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엄지원, 그녀의 연기가 던지는 사회를 향한 메시지
[SS인터뷰] 엄지원, 그녀의 연기가 던지는 사회를 향한 메시지
  • 승인 2016.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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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했다. 연기에 대한 애정은 물론이요, 자신의 연기를 ‘도구’라 표현하며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소망까지 드러내는 소신까지 가지고 있는 충무로의 든든한 여배우였다.

2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엄지원을 만났다. 30일 ‘미씽:사라진 여자’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엄지원은 지난 21일 언론배급시사회와 VIP시사회를 통해 호평을 받으며 호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하지만 엄지원은 개봉을 앞둔 심경을 묻는 질문에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이상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실감이 나지 않아요. 언론배급시사회와 VIP시사회를 했던 것이 며칠 전인데 아주 옛날 일 같은 느낌이 들고요. (촬영이 끝난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촬영은 작년 가을에 끝났었어요. 오래돼서라기 보다는 모든 과정에 너무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감도 나지 않고 예정에는 개봉 전 홍보 포스터들이 붙은걸 보면 ‘와, 내 영화다’ 싶었는데 지금은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보는 듯 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미씽:사라진 여자’에서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중국인 보모와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워킹맘 ‘지선’ 역을 맡은 엄지원. 아이를 찾아 헤매는 엄마 역을 맡은 엄지원은 영화 속에서 내내 뛰어다니면서도 연결되는 감정선을 놓치지 않는 숙제를 떠안아야 했다.

“정말 힘들었고, 후회했었죠. ‘이걸 왜 한다고 했지’ 하면서.(웃음) 너무 어려웠어요. 상징적으로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는 장면이 두 군데 밖에 없었거든요. 나머지는 극 중 지선이 감정의 줄다리기를 잘 해서 이끌어 나갔어야 했어요. 기존의 스릴러 장르 작품에서 범인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반면, ‘미씽:사라진 여자’는 피해자의 시선에서 실체를 밝혀나가는 형식이에요. 그만큼 드라마틱한 감정을 많이 써서도 안되고 톤이 너무 튀면 관객의 입장에서 피로도가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이 많이 어려웠었죠”

   
 

엄지원을 힘들게 했던 건 캐릭터가 가진 감정선을 표현하는 것 뿐만이 아니었다. 제작 단계에서 ‘지선’의 감정 전개를 두고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

“처음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선택했었지만 제작 단계에서 ‘지선’이 너무 비호감 캐릭터가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어요. 그런 숙제들을 안은채 관객들에게 지선을 어떻게하면 공감가고 현실적인 느낌으로 전달할까 고민해야 했기 때문에 그것도 힘들었죠. 감정을 많이 쓰는 영화인데 예산이 한정적인데다가 로케이션 촬영도 많아서 하루에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량의 신을 촬영해햐 했던 경우도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더 잘 만들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도 남죠. ‘미씽:사라진 여자’는 완성도, 시간적 제약 등 많은 것들 사이에서의 싸움의 연속이었던 작품이었어요. 그렇다보니 영화를 보고도 아쉬움이 남아서 영화를 영화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미씽:사라진 여자’는 충무로 영화 중 흔치 않은 여성 영화다. 주연 남자 배우가 없고, 엄지원고 공효진 두 사람의 감정이 오롯이 영화를 이끈다. 부담감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엄지원에게는 부담감보다 도전의식이 앞섰다.

“여성 영화는 꺼려진다 이런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영화판 안에 알게 모르게 있는 그런 것들에 대해 한 번 정면돌파 해 보고 싶었어요”

엄지원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한매’ 역의 공효진. 두 사람은 ‘브로맨스’가 대세로 여겨지는 최근, ‘워맨스’를 선보이며 열연해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서로 결을 맞추기 위해서 효진이와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 부분이 다른 영화 작업할 대와는 아주 달랐고, 참 좋았어요. 두 사람이 같은 마음이었지 누가 더 잘했고 못했고 그런 마음은 전혀 없었죠. 특히 저희가 반려견을 키우고 있고, 비슷한 동네에 살고 있고, 꽃을 좋아하는 등의 공통점이 많아서 더 코드가 잘 통했던 것 같아요. 둘 다 패션에 관심도 많아서 비슷한 옷이나 신발 등도 굉장히 많아요. VIP 시사회 때는 효진이와 제가 같은 옷을 준비해 갔던 거 있죠.(웃음) ‘똑같은 옷을 입고 가 볼까?’하다가 제가 같이 준비해 왔던 다른 옷을 입고 참석하긴 했지만요”

‘미씽’은 영화 내내 사라진 아이를 찾기 위한 여자와 그 아이와 함께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여자의 서로 다른 모성애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모성애라는 키를 통해 영화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이라면 언젠가 겪게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두 여성에 투영해 우리 사회적 분위기를 다뤘다.

“맞아요. 만약 그런 부분이 없고 드라마적으로 엄마가 아이를 찾아가면서 일어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이 템포감 있는 과정 중에서 녹아있었기 때문에 선택했죠.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이런 이슈들이 담겨있는 시나리오를 통해서 연기를 통해 현실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배우라는 직업을 도구로서 사용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죠”

엄지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던 ’여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는 계속해서 여성에게 ‘린치’를 가하는 모습이 그려져요. ‘이래서 애 있는 여자한테 일을 맡기면 안된다’ ‘여자 잘 만나야 돼요’ 등의 대사 등에서 그런 부분이 드러나죠. 영화 속에서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헤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지나가요. 지선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념하고 어느 순간 그것이 린치인지조차 모르게되는 그런 모습이 현실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제 바람이 있다면 이번 영화가 잘 돼서 그런 소소한 부분들까지 되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거에요”

   
 

현재 ‘미씽:사라진 여자’의 일정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엄지원은 오는 12월 개봉 예정인 영화 ‘마스터’에서는 신젬마로 또 한 번 연기 변신을 선보일 예정이다.

엄지원은 매번 감정적으로 힘든 역할을 맡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다행히 ‘마스터’에서는 감정적으로 조금 쉬운 역할을 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소원’ 때 부터 만성 어깨 결림이 생겼었는데 ‘마스터’ 찍을 때는 조금 덜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내가 좀 힘든 걸 많이 하긴 했구나’ 싶었어요.(웃음) 사람이 조금 편안하고 즐거움이 있는 걸 해야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매니저한테 ‘다음 작품은 무조건 밝은 것으로 하자’고 말했었어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2016년도 어느덧 한 달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 엄지원은 “연말이 되면 기쁜 마음보다는 슬플 것 같다”며 자신의 마음을 털어놨다.

“그렇지만 올해는 한 해 동안 열심히 농사 지었던 것에 좋은 열매를 맺으며 한 해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