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형’ 조정석 “제 촉 나쁘지 않아요”…연기의 리듬 아는 배우
[SS인터뷰] ‘형’ 조정석 “제 촉 나쁘지 않아요”…연기의 리듬 아는 배우
  • 승인 2016.11.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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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석 인터뷰

조정석이 연기하면 뭔가 다르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신을 스틸하던 조정석은 최근 드라마 ‘질투의 화신’으로 두 번째 인생캐릭터를 만났다. 그의 독특한 연기 리듬은 대사와 대사 사이를 꼼꼼하게 채운다. 그래서 그가 말하면 모든 것이 애드리브 같고 현실 리액션 같다. ‘오나귀’와 ‘질투의 화신’을 보고도 질투의 화신이 되지 않은 거미가 보살처럼 보일 정도.

‘질투의 화신’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조정석이 영화로 돌아왔다. 오는 23일 전야 개봉하는 영화 ‘형’(감독 권수경)은 사기꾼 형 고두식(조정석 분)과 유도 국가대표 동생 고두영(도경수 분)의 동거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처음 시나리오 느낌대로 잘 나왔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 혼자 울었어요. 당시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촬영가는 길이었는데 차안에서 몰래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족애를 다룬 것 같아요. 저도 형들이 있다 보니 확 꽂힌 것 같아요. 영화에 관해 ‘이야기가 신파다. 진부한 소재다’ 그런 의견이 있었는데 부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영화가 많은 분들이 사랑해줄 거라는 예감이 있었어요. 실컷 웃고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리셨다면 재미있게 보신 게 아닐까 생각해요. 분명히 누구에게나 가족이 있으니까요.”

   
 

‘형’은 진부할 수 있는 형제와 가족애라는 소재를 재미와 감동을 적절하게 분배해 몰입도 있게 이끌어 간다. 자칫 상투적일 수 있는 장면들도 조정석은 색다른 맛을 냈다.

“영화에서 욕을 많이 하잖아요. 더 강하게 할 수도 있었는데 그 정도가 영화의 톤앤매너에 알맞다고 판단했어요. 감독과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조절했어요. 대사 중에 ‘개새’라는 비속어가 자주 나오는데 모두 시나리오에 있던 거예요. 그만큼 디테일이 잘 담긴 시나리오예요. 이를 충실히 잘 표현하면 되리라 생각했어요. 초반 교도소에서 우는 장면도 너무 무겁지 않게 재미있게 보이고 싶었어요. 초중반에는 코미디 요소를 잘 살리자는 생각이 있었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조정석이 애드리브를 잘한다고 느끼겠지만 실은 대본에 충실해 연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사들이 애드리브라고 느껴지는 건 그가 가진 독특한 리듬감 때문이다. 그는 ‘공기 형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신을 준비한다. 아무런 말없이 서로를 바라볼 때 웃음이 유발된다면 배우는 이에 관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조정석은 “제 촉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기본이지만 내 말을 하는 게 중요하죠. ‘질투의 화신’에서 긴 대사가 많았어요. 연습을 확실히 하고 들어가죠. 긴 대사를 내 입으로 내뱉고 있는 거로만 보이면 안 돼요. 리듬감을 생각하고 긴 대사를 집중력 있고 재미있게 구성하려고 해요. 처음에 팍 꽂히는 시나리오는 읽으면 꼭 그림이 그려졌어요. 이번 영화도 그랬어요. 첫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송강호 선배님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 첫 페이지만 읽어도 느낌이 온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저는 그런 경지는 아니고 그런 대본과 시나리오도 받기 쉽지 않아요.”

   
 

‘형’에서 조정석은 도경수와 ‘남남케미’를 선보인다. 이전까지 여배우와 현실 로맨스를 선보였다면 이번에는 현실 형제로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배우로서 안정적인 성장기를 보이는 도경수에 관해 조정석은 ‘자질이 많은 좋은 배우’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병원에서 경수와 남을 속이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웃겼어요. 그때 가장 많이 웃은 것 같아요. 사실 배우의 기교와 스킬로 웃기는 건 한계가 있어요. 상대 배우와 호흡이 합쳐졌을 때 연기에 힘이 생기고 웃음도 커지는 것 같아요. 경수는 ‘카트’에서 처음 보고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드라마 ‘너를 기억해’에서도 임팩트가 있었어요.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기대했는데 같이 하니 더 좋아졌어요. 사실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도 영민하지 못하면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하는데 경수는 영민하고 흡수도 빨라요. 그리고 감정도 풍부하죠. 자질이 많은 좋은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뮤지컬,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조정석은 ‘좋은 연기’에 관해 구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연기에 강렬함보다 자연스러움이 많이 묻어나는 이유는 연기를 대결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조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동화가 되려면 배우도 실제로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보여져야하고 그게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연극을 하던 당시 연출선생님에게 좋은 연기에 관해 물은 적이 있어요. 그때 선생님이 ‘10m 앞에 있는 무대가 실제 공간처럼 보이고 배우들을 실제로 믿게 만드는 게 좋은 연기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도 그런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려고 노력해요. ‘질투의 화신’을 예를 들면 효진이와 키스하는 장면에서 키스의 각도와 거리도 상의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느낌으로 바로 통할 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좋았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그의 연기 스타일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내는 면에서 탁월하지만 때로는 캐릭터가 겹쳐 보일 수 있다. 배우로서 장점을 부각시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이로 인해 다른 장점이 안 보일 수 있다. 조정석은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면 다음 작품을 선택할 때 분명 고려를 할 거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영화, 드라마를 거쳐 다시 영화다. 연말까지 바쁘게 달려왔다. 드라마의 인기에 이어 ‘형’이 어떠한 성적을 가져올지 관심이 크다. 그는 “‘형’은 정말 웃음과 감동 모두 좋다. 초반에 정말 웃기다가 후반에는 눈물이 나는 잘 만든 이야기다”며 반복해 영화를 추천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기분 좋게 휴식을 취하고 싶은 게 그의 마음이다.

“일단 영화 홍보 일정이 끝나면 집에서 안 나올 생각이에요. 6월부터 단 하루도 안 쉬고 달려서 집에 있고 싶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소중하고 그리웠어요. TV를 보며 며칠씩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동안 체력적으로 버티고 있는 제 자신이 짜증났어요(웃음). 농담이지만 한번 쯤 쓰러질 만도 한데 말이죠. 막판에 진짜 힘들었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