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여교사' 김하늘, 20년차 배우의 숨겨왔던 파격
[SS인터뷰] '여교사' 김하늘, 20년차 배우의 숨겨왔던 파격
  • 승인 2017.01.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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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이 확 바뀌었다. 그간 맑고, 밝고 사랑스러운 역할들을 주로 맡으며 러블리한 ‘김스카이’로 사랑을 받아왔던 김하늘이 최근 연달아 선보인 두 편의 작품에서 서로 다른 의미의 색다른 변신을 선보인 것. 자칫 낯설수도 있는 새로운 모습들로 변신을 감행한 김하늘의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4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여교사’ 속 ‘효주’ 역으로 생애 가장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 김하늘을 만났다.

인터뷰 전날, VIP 시사회를 마친 김하늘은 영화를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제 영화인데도 굉장히 몰입이 잘되더라”며 미소를 지었다.

“VIP 시사회에 와 준 친구들은 다른 때에는 ‘잘 봤어’라는 인사를 건네더니 이번에는 ‘너 좀 무서워, 너무 낯설다’라고 말하더라고요. (남편 반응은?) 남편은 굉장히 잘 봤다고 이야기 해 줬어요. 저한테 되게 멋있다고 칭찬해줬죠.”

인터뷰 당일, 아침부터 각종 매체들에서 김하늘의 인터뷰 기사가 쏟아졌다. 그 중 대부분은 김하늘의 남편에 관한 이야기였다. 인터뷰 내내 남편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 김하늘의 모습에서 사랑받고 있는 여자의 여유와 아름다움이 묻어났다.

‘여교사’를 촬영할 당시 지금의 남편과 한창 열애 중이었다는 김하늘은 유난히 자존감을 떨어지게 만든 ‘효주’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있어 남편의 사랑이 큰 힘이 됐다고 입을 열었다.

“‘여교사’를 촬영할 당시에는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하던 때라서 사랑받고 있는 시기였어요. 정말 고맙게도 그 부분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어요.”

김하늘이 이처럼 남편의 사랑이 힘이 됐다고 강조한 이유는 ‘여교사’가 김하늘에게 유난히 감정적으로 힘든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김하늘은 ‘여교사’를 선택할 때, 그리고 촬영을 마치기 전 까지도 ‘효주’라는 캐릭터 때문에 많은 고민과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들이 존재했음을 밝혔다.

“사실 이 작품을 선택할 때 ‘효주’라는 역할이 모멸감이나 열등감이 너무 크고, 감정이 힘들다보니까 ‘나는 이 연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거든요. 돌이켜보니 20년 가까이 너무 감사하게도 늘 사랑을 받는 역할을 했더라고요. 사랑을 주고 받고 이런 역할을 해왔었는데 이 친구(효주)는 낮은 자존감, 열등감 뿐만 아니라 학생으로부터 정말 모멸감이 드는 말까지 듣잖아요. 그게 연기 할 때도 그렇게 느낌이 좋진 않거든요. 그런데 대본을 다 읽고 닫았을 때 효주의 잔상이 너무 오래 남았어요. ‘내가 효주를 연기하면서 잡아주고 싶다’ 이런 느낌? 배우로서의 욕심과 감정적인 욕심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촬영을 마친 후 감정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다행히 저는 연기를 하고 나서 작품을 마치면 그 안에 감정을 두고 나오는 편이라서 촬영 하는 동안에는 힘들었지만, 거기서 나오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여교사’ 속 효주는 소위 ‘흙수저’인 계약직 교사다. 만난지 오래됐지만 무능력하고 이를 타개할 의지도 없는 남자친구에,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이었던 정규직 전환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이사장 딸 ‘혜영’에게 빼앗긴다. 그런 효주가 우연히 임시 담임을 맡게 된 반의 무용 특기생 재하에게 느꼈던 불같은 감정은 사랑이었을까. 이 질문에 김하늘은 “사랑이라고 느꼈지만 착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물론 관객 분들이 보셨을 때는 여러가지 감정으로 가져가실 수 있을 것 같지만 저는 재하를 향한 효주의 마음은 사랑이라고 느꼈지만 착각이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효주가 의지할 곳이 없고 뭔가 마음을 줄 수 있는 곳이 없이 오롯이 혼자 살아왔잖아요. 그런 효주의 삶에서 그나마 희망이라고 말할 것이 정규직과 남자친구였는데, 그 둘 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가버리고. 그렇게 희망도 없는 삶 속에서 어느날 뭔가 빠져들 수 있는 것이 반짝거리는 순간이 재하를 만났을 때가 아닐까요. 그 감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재하였던 것 같아요.”

효주와 혜영의 관계의 중심에 위치한 인물 재하(이원근)는 극 내내 김하늘과 함께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김하늘은 이번 영화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그런 재하와 효주 사이의 감정선을 찾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효주가 언제부터 재하를 마음에 담기 시작했는지, 재하를 담는게 맞는건지, 그런 감정을 좋아하는 감정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선생으로의 감정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하는 고민이었어요. 그 사이의 감정선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렇게 김하늘을 힘들게 했던 ‘재하’ 역을 맡은 신예 이원근. 김하늘은 이원근의 연기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자신의 신인 시절을 떠올렸다.

“제가 그 친구의 연기를 평가하긴 그렇지만 조금은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 한 감독님께서 저한테 ‘다 잘하려고 하지 마라. 커 갈 때는 몇 개만 잘해도 넌 잘하는 거다. 그것만 생각해라. 뒤돌아서 못한 것만 생각하지 말고 잘 한 것을 생각하면 점점 잘한 부분들이 더 많아질거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저는 ‘바이준’을 보면 그냥 다 싫었거든요.(웃음) 그런데 한 작품씩 지나다 보니까 ‘어, 저 장면은 괜찮네’ 하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늘어나더라고요. (이)원근이도 분명 스스로 느끼기에 부족했던 신도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본인이 잘한 신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그 친구는 박수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교사’ 속에서 재하를 만나기 전과 만나고 난 후, 파국에 치닫기 까지 효주의 의상은 시나리오와 발을 맞추듯 점점 변화한다. 수수한 무채색의 바지를 고수하던 영화 초반과 어느새 치마와 핑크색 등 조금은 화려해진 컬러와 진해진 화장을 선보이는 영화 후반의 효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이에 김하늘은 “다 시나리오에 맞춰 생각한 의상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감독님께서 자꾸 무채색에 바지만 입고 나오는데도 괜찮다고, 예쁘다고 해주시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찍은 화면을 보니까 정말 안예쁘더라고요. 사실 정말 초라했는데 감독님께서는 그런 것을 통해서 제가 가진 색을 벗기고 싶었던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을 보면 너무 못생기고, 멜로 장면이었다면 감독님께 항의했을 것 같은 얼굴들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효주 같아서 좋았어요.(웃음) 점점 의상이 변화하는 것도 처음부터 대부분 정해놓고 갔었어요. 그 중에는 제 소장 옷들도 몇 벌 있었어요. 핑크색 블라우스나 재하에게 꽃다발을 주러 갈 때 입었던 치마 등도 다 제 것이었고. 영화 속에서 내내 들고 나오는 가방도 제꺼였어요. 영화 속에서 제가 들 가방을 정하는데 다들 너무 새 제품인거에요. 일부러 오래된 느낌으로 만들기도 힘들고, 그래서 제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 좋다고 하시길래 그냥 제 걸 들고 촬영했었죠.”

‘여교사’에서 효주의 열등감을 자극하는 인물인 낙하산 정교사 혜영 역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던 배우 유인영은 앞서 연기를 할 때의 감정 몰입을 위해 일부러 김하늘과의 어색한 기류를 유지하려 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하늘은 “그건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저는 어릴 때 부터 선배님들에게 잘 하려고 해도 분명히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던 편이라 제가 선배가 되면 후배들의 행동을 오해하지 않으려고 생각했어요. 항상 ‘이 친구가 저한테 개인적으로 뭘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한게 아니라 캐릭터가 중요했거든요. 물론 후배 배우가 저한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다면 이야기를 하겠지만 이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 그러면서도 (유)인영 씨가 선배인 저를 많이 챙겨주시려는 느낌이 들어서 괜찮았어요.”

그러면서 오히려 김하늘은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후배 배우들에 대한 개인적인 미안함을 고백했다.

“제가 후배일 때는 편하기도 하고, 어려우면 물어보고 기대기도 할 수 있었는데 어느새 현장에서 ‘최고참’의 입장이 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되면서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해요. ‘여교사’ 때도 그렇고 ‘공항 가는 길’에서는 제가 제일 선배였는데 저는 두 가지 일을 잘 못하는 성격인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서 이 캐릭터를 통해 연기를 정말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 극을 끌고 나가야 하는 역할이다보니까 부담감이 정말 커서 그런 사적인 것을 신경 쓸 겨를 자체가 아예 없고 제 연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감독님과 모니터를 하기에 바빠서 오히려 후배들을 많이 못 챙겨줬던 것 같아요. 미안하죠. 이 친구들 편하게 해 주는 것 이외에도 그 이상의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걸 제가 잘 못한것 같아요. 요즘에는 이런 연기, 이런 캐릭터를 하고 나면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쉬운 것 같아요.”

앞서 김하늘이 출연했던 전작들 ‘나를 잊지 말아요’와 ‘너는 펫’이 크게 만족스러운 흥행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던 탓에 이번 영화에 대한 흥행 욕심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김하늘은 오히려 흥행에 대해서는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흥행을 욕심 내기에는 이번 작품은 다른 작품들을 선택했던 기대와는 조금 다른 작품인 것 같아요. 물론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지만 청소년 관람불가이기도 하고, 흥행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로맨틱 장르나 많은 배우 분들이 나오는 작품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달랑 세명이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저희 영화는 조금 다른 느낌의 영화라서 흥행이 많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봐 주실 분들이 많이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어 김하늘은 영화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봐 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효주의 호흡 하나 하나가 너무 재미있고 낯설기도 하고 그랬어요. 영화를 한 번 봐도 좋지만 두 번 봤을 때 정말 디테일한 것들을 찾아보게 되면서 더 재미있을 것 같더라고요. 관객분들이 보셨을 때 디테일하게 제가 한 번 봤을 때는 어려울 것 같은데 한 번 더 보시게 된다면 좀 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디테일하게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하늘은 지난 연말 ‘2016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공항 가는 길’로 여자 최우수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수상 소감에서 김하늘은 “이번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그 어느 때 보다 감사를 드리고 싶다”며 “캐릭터도 그렇고 많이 지칠 때가 있었는데 수아와 도우를 항상 응원해주셔서 정말로 많이 힘이 됐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진심으로 ‘공항가는 길’을 사랑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는 수상소감으로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한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역시 김하늘은 “너무 감사한데 그걸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이런 자리에서나마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공항 가는 길’은 정말 어렵게 선택한 캐릭터였고, 외적인 상황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수아’라는 캐릭터나 대사들, 이런 연기들이 욕심났기 때문에 작품을 선택했었어요. 그런데 너무 걱정됐었어요, 사실은. 그렇지만 ‘수아’라는 캐릭터에 공감하고, 사랑했을 때 시청자 분들이 사랑을 주실 거라는 기대감, 바람이 있었어요. 영화는 촬영 후 개봉 뒤에야 관객 분들의 반응이 나오지만 드라마는 바로바로 반응을 볼 수 있잖아요. 그 어떤 작품보다 이번에는 그게 정말 힘이 됐어요. 저희 드라마가 시청률이 너무 높은건 아니었는데, 그 때도 너무 많이 응원해 주셨고 맹목적인 응원이 아니라 수아와 도우를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공감해주시는 것들이 그 어느때 감동보다 힘이 났었던 것 같아요.”

최근 ‘여교사’와 ‘공항가는 길’ 등 스스로가 도전하기 힘든 작품을 선택한 김하늘. 이러한 다소 도전적인 행보에 대해서 김하늘은 연기경력이 쌓이면서 바뀐 자신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제가 되게 오랫동안 영화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속의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어요. 지금도 물론 너무 좋지만 연기 경력이 쌓이면서 연기적인 욕심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어쩌면 나이가 들수록 뭔가 도전하는게 더 어려울 수 있어요. 어릴 때는 실수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지만 더 소극적일 수 있는 나이와 경력이 지금인 것 같은데,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다른 부분을 더 보여드리고 싶은 것 같아요.”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싶다는 김하늘의 2017년 목표를 물었다. 김하늘은 4일 개봉 이후 본격적으로 관객들을 찾을 ‘여교사’에 대한 목표를 한 해의 목표라 설명했다.

“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교사’라는 제목에 대한 선입견이 있으신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저희 영화가 다른 매력도 충분이 많이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입소문이 많이 나서 많은 분들이 선입견을 버리시고 이런 매력을 함께 보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필라멘트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