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변요한, 행간에 깃든 신중함에서 순수한 배우의 열정을 엿보다
[SS인터뷰] 변요한, 행간에 깃든 신중함에서 순수한 배우의 열정을 엿보다
  • 승인 2016.12.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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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은 유난히 충무로와 브라운관에 신선한 남자 배우들의 등장이 두드러졌다. 류준열, 지수, 엑소 수호, 이동휘, 박정민, 김희찬 등 새롭게 등장한 남자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며 순식간에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고, 이내 그들은 국내 영화와 드라마계를 이끌 차세대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혹자들은 이를 ‘변요한 사단’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이들은 자신들만의 친목 모임을 자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교집합에 변요한이 있었기 때문. 하지만 ‘변요한 사단’이라는 말을 슬쩍 꺼내자 마자 변요한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

“어휴, 변요한 사단 아니에요. 사단이라뇨. 몇몇 기사들에서 ‘사단’이라고 나와서 제가 사단날 뻔 했어요.(웃음) 저희는 사단이 아니라 정말 좋은 노선이 돼 주는 형들이 계셔서 그렇게 자주 모임을 가지고 있어요. 저는 거기서 딱 중간 나이 정도고요. 그렇게 자주 모이는 친구들은 다들 그냥 기쁠 때 같이 기뻐해주고, 슬플 때 같이 슬퍼해주는 친구에요. 사실 처음 ‘변요한 사단’이라는 이름으로 저희가 불렸을 때 친구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저는 그냥 동네 바보들처럼 노는데, 그렇게 부르시니 위화감도 드는 것 같고… 저희 끼리 싸우기도 많이 하고, 진지한 이야기도 많이하고. 그냥 정말 좋은 친구들이니 ‘OO사단’ 이렇게는 안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직 본격적인 인터뷰는 시작하기도 전이었지만, 친구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행간 행간 생각으로 채우며 진중하게 대답하는 변요한에게서는 그 나이대 배우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풍겼다. 인터뷰에 앞서 그의 SNS를 통해 엿봤던 친구들 앞에서의 변요한의 유쾌한 모습 때문에 그가 실제로도 말 많고 어느정도 능청스러움도 갖춘 캐릭터일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마주한 배우 변요한은 낯도 가리고, 신중하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조심스러운 남자였다.

“저도 제 성격이 유쾌한 줄 알았는데… 사실 초면에 뵙는 분들에게는 진지한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게 예의인 것 같고. 내가 진심으로 대답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고 하다 보니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최대한 진실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실제 성격이 ‘미생’의 한석율 같을 줄 알았다) 한석율이요? 제가 그런 이미진가요?(웃음) 친구들이랑 있을 때는 한석율처럼 노는 것 같아요. 다 오래된 친구들이고,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다 떨어져 나가고 마지막까지 저를 지켜준 친구들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모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신중하고 낯을 가리는 모습도, 친구들 앞에서의 모습도 다 제 안에 있는 모습이에요”

   
 

이렇게 반전 있는 남자 변요한이 새롭게 선택한 영화는 기욤뮈소의 원작 소설로 더욱 익숙하게 알려져 있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이번 영화에서 변요한은 레지던트이자 사랑하는 여자인 연아를 지키기 위해 30년 후의 미래에서 온 자신(김윤석 분)과 함께 동분서주하는 ‘과거의 수현’ 역을 맡았다.

‘과거의 수현’은 젊은 날의 청년들이 그렇듯 열정과 치기로 뒤섞여 있으며, 어릴 시절에서 기인한 트라우마로 인해 연아를 가슴 깊이 사랑하면서도 쉽게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 30년 후의 수현인 ‘현재의 수현’ 역을 맡은 김윤석과 호흡을 맞추는데다가 무려 30개국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원작 소설까지 있는 영화다보니 출연 결정이 마냥 쉽지는 않았을 터.

“원작소설은 군대에서 읽었었어요. 당시에 굉장히 신선했고 ‘이런 책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저한테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시나리오가 들어온거에요. 마치 운명같은 느낌을 받았었어요.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두렵기도 했고… ‘원작이 있는 영화는 너무 힘든데’라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도 이 시나리오를 다 읽어보라고 했었어요, 그랬더니 결국에는 ‘사랑’이더라고요. 사랑에 대한 소중함, 간절함. 이걸 ‘한수현’ 캐릭터에 넣어서 한 번 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죠”

   
 

변요한은 영화의 본격적인 촬영 전 첫 미팅 당시 홍지영 감독과의 식사 자리에서 아무말 없이 식사만 했음에도 홍 감독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는 다소 묘한 이야기를 꺼냈다.

“감독님 밖에 이 작품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히 섬세하다고 생각했고,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 역시 저와 비슷하셔서 좋았어요. 그냥 감독님에게서 좋은 기운이 느껴졌어요. 글도 좋았고요. 원작이랑 베이스도 비슷하고 제가 생각했던 것과 본질적으로 관통하게 쓰시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변요한이 생각하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영화 속에서는 사랑도 나오고, 부성애도 나오고, 우정도 나오고, 정말 많은 감정들이 나와요. 저는 그 가운데서 한수현의 본질을 보고 싶었어요. 대체 왜 30년 전의 한수현이 과거의 자신을 찾아왔을까. 왜 과거를 살아갈 당시 실수를 했을까. 연아는 수현에게 어떤 존재일까. 한수현은 왜 연아가 없으면 못살까. 그렇게 마인드맵처럼 생각을 해봤더니 결국 ‘사랑’이더라고요. 감독님께서도 모든 장면들을 정말 사랑으로 만들어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던 이유도 본질을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변요한은 자신이 생각한 ‘사랑’을 영화 속에서 배우 채서진과 함께 아름답게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일까, 변요한은 언론시사회 직후 열렸던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하는 동안은 채서진 씨를 정말 사랑했다”는 화끈한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에 변요한에게 ‘채서진과 실제 썸은 없었냐’는 짓궂은 질문이 이어졌다.

“채서진 씨요? 너무 예쁘죠. 하지만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웃음) 저는 작품하는 동안에는 작품에 집중하는게 좋아요.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별하고요. 물론 작품을 하다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전혀 아니었어요. 그저 한수현이 연아를 사랑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죠. (러브신이 조금 세던데?) 제가 봐도 세더라고요. 그런데 그 당시 촬영에 임할 때는 그 러브신을 반드시 아름답게 그만큼 연아와 수현이 사랑하는 관계임을 표현해 내야 하는 것이 숙제였다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필요한 장면이었죠. 그렇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어줘야 이후에도 수현이 연아를 추억하는 중요한 기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그럼에도 변요한은 “실제 저는 로맨틱 한 편은 아니다”라며 영화 속 로맨틱한 수현의 연기에 대해 언급했다.

“저는 오히려 남자들한테 로맨틱한 것 같아요.(웃음) 남자들하고 진중하게 이야기하면서 간지러운 이야기도 많이 하는 것 같고 그래요. 물론 여자친구가 있을 땐 그런 행동을 했던 것 같고, 지금도 있다면 하긴 하겠지만 때와 장소가 맞아야 할 것 같아요”

앞서 종영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변요한은 김윤석과 함께 OST를 불렀다.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도 활약했던 변요한은 평소 수준급의 노래 실력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었던만큼 영화 OST에서도 잔잔한 가창력을 자랑했다.

“노래, 음악을 굉장히 좋아해요. 영화를 보다보면 음악이 좋아서 장면을 놓칠 정도로요. 평소에 노래방도 자주가요. 그렇게 스트레스도 풀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수다도 떨곤하죠. (18번은?) 18번은 많이 바뀌는데, ‘미생’을 찍을 때는 ‘말하는대로’였고, 하나 더는 윤종신 선배님의 ‘오르막길’이요. 가사가 정말 좋거든요”

이렇게 노래를 좋아하는 그이지만 뮤지컬 ‘헤드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변요한은 “저에게는 엄청난 도전이었다”라고 입을 열었다.

“과장을 조금 더 보태자면 뮤지컬을 할 당시에 처음에는 하루하루 정해둔 시간에 죽으러 가는 기분이었어요. ‘헤드윅’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내가 여성스럽게 연기를 해야한다는 딜레마가 있었는데 나중에는 다 놔 버린게 진짜 ‘헤드윅’의 마음을 알고 싶더라고요. 애초부터 제가 연민을 가지고 연기를 해버리니까 오류가 많았었던거죠. 그래서 큰 욕심도 안부렸고, ‘1,2회만 정말 작두 한 번만 타자. 사람들이 변요한이 아닌 헤드윅으로 보게 하자’ 했었는데 기분 좋게 끝난 것 같아요. 하지만 스스로 만족을 안했기 때문에 다음에 이런 기회가 온다면 더 잘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죠”

   
 

데뷔 이후 ‘들개’ ‘미생’ ‘소셜포비아’ ‘육룡이나르샤’, 그리고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꾸준히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변요한. 하지만 변요한은 “이러다가 갑자기 없어질 수도 있는거다”라는 미래에 대한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이러다가 없어질 수도 있는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밑천이 들어날 수 도 있는거고요.(웃음) 언젠가는 관객 분들이 ‘안 봐도 비디오다’ 이렇게 말씀하실 수도 있고요. 스스로가 그런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 고민 중이에요. 항상 의외성을 만들어드리고 싶고 조금이라도 더 드리고 싶은데, 그게 아니면 스스로 연기를 안하고 싶어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건 멋이 없는 것 같아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실제 그가 하고 있는 연기에 대한 고민들이 묻어나오는 듯 한 신중한 대답에 변요한이 입을 열 때면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그의 고민에 함께 빠져들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라 함은?) 늘 똑같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고민이 많아도 표현을 많이 하지 않아요. 작게 작게 해결하고 혼자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하고. 예전에는 그러한 것들을 겉으로 많이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저만의 어떠한 해결법, 버티고 서 있는 법을 찾기 위해 외로워도 외로운 티 내지 않으려 하고 그래요”

   
 

아직 이제 갓 30대 초반의 나이인 변요한은 앞으로 걸어온 시간보다 걸어갈 길이 더욱 많이 남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배우다. 변요한은 조진웅과 함께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말에 “조진웅 형만 괜찮으시면 저는 꼭 함께 연기해 보고 싶다. 로망이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민식 선배님과도 한 번 연기를 해 보고 싶어요. 부자관계 어떨까요. 박근형 선생님의 연출작인 ‘청춘예찬’에서 처럼요. (여배우는?) 레이첼 맥아담스?(웃음) 변하지 않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라서요.”

변요한에게 건넨 마지막 질문은 영화속 ‘현재의 수현’ 처럼 30년이 지난 뒤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것이었다. 보통 배우로서 어떠한 자리에 올라서고 싶다는 대답이 나오기 마련인 이 질문에 변요한은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대답을 내 놓았다. 그리고 그 대답이야말로 진정한 변요한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1년 전 쯤부터 고민했던건데, 좋은 가장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좋은 배우는 조금 뒤로 가고 좋은 남편이 되는 것이 앞에 왔으면 해요. 다른 분들이 보실 때 ‘좀 잘 사네’ 생각하실 정도로 조용히 저희끼리 화목하게 살아서 힘들면 기댈 수 있는 그런 친구같은 아내와 함께 아이를 낳고 살고 싶어요. 결혼은 빨리 하고 싶은 편이에요. 안정적인 것을 꿈꾸거든요. 저는 그냥 자연스러운 순리대로 사는 것이 좋아요.(웃음)”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