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판도라’ 문정희 “이런 게 알권리” 적은 분량에도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SS인터뷰] ‘판도라’ 문정희 “이런 게 알권리” 적은 분량에도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
  • 승인 2016.12.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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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가 ‘연가시’에 이어 두 번째 재난영화로 돌아왔다. ‘연가시’에 비해 분량은 적지만 그녀에겐 관객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4년의 기간을 거쳐 마침내 개봉하게 된 ‘판도라’(감독 박정우)는 강진에 이어 원전사고까지 발생한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최근 발생한 경주 강진과 무능력한 정부의 치부가 드러난 현 시점에서 판도라는 ‘시국을 예언한 영화’라며 화제를 모았다.

“찍을 당시는 이렇게 현실적이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는 지진이 없는 좋은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어요. 원전문제는 있다고 해도 숨겨진 게 더 많기 때문에 잘 모르죠. 그래서 극영화로 이해하고 만들었는데 개봉이 미뤄지고 후반작업을 하는 중 사건이 터졌어요. 모든 사람들이 불안정한 시스템에 대한 분노가 생긴 거잖아요. 묘하게 맞물린 거죠. 저도 일찍 개봉했다면 와 닿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오히려 지금 개봉하니 크게 와 닿는 거죠. 아이러니해요. 우려도 되고 스코어와 상관없이 착잡해요.”

   
 

문정희는 ‘판도라’에서 주인공인 재혁(김남길 분)의 형수이자,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엄마 정혜 역을 맡았다. ‘판도라’는 사고가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의 직원들,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관계자들로 구성된 컨트롤타워, 구조팀, 사고 이후 대피하는 평범한 시민들 등으로 나눠 이야기를 진행한다. 여기서 문정희는 평범한 시민을 대표한다. 그녀는 ‘연가시’를 촬영할 당시 이미 박정우 감독에게 차기작에 관해 들었다.

“‘판도라’의 소재는 ‘연가시’를 촬영할 때 들었어요. 감독님이 원자력 발전소가 터지는 영화를 한다고 해서 ‘미친 거 아니야’라고 했는데(웃음) 진짜 책으로 만들어서 보여주셨어요. 놀랐죠. 제 분량이 적긴 했지만 주제가 저에게는 의미가 있었고 많은 분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내용이었어요.”

박정우 감독과 어느덧 네 작품 째다. 문정희는 박정우 감독의 데뷔작인 ‘바람의 전설’(2004)에서 처음 연을 맺어 ‘쏜다’(2006), ‘연가시’(2012). ‘판도라’까지 왔다. 빈 상영관에 무대인사를 돌아다닐 때부터 관객으로 가득 찬 상영관에서 환호를 받기까지 함께 하며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판도라’ 개봉 전날 감독님이 ‘텅 빈 관객도 꽉 찬 관객도 함께 해주셔서 고맙다’고 했어요. 감독님과는 의리를 넘어서 우리 집 오라버니 같은 존재예요. 실제로 자주 보는 사이라 ‘판도라’를 제안했을 때 거부하기 어려웠죠. 여러 가지로 도전이었어요. 여러 곳에서 장소도 제공해야하고 원전을 부정적 시간으로 보니 관객들도 있을 테니 고민했죠. 그래도 소재의 중요성에 관해서는 감독님과 공감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함께 하지 않았으면 영화가 만들어지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김영애 선생님도 제가 하자고 졸랐어요. 김명민 선배님, 강신일 선배님 등 많은 분들이 중심을 잡아줘서 영화의 힘이 생겼죠.”

   
 

영화 ‘카트’에서 김영애와 호흡을 맞춘 문정희는 ‘판도라’에서 고부관계로 다시 만났다. 재난영화의 특성상 심신이 지칠 만도 한데 김영애는 적극적인 자세로 촬영에 임하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문정희는 “선생님은 연기를 너무 행복해 한다. 감정이 허투루 나오지 않는다. 배우의 ‘최선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든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두 번째로 재난영화를 찍게 된 문정희는 박정우 감독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 재난영화에 특화됐다며 웃었다. 그녀는 감독을 향해 ‘또 재난영화를 찍으실 거면 할리우드에 가라’고 말했지만 분명 그녀는 박정우 감독의 다음 작품도 함께할 것이라는 무언의 신뢰가 있었다.

“감독님은 재난영화에 특화되신 것 같아요(웃음). 사람들을 통제하는 게 보통일이 아니죠. 피난 갈 때는 몇 천 명이에요. 그런데도 여유로우시더라고요. 그림이 명확해요. 그래서 수월하게 찍은 편이에요. 물론 고생스럽긴 하죠. 극한 상황을 보여주는데 고생을 안 할 수가 없잖아요. 몸은 힘들지만 장면을 보면 뿌듯해요. 여름에 땡볕에서 고생하신 보조출연자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국을 꼬집는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는 ‘판도라’에 함께한 문정희는 최근 촛불집회에도 참여하며 이를 SNS에 올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평소 사회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문정희는 ‘판도라’에 참여할 당시부터 영화가 지닌 메시지에 공감했다. 문정희는 촛불집회에 참석한 것에 관해 “상식적인 일이라 생각한다”며 “요즘 시국을 보면 의식과 인식이 있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나라를 바꾸는 건 결국 국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신을 밝혔다. ‘판도라’를 통해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이와 일맥상통하다.

“저 역시 원전의 복잡한 시스템에 관해 몰랐어요. 절대 발생해선 안 되는 사고를 말하는 영화고 이를 통해 에너지원에 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원자력을 나쁜 거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단위 면적당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러한 것들을 모두 공개하고 장단점을 다 같이 알면 눈을 돌릴 수 있잖아요. 다른 에너지원을 생각하거나 관리에 관해 이야기할 수도 있죠. 그런 게 알 권리라고 생각해요.”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문정희는 ‘판도라’ 개봉이라는 목표를 이뤘다며 미소를 보였다. 영화 외에도 드라마, 재즈 무대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 문정희는 내년 ‘7년의 밤’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우선 ‘판도라’ 개봉이 목표라서 달성했어요. 예전에 박정우 감독님과 빈 상영관에서 무대인사를 돈 적도 있어요. 맥주 한 잔 하면서 위로했는데 모두 추억이네요. 감독님을 생각하면 대단하고 멋져요. 우선 영화가 완성돼 뿌듯해요. 그리고 올해 다른 목표는 잘 쉬는 거였어요. 아이도 갖고 싶었는데 드라마도 찍고 영화 ‘7년의 밤’ 촬영과 재즈페스티벌 무대까지 하느라 힘들었어요. 한 해가 훅 지나갔네요. 이제는 매순간이 너무 아까워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언제나 있죠. ‘판도라’에서는 연기적인 측면은 많이 보여드리지 못했으니 다른 작품에서 좋은 연기로 관객들을 뵀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