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마스터’ 김우빈 “이 즐거움을 계속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SS인터뷰] ‘마스터’ 김우빈 “이 즐거움을 계속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 승인 2016.12.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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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리에 도착하자 김우빈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큰 키에 강인한 눈매 때문에 차가울 것 같다는 예상과 달리 실제 만나본 그는 건강하게 웃고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었다. 풍문에 실려 온 그의 이야기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모델을 거쳐 배우로 데뷔한지 6년차가 된 그는 처음 배우를 꿈꿨던 시기에 지니던 마음을 계속해서 지키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2011년 드라마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새빨간 헤어스타일에 반항기 넘치는 눈빛으로 강인한 인상을 남겼던 김우빈은 2013년 드라마 ‘학교2013’, ‘상속자들’을 통해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해 김우빈은 ‘친구2’로 영화에서도 첫 주연을 맡았다.

아직 많은 작품을 한 건 아니지만 김우빈은 매 작품마다 자신의 색을 드러내며 필모그래피를 채워가고 있다. 2016년 김우빈은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를 거쳐 영화 ‘마스터’로 마무리한다. 드라마에 비해 영화 출연이 적은 그는 1년 만에 영화로 돌아오며 기분 좋은 떨림을 느꼈다.

“TV로 보는 것과 스크린으로 보는 건 느낌이 달라요. 아무리 불을 끄고 봐도 영화관에서 보는 집중도와는 차이가 있죠. 촬영 시스템도 달라요. 드라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니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는 반면에 시청자와 호흡하는 느낌이 되게 좋아요. 영화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더 고민하고 완성도 있게 만들 수 있어서 좋죠. 둘 다 너무 즐기면서 작업하고 있어서 하나를 고집하고 싶지는 않아요.”

   
 

조 단위의 거대 사기 사건을 다룬 영화 ‘마스터’에서 김우빈은 이병헌, 강동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경력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이는 선배들 사이에서 김우빈은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으로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원네트워크의 브레인 박장군을 연기한 김우빈은 사기 행각을 벌이는 진회장(이병헌 분)과 그를 잡으려는 김재명(강동원 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모든 인물들과 호흡한다.

“훌륭한 감독님, 선배님들과 하다 보니 저는 막내로서 제 롤에 집중했죠. 폐를 끼칠 것 같아서 부담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장군이 워낙 많은 장면에 나오고 모든 인물과 겹치니 흐름을 깨지 않는 선에서 살아있는 연기를 하자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원래는 잘 시도하지 않는 애드리브도 많이 하고 상의도 많이 했죠.”

김우빈은 박장군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말투와 억양, 태도를 만들어냈다. 주변에 비슷한 성격의 친구도 참고했다. 베테랑 선배들 사이에서 박장군이 밀리지 않고 스크린 안에서 뛰어놀았으면 했다.

“아무래도 제 안에 있는 부분을 꺼내다 보니 비슷한 점이 있죠. 제 안에도 다양한 면이 있을 거잖아요. 거기에서 출발해 살을 붙이고 사연을 만들면서 캐릭터를 구축해요. 어떤 부분이 비슷한지 딱 집어서 말할 수 는 없지만 제 안에도 어느 정도 장난스러운 구석이 있어요. 물론 현장에서는 어려웠죠. 안 어려우면 이상해요(웃음). 제가 너무 후배고 나이차이도 많이 나니 예의를 갖추는 게 맞는 거라 생각해요. 묵묵히 인사 잘하고 제 몫을 해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마스터’에서 김우빈이 연기한 박장군은 영화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원네트워크의 시스템을 만들어내 무고한 시민들을 빚더미에 앉히게 한 장본인이지만 초반에는 자신의 행동에 별다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김재명을 만나고 제의를 받은 후에도 처음에는 양측에서 자신의 스탠스를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김우빈은 박장군의 과거를 만들어가며 그의 변화에 당위성을 만들어 갔다.

“원래 악한 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평범하게 컴퓨터를 전공한 친구인데 용돈벌이하려고 어쩌다보니 위조도하고 아르바이트도 한 거죠. 그렇게 지내다 진회장만나면서 자기도 모르게 판이 커지고 목표가 커진 느낌인거예요. 재명을 만나면서 잘못을 짚어주면서 예전의 자신을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물론 처음에 도청기를 받았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을 거예요. 자신만 살려고 머리를 굴렸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바뀐 거죠.”

김우빈에 관해 이병헌, 강동원은 입을 모아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말했다. 김우빈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애드리브도 준비했다. 그러면서 선배들과 호흡하고 그들의 연기와 현장에서의 태도를 관찰했다.

“눈과 귀만 열어놓고 선배의 연기를 보면 자연스레 리액션이 나와요. 그 정도로 놀라워요. 연기야 당연한 거고 현장에서 행동을 봐도 배울 점이 많아요. 거의 모든 스태프들을 챙기고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시더라고요. 컷하는 순간 동원이형 병헌 선배 모두 모니터로 와서 수정할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고 오케이가 나와도 더 하자고 열정을 보이세요. 그래서 ‘이래서 이 선배들이 이런 자리에 있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이병헌 선배의 연기는 매 순간 놀라워요. 제가 가장 가까이서 보잖아요. 함께 있으면 공기부터 달라요. 정말 놀라운 눈빛을 하고 있는데 모니터로 보면 다 담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느끼는 모습까지 나왔으면 관객들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죠. 병헌 선배님도 아실 거예요. 동원 선배님도 그렇고 함께 하면 리액션이 절로 나와요.”

   
 

김우빈은 영화 ‘스물’로 관객수 304만명을 기록했다. ‘마스터’는 ‘감시자들’을 연출한 조의석 감독의 차기작이자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병헌, 강동원의 만남으로 흥행을 예고했다. 김우빈은 흥행에 관해 “잘될수록 더 기분 좋겠지만 다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어 걱정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저는 하나씩 해나가고 있고 천천히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계산하고 싶지 않아요. 당시의 제 생각과 상황에 맞는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존에 보여드렸던 모습이라고 거부감을 갖기 보다는 다른 해석을 하려고 해요. 즐기면서 일하고 싶고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런 수식어가 붙은 선배들 보면 너무 멋있죠. 그리고 계속 이 즐거움을 간직했으면 좋겠고 처음 배우를 꿈 꿨을 때 가진 마음을 내년에도 지니고 있었으면 해요. 서두르지 않고 한 작품 한 작품 꾸준히 보여드리며 소통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싸이더스H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