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유인영, 파격 노출·베드신에도 ‘여교사’를 욕심낸 이유
[SS인터뷰] 유인영, 파격 노출·베드신에도 ‘여교사’를 욕심낸 이유
  • 승인 2017.01.0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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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영을 떠올리면 도회적인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마스크에 늘씬한 키와 몸매. 언뜻 차가워보이는 인상이 유인영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이러한 이미지 때문일까, 지금까지 유인영이 맡았던 역할들은 대부분 차갑고, 사연있으며, 때로는 욕망이 넘치는 도시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런 유인영이 이번에는 그늘 한 점 없이 사랑받고 자란 맑은 금수저 정교사로 스크린을 찾았다. 대놓고 자신을 싫어하는 동료에게도 미련하리만큼 친하게 지내려 다가가고, 그런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열등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해맑은 영혼이다. 그런데 이런 해맑은 영혼이 악역이란다. ‘맑은 악역’이라는 새로운 성격의 캐릭터에 도전한 유인영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저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나 촬영을 할 때까지도 혜영이가 못됐다고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있었어요. 캐릭터 자체가 악의가 없거든요. 그저 베풀고 싶고, 오히려 뒤에 숨겨놓은 꿍꿍이가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대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한편으로 ‘효주가 나를 먼저 괴롭혔잖아. 나도 그래서 부딪히게 된거고. 그러면 오히려 내가 피해자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감독님께서 ‘맑은 악역’이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도 이해가 쉽게 안됐었고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효주(김하늘)의 감정이 보이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제가 악역이라는 느낌은 잘 안와닿아요.(웃음)”

영화 속에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사람에 대해 잘 믿고 용서도 빠른 혜영 때문에 일부 관객들은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유인영은 “사실 ‘혜영’과 유인영이 부딪힌 신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저도 사실 그 신을 촬영 할 때 감독님과 가장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유인영과 ‘혜영’이 부딪힌 신이 그거였는데, 당시 제가 ‘감독님, 나는 혜영이를 이해할 수 없어요’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본인 주변을 빗대서 설명을 해 주셨고, 그렇게 다시 생각해보니 그냥 혜영이는 마음 속에 다른 꿍꿍이가 전혀 없이 그 상황 상황에 최선을 다 하는 아이였던 거예요. 단순하게 ‘내가 좋아했던 선배고, 나한테 사과를 하면 받아줘야지. 그럼 친하게 지내야지’라고 모든 걸 흡수시키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이 내쳐도 그냥 나는 좋은 거예요.”

   
 

이처럼 ‘혜영’에 대해 몰입했던 유인영이지만, 실제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으로서 자신이 느끼는 효주에 대한 공감선도 존재했다.

“사실 저희 영화가 굉장히 많은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려웠고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 중에서 서른 살 넘은 사회생활 중인 여자로서 효주가 느끼는 감정들이 많이 공감이 됐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까지는 효주의 감정이 별로 이해가 안됐어요. 제가 혜영이를 따라가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왜 효주가 피해자인척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까 효주의 감정이 들어오더라고요. 처음부터 가진 사람은 절대 내가 노력해도 이길 수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갖게되는 그런 감정들이 따라왔거든요.”

유인영은 이번 영화에서 김하늘과의 세밀한 감정연기를 소화하기 위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작품 속 감정 유지를 위해 호흡을 맞췄던 김하늘과의 어색한 관계와 기류를 유지하려 했던 것.

“사실 저도 이전 작품까지는 몇 개월을 얼굴을 보고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상대 역할은 친하고 편할 수록 훨씬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입장이었어요. 그런데 하늘 선배님을 처음 뵀던 날 떨리는 마음으로 리딩을 하는데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한 그 공기, 그 느낌이 영화에서 이어져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김태용 감독님께서도 이런 제 제안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영화 촬영 동안만큼은 제가 먼저 일부러 살갑게 다가가려 하지 않았어요.”

유인영은 영화 속 두 여자의 미묘한 감정선을 유지하기 위해 김하늘에게 다가가지 않았음에도 이러한 자신의 결정을 배려해 준 김하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호칭도 사실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데 저는 이번만큼은 이게 훨씬 더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늘 선배님’이라고 부르기도 했었어요. 그래서 아마 저희 영화 스태프 분들이 아닌 다른 분들이 봤을 때 둘이 너무 안 친한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제가 살갑게 언니 언니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에도 제 생각에 배려를 해 주시고 이해해주신 하늘 선배님게 너무 감사하죠. 사실 미울 수도 있잖아요. 지킬 것 지키고 거리 두는 후배가 예쁠 건 아닐텐데, 그런 것에 대해서 너무 잘 받아주셨고 이해해주셔서 촬영을 잘 끝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원근과는 다소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이기도 한 유인영. 작품을 위해서 못할 것이 없다지만 여배우에게 노출신, 베드신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시나리오 처음 봤을 때 부담감이 있었어요. 사실 ‘작품이 좋으면 사실 할 수 있어요’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정작 진짜로 뭐가 오면 너무 많은 생각이 들잖아요.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감독님께서 그 부분(베드신)이 흘러가면서 보여지는 수단과 장치적인 부분의 하나지 뭔가 그 장면이 부각되고 초점이 맞춰지고 이런 것을 절대 원치 않다고 처음부터 말씀해 주셨었어요. 그런 의도대로 장면 역시 잘 나왔다고 생각하고, 장치적으로 흘러가는 그 한 신 때문에 여교사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여자들이 끌고나가는 시나리오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시나리오의 내용들도 제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이나 세심한 여자들간의 감정싸움 등을 담고 있어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었기 때문에 그 한 신 때문에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유인영이 ‘여교사’의 출연에 욕심을 냈던 또 다른 이유에는 김태용 감독이 있었다. ‘거인’으로 이미 충무로의 천재 감독이라 불리며 주목받고 있는 김태용 감독에 대한 신뢰가 컸다고 유인영은 말한다.

“김태용 감독님을 많이 믿고 들어갔었죠. 제가 원래 무비 꼴라주나 독립영화 등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혼자 영화를 볼 때 ‘저렇게 패기 넘치는 신인 감독님과 작품을 했는데 성과도 좋고, 관계도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럽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거인’을 했던 (최)우식이랑도 어렸을 때 부터 친했던 동생이라 촬영하면서 제가 들었던 이야기, ‘거인’을 보고 나서 제가 느꼈던 부분, ‘여교사’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을 때의 느낌 등이 모두 다 좋았었고 저도 김태용 감독님을 통해서 제가 모르는 저의 다른 점을 뽑아내주셨으면 하는 기대감도 있었어요.”

   
 

어느덧 데뷔 13년차 배우인 유인영은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중성과 작품성, 두가지 사이에서 점점 타협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현실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사실 그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고… 제가 시트콤을 했었는데 아무도 모르세요.(웃음) 저는 그 안에서 정말 많은 것을 했는데, 아무도 모르시면 소용이 없는거잖아요. 누군가가 봐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아요.”

2016년을 갓 떠나보낸 유인영은 자신의 한 해에 대해 꽤나 높은 점수를 매겼다.

“2016년 한 해, 나름 굉장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일과 저에 대한 개인적인 것들을 잘 섞어서 잘 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기존에는 너무 일만 했었다면 올 한해는 일도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여유를 너무 잘 즐겼던 것 같아요. 심적으로도 많이 안정된 느낌도 받았고 두 가지를 잘 섞어서 보냈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한 해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20대에는 서른이 되면 결혼을 하겠다고 생각했었다는 유인영은 지금은 “서른 여섯 전에는 결혼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라고 너스레를 떤다. 나이가 들면서 만남에 있어 신중해지고, 그러다보니 더 조심스러워진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지금은 ‘여교사’의 일정에 집중하고 싶다는 유인영은 관객들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 “뭔가 정의를 내려 주시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열었다.

“‘여교사’라는 영화를 보고 재미가 있다, 없다 이게 끝이 아니라 계속 뭔가 궁금해하고 토론하고, 그렇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떤 주제든간에 계속 생각이 나오 여운이 남고, 이야기 거리가 있는 영화라면 좋을 것 같네요. 혹여나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느낌으로만 상상하시고 영화를 보러 오셨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런 느낌이 아니라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필라멘트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