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시청자 홍종현이 본 ‘보보경심-달의 연인’ 왕요
[SS인터뷰] 시청자 홍종현이 본 ‘보보경심-달의 연인’ 왕요
  • 승인 2016.11.1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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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해 보이면서도 조용조용해 보이는 이 배우가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 로맨스도 없는 악역 왕요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화려한 장신구 아이라인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왕위 다툼이 으레 그렇듯 형 왕무를 제거하고 황제가 됐다.

드라마 속에서 왕요는 하는 말마다 미운 말만 하고 야비하고 비열했다. 외모, 집안, 재능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지만,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형에 밀렸다. 자신에게 주어진 왕위가 아니지만 탐을 내다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악역이 처음인 홍종현은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시작하며 걱정과 부담도 들었지만 후반으로 달려갈 때쯤에는 이 악역에 대한 안쓰러움이 커졌다. 첫 도전하는 악역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원작이 인기가 많아 부담도 있었고요. 제가 악역을 하는 것에 대해 걱정한 분들이 많았어요. 원작이 인기가 많아 부담도 있었고요. 작가님과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왕요가 나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후반에 나타난 인간적인 모습, 그가 보여주는 크고 작은 변화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런 매력에 끌렸어요. 시청자들은 ‘홍종현에게 이런 모습도 있고나’ 하지 않았을까요? 외적인 모습이 파격적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아이라인이 짙었는데 처음에는 어색했죠. 콜렉션이나 화보 촬영할 때 더 심한 화장도 있었어요. 화장 자체는 거부감이 없었는데 이 화장을 하고 드라마에 나가도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적응 되니까 나중엔 없으면 어색했죠.”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를 연출한 김규태 감독의 특징이라면 클로즈업이 많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게 방영 내내 계속된다. 촬영장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한 클로즈업을 TV로 직접 확인했다.

“개인적으로 화면으로 통해서 봤을 때는 괜찮았어요. 저는 클로즈업 샷이 많이는 없었어요.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처음 나왔을 때는 제가 생각해도 화장이 진하고 눈빛이 강렬하더라고요. 그런 눈을 가진 캐릭터가 너무 크게 잡히니까 부담스러웠어요. 나중에는 적응이라기보다 왕요 만의 사납고, 야비하고, 빈정거리는 미묘한 표정이 더 잘 잡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홍종현은 왕요를 위해 액션스쿨을 다니고, 승마도 배웠다. 극중 엄마 황후 유씨(박지영 분)에서 비롯된 황제 교육. 왕욱(강하늘 분)의 배신 후 연하(강한나 분)를 버리는 왕요의 냉정함도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이런 왕요를 연기한 홍종현은 스스로에게 몇점을 줄 수 있을까?

“60점. 많이 준 거에요. 열심히 했어요. 열심히, 연구하고 공부해서 했으니 절반 넘게 준 거에요. 제 자신에게 점수를 크게 주는 편이 아니에요. 더 열심히 하라고 절반만 살짝 넘겨서 줬어요.(웃음)”

‘달의 연인-보보경심’은 사전제작 드라마다. 올 2월 촬영을 시작해 6월 마무리를 지었다. 8월 말 첫방송을 한 드라마를 대부분 본방송으로 챙겨봤다. 촬영한 지도 오래, 홍종현은 여전히 악역 왕요에 몰입해서 시청했을까?

“제가 촬영했으니 영상만 봐도 언제 어디서 찍은 건지 생각나서 객관적으로 봐지지가 않더라고요. 후반에 왕요가 무너질 쯤에는 저도 그때 감정이 되살아났어요. 같이 불쌍해했죠. 굉장히 밉고, 싫고, 나쁘지만 마냥 미워할 수 많은 없는 그런 존재였어요.”

홍종현은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후반부에 대한 애착이 많아 보였다. 왕이 되고 난 후 왕요의 감정 변화, 또 해수(아이유 분) 앞에서의 최후 등이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준비도 많았고 신경을 쏟았다.

“초반에 왕요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줬다면 후반부에는 감정의 변화가 나타나요. 그토록 원한 왕의 자리에 갔을 때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었고, 믿을 사람 없어졌을 때 불안감이요. 나중엔 엄마와도 사이가 멀어지면서 왕요가 미신 같은 것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지가 나와요. 마음이 망가지면서 환영보고 심장마비로 죽는 게 특별한 신이었어요. 변화가 빨리 진행돼 매끄럽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그런 걱정 덜었어요. 극중 죽는 장면을 촬영하기 전날 작가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혹시 하고 싶은 말 있냐고요. 왕요는 이때 어떤 말을 할까? 질문하셔서 편하게 말했죠. 제가 말한 내용을 대사에 녹여 주셔서 편하게 할 수 있었어요.”

홍종현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대표작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전우치’ ‘마마’ 등 여러 드라마, 영화에 참여했지만 대표작으로 꼽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홍종혁 역시 대표작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달의 연인’은 홍종현이 짙은 아이라인과 함께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니,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출연작 중에 홍종현 하면 떠오르는 게 사람마다 다르고 특출 나 보이는 게 없어 아쉬움에 얘기한 거였어요. 이번 작품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또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갈증 해소가 됐어요. 나름대로 저만의 도전 같은 것에 성취감이 있고 시청자들이 좋아해주는 것 오랜만이에요. 여러 가지로 얻은 게 많아요.”

   
 

사실 시청률에서 대박을 치진 않았지만 매니아를 형성한 KBS 2TV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홍종현은 왕요 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극중 이름인 ‘재규’와 잘 어울리게 ‘재규’스러웠다. 홍종현 역시 “재규가 귀여웠다”라고 떠올렸다. 또 하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눈 여겨 볼 이유는 현재 드라마, 영화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모델 출신 연기자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김우빈, 김영광, 이수혁, 성준, 홍종현 등이 고등학생으로 출연했다.

“다 활동을 잘하고 있어요. 모델을 같이 한 친구들이 비슷한 시기에 드라마를 시작해서 아직도 각자 영역에서 잘하고 있다는 게, 물론 더 앞으로 잘 되겠지만 그때 생각 한 번씩 해요. 그때는 친구들끼리 ‘우리가 언제까지 이 일을 할까? 다 같이 만나 작품 할 기회 있을까?’란 대화를 나누기도 했는데 뿌듯하고 기분 좋아요. 이 일을 하면서 고민이나 헷갈리는 것을 묻기도 해요. 워낙 공감대가 많고 서로 의지가 많이 돼요. 모델 출신 배우가 꼬리표처럼 따라오잖아요.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모델 배우 두 가지일 하지만 어디에 있어도 이질감 없어 보이는 것을 다들 원하는 것 같아요.”

아직 27살인 홍종현은 벌써 데뷔 9주년을 맞았다. 10대부터 모델로 데뷔하면서 일찍 일을 시작했다. 조바심이 없지 않았지만, 급하게 생각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배우 생활을 본격적으로 한지는 7년 정도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잖아요. 성격도 급하고 욕심도 많아요. 급하게 생각 안하려고 했는데, 빨리 잘 되는 것 보다 제가 하고 싶을 때 까지 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잘되면 좋겠지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모델을 시작할 때 배우 준비 같이 하고 싶어서 회사를 찾았어요. 생각보다는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됐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어렸죠. 생각도 지금과 다르고. 그러다 보니까 놓친 부분이 꽤 많았어요. 다 잘하는 게 아니지만 그런 시간 겪고 나니 경험해보고 나니까 스스로 노하우나 내공은 생긴 것 같아요. 너무 좋게 생각만 하나?(웃음)“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했다. 모든 질문에 항상 신중하고 깊게 생각한 후 말하려고 했다. 입을 뗀 홍종현은 “보통 어떻게 말하냐요”라며 웃었다. 여러 대화가 오간 끝에 홍종현이 대답을 내놨다. “이 일을 하는 것은 제 욕심이 제일 커서에요. 사람들이 항상 기대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같은 대본을 연기해도 다르게 나오잖아요. 제가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것을 보니까…. 저를 기억할 때 저만의 느낌을 잘 기억해줬으면 해요.”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