬영하면서 있었던 일도 얘기 했어요. 이별여행 처럼 느껴져서 아쉽더라고요”라며 아쉬워했다. 유연석은 인터뷰 일정을 위해 팀보다 몇시간 앞서 한국에 돌아왔기에 더욱 아쉬움이 컸으리라.

유연석이 ‘낭만닥터 김사부’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이유는 유독 팀 분위가 좋았기 때문이다. 유인식 PD는 작업 중 배우들에게 별다른 디렉션 대신 “쓱 해서 쓱 해”라고 말할 정도로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았다.

“이렇게 잘 될 거라는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어요. 대본 리딩을 했을 때 좋은 기운이 있긴 했어요. 우리가 부끄럽지 않은 월메이드 한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은 있었어요.”

“연장자 선배들이 분위기 메이커를 많이 해줬어요. 한석규 선배가 많이 귀여우세요.(웃음) 진지하게 연기하다가도 갑자기 컷하고 NG내고 귀엽게 장난치고요. 너무나 재밌었고 변우민 선배가 한선배와 또래신데 후배들을 잘 챙겨 주세요. 진경, 임원희 선배도 캐릭터가 독특하고 재밌었어요. 누구하나 꼽기 힘들 정도로 분위기 좋게 하는 사람들 많았어요. 만약 분위기 메이커라 한 분이라면 그 한 배우가 없을 때 현장 분위기는 또 달라지잖아요. 돌담병원 세트에서 대부분의 촬영이 있어서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같은 세트장에서 한 무대에서 호흡하다 보니 연극할 때처럼 같은 마음으로 살 부비면서 지냈어요.”

   
 

유연석이 연기한 강동주는 완벽한 성장 캐릭터라고 평가 받는다. 세상에서 수술이 제일 쉬웠던 의사, 자기가 잘난 것을 너무나 잘 알아 ‘언터쳐블 인턴’이었던 강동주는 돌담병원에서 낭만닥터 김사부를 만나 낭만을 알게된다.

“동주란 캐릭터가 미성숙한 상태였잖아요. 너무 멋 부리지 않고 흔들릴 때는 흔들리고 갈등할 때는 그런 갈등하는 모습을 시원하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캐릭터가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 통해 큰 진폭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소리치거나 싸우거나 장난스러울 때도 동주가 있었다. 한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언제 있었나 생각하면 기억이 안나요. 작가님이 동주를 모니터링하면서 더 입체적으로 많이 그려줬다. 시종일관 진지한 캐릭터도 아니라 촬영이 재미있었어요.”

강동주만 성장한 게 아니다. ‘낭만닥터 김사부’ 21회가 전개되는 동안 유연석도 성장하고 있었다. 유연석 역시 자신이 달라진 것을 실감했다.

“초반에 찍은 장면 보면 저도 많이 달라졌어요. 많은 분들이 하는 얘기가 정말 많이 좋아졌다고 해요. 강동주가 김사부를 닮는 것처럼 저도 한 선배의 여유를 배우고 싶었어요. 아무리 바쁘지만 놓치지 않으며 끊임없이 고민하세요. 드라마 일정이 바쁜 것은 모두가 알잖아요. 제가 이 순간 핑계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었죠. 선배님을 보면서 아무리 바쁘지만 끊임없이 고민 놓지 않았어요. 하나하나 쌓여서 마지막에 좋은 결과 있지 않았을까요?”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유연석은 ‘그날의 분위기’ ‘해어화’ ‘은밀한 유혹’ ‘건축학개론’ ‘늑대소년’ ‘화이:괴물을 삼긴 아이’를 비롯해 드라마 ‘구가의서’ ‘맨도롱 또똣’ ‘응답하라 1994’ 등에 출연했다. 2013년 ‘응답하라 1994’를 제외하고 주연작으로 나선 작품들이 크게 흥행하지 못한 게 사실. ‘낭만닥터 김사부’는 유연석에게 이러한 흥행의 갈증을 해소해 준 작품이었다.

“갈증 해소 정도가 아니라 넘쳤어요. 시청률이 전부는 아닐 수 있지만 열심히 준비한 작품을 많은 분들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잖아요. 이번에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봐주셨어요. 30% 가까이 나오는 게 쉽지 않잖아요. 어떤 한 세대에 국한돼 드라마 보는 게 아니라 연령대 가리지 않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가능했어요. 제가 아는 의사들도 재밌게 본다고 연락이 왔어요. 인턴 때 생각이 나고 의사로 사명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해줬다고요. 종방연 하는 날 촬영한 병원의 소아병동을 찾았는데 환자들이 잘 보고 있다면서 강동주 선생 왔냐면서 반가워 해주셨어요. 의사들도 와서 본인도 레지던트라고 하는데 기분도 좋고 보람이 있었어요.”

   
 

‘낭만닥터 김사부’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이유는 아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누군지 알아”식의 막무가내 갑질 환자를 비롯해 성범죄를 당한 후 고통 받는 피해자 가족, 메르스 사태, 사망진단서,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의 가족 등.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 많았다. 또 드라마가 전하는 묵직한 메시지 역시 분명했다.

“사회적 문제, 이슈에 대해 과감하게 문제제기를 해서 속 시원하게 보시지 않았을까요? 탈영병이 죽은 후 사망진단서를 써야하는 상황에서 갈등한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외인사와 병사를 두고 고민하잖아요. 군대 내 구타와 사망 진단서를 작성함에 있어 의사로 신념과 개인적인 선택에 대한 갈등을 잘 보여줬다. 그때가 기억이 많이 남아요. 의학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당시 외인사 논란(백남기 농민)에 대해 저도 인지하고 있었어요.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들이 소명서를 올렸어요. 사망진단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는 내용이 있었어요. 그 부분이 제 대사에 그대로 나왔어요. 그 에피소드는 정말 공감을 많이 했어요. 그때 동주의 모습이 단순히 정의롭지 않았고, 갈등하고 흔들렸는데 소신을 지켰잖아요. 저도 가슴 떨려하면서 촬영한 기억이 있어요.”

‘낭만닥터 김사부’ 속 대사들은 유연석을 다시 돌아보고 여러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강동주가 김사부에게 한 ‘좋은 의사’와 ‘최고의 의사’를 묻는 질문 역시 그랬다. 김사부는 이러한 질문에 “지금 여기 누워있는 환자한테 물어보면 어떤 쪽 의사를 원한다고 할 거 같냐? 필요한 의사.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걸 총동원해서 이 환자한테 필요한 의사가 되려고 노력 중”이란 대답을 내놓는다.

“이 질문을 나에게 했어요. 좋은 배우? 최고의 배우? 가만히 생각하면 그 과정을 겪었어요. 데뷔하고 나서는 인정받고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이후에 이름을 알리고 나서는 최고의 배우가 되기 위해 야망을 품고 욕심을 부렸어요. 지금은 질문하면서 꼭 필요한 배우가 돼야겠다 생각해요. 내가 만약에 더 이상 배우를 안 한다고 했을 때 보고 싶고 생각나고 ‘이 작품에 이 배우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하는 그런 배우요.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진이 이 역할은 이 배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배우가 되면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요?”

인터뷰 말미. 마지막으로 “강동주는 지금 뭘 하고 있을 것 같냐”라고 물었다.

“응급실에서 환자보고 수술할 것 같아요. 의사들이 그렇잖아요. 밥 때는 따로 없고, 본인은 샌드위치로 때우면서 환자들에게는 식사 거르지 말라고 하는데 대단해요.”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삼화네트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