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판도라’ 김주현 “내년엔 많이 바쁘게 살고 싶어요” 연말 장식한 충무로 기대주
[SS인터뷰] ‘판도라’ 김주현 “내년엔 많이 바쁘게 살고 싶어요” 연말 장식한 충무로 기대주
  • 승인 2016.12.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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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봤는데 부족함이 많이 보였어요. 부끄러워서 고개 숙이고 다녔죠.”

개봉 전부터 숱한 화제를 모은 국내 최초 원전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감독 박정우)가 호평 속에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진과 원전사고라는 역대 최악의 재난 상황, 정부의 무능함 등 시끄러운 시국과 맞닿은 영화에서 발전소 홍보관 직원 연주 역을 연기한 김주현은 충무로의 새로운 기대주로 주목 받고 있다.

“현장이 가족 같은 분위기였어요. 감독님이 어렵긴 하지만 많이 믿고 따르며 조금이라도 궁금한 점이 생기면 여쭤봤어요. 긴 호흡의 연기가 처음이고 장르도 스케일이 큰 재난이라 질문이 많았죠. 작품의 특성상 두 사람의 주고받는 감정보다는 전체를 봐야하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정진영, 이경영, 강신일 등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판도라’에서 유일한 신예인 김주현은 극 중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어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주현은 캐릭터를 위해 사투리 연습은 물론 1종 면허도 새로 취득해 버스 운전에도 도전했다.

“연주가 스타일이 거칠고 표현이 직접적이라서 그런 부분에는 어려운 점이 없었어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표현도 딱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써주시고 설명도 많이 해주셨어요. 평소에는 연주처럼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좋았어요. 중반쯤 촬영할 때는 자연스레 감정에 따라 없는 대사들도 튀어나오고 그랬는데 감독님께서 좋아하셨어요.”

   
 

‘판도라’에서 김주현이 연기한 연주는 부모와 형제 없이 외롭게 자랐지만 언제나 당차고 씩씩한 캐릭터다. 재난이 발생한 아수라장에서 연주는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고 사람들을 이끌어 대피시킨다. 앞선 기자회견에서 긴장한 터라 조곤조곤하게 말하던 그녀지만 할 말은 하는 성격이라며 연주와의 공통점을 언급했다.

“불의를 볼 때나 비겁한 건 못 참아요. 영화에도 그런 부분이 나와요. 이기심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발생하면 잘 말하는 편이에요. 가끔은 그런 자신이 싫어질 때가 있어요. 그렇게 말하는 제가 나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제가 뭐라고 남을 먼저 판단하겠어요. 그럴 때는 일요일에 교회가요(웃음).”

긴 호흡의 촬영이 처음인 김주현은 반복해서 본인 연기의 부족함을 말하며 겸손한 태도로 촬영현장을 복기했다.

“촬영이 순차적이지 않았어요. 고속도로 다음에 체육관을 찍었어요. 그래서 체육관에서 찍은 장면들이 연주의 모습이 더 많이 묻어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고속도로 장면은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중요한 신이라고 생각해 준비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더라고요. 사실 연주라는 캐릭터를 그려가면서 절대 울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연주는 눈물을 참으며 다른 사람을 안정시키는 역할인데 상황이 닥치니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유일한 신예인 김주현은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신을 함께 호흡한 김영애, 문정희 등에 감사함을 표했다. 선배 배우들과 감독은 아직은 현장이 서툰 그녀를 위해 적극적으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사실 선배님들이라 어려워서 여쭤보지 못하고 있으면 먼저 캐치하시고 알려주시더라고요. 성격상 말 못하고 있으면 먼저 나서서 감독님께 말씀해주셨어요.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살이 찐 것도 있나 봐요. 감독님께서 여기서 공주 대접받고 다른 현장에서 무수리 대접받으면 힘들어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아가씨’의 김태리, ‘가려진 시간’ 신은수 등 2016년 충무로는 신예 여배우들의 등장이 반가운 해였다. 김주현 역시 연말을 장식하는 신예로 주목받고 있지만 김태리, 신은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중고 신인’이라는 점이다.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해 얼굴을 알린 김주현은 2014년 드라마 ‘모던파머’ 이전까지 간간히 얼굴을 비출 뿐 주목할 만한 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게다가 ‘판도라’의 개봉이 미뤄지고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캐스팅까지 불발되며 기다림은 더욱 길어졌다.

“처음에는 조바심이 났어요. 나중에는 개봉이 빨라졌으면 지금 느낀 걸 모르고 지나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준비가 잘 되어있다면 역할은 주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연기는 대학교 입학하면서 시작했는데 다른 친구들처럼 연예인을 동경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선생님이 꿈이었어요. 사춘기가 오고 감정기복이 심했는데 연기로 치유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연기의 재미를 느꼈어요. 당시에는 열정이 크지 않았어요. 오디션에 떨어져도 속상해 하지 않았어요. 20대 중반이 되면서 친구들인 직장에 다니는데 저만 직장이 없더라고요. 제 포지션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모던파머’를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현장이 너무 좋고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어요.”

   
 

오랜 기간 무명으로 지낸 김주현은 ‘판도라’를 통해 함께 호흡하는 법을 배웠다. 아직은 연기의 깊이와 자신의 장단점을 모르겠다는 그녀지만 ‘판도라’는 그녀의 연기 인생의 변곡점이 되어줄 것은 분명하다.

“원래는 스릴러 장르는 좋아했는데 요즘은 따뜻한 이야기가 좋아요. 이전에는 연기도 잘하고 싶고 개인적인 욕심이 컸는데 요즘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 엄마와 딸에 관한 이야기나 멜로도 하고 싶어요. 아직 계획을 세울 단계는 아니지만 내년에는 많이 바쁘게 살고 싶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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