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가려진 시간’ 강동원 “새로움 때문에 관객 배신하면 안 돼”
[SS인터뷰] ‘가려진 시간’ 강동원 “새로움 때문에 관객 배신하면 안 돼”
  • 승인 2016.11.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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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2세, 사형수, 도사, 간첩, 초능력자, 악덕 관리, 부제, 사기꾼 등 매번 다른 캐릭터로 스펙트럼을 넓혀온 강동원이 이번에는 ‘어른아이’가 됐다. 판타지적인 아우라는 풍기는 그가 감성 판타지를 연기하니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하다.

지난해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은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는 부제로 분해 한국형 엑소시즘 장르를 개척했다. 장편영화에 막 데뷔하는 감독에 오컬트 장르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540만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며 이를 불식시켰다. 올해 강동원은 ‘검사외전’에서 능글맞은 사기꾼으로 분해 980만 관객에게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두 작품의 성공에 이어 그는 이번에도 장편 상업영화에 데뷔하는 동갑내기 감독과 작업했다. ‘가려진 시간’은 ‘잉투기’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로 감성 판타지를 표방한다.

“우선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봤어요. 마음 속 결정은 부산에서 감독님을 만났을 때 이미 했어요. 일주일 후에 다시 약속을 잡고 만났어요. 감독님 외에도 다른 관계자들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깜짝 발표했어요. 이전에 일부러 안할 것처럼 뉘앙스를 풍겨서 그런지 제 이야기를 듣고 관계자분들이 놀라며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영화 ‘가려진 시간’은 시간이 멈춰진 세상에 갇혀 어른이 된 성민(강동원 분)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소녀 수린(신은수 분)의 특별한 이야기를 그린다. 검증이 부족한 신인감독과 판타지 장르라는 위험요소가 있지만 강동원은 흔쾌히 작품을 선택했다.

“감독님이 마음에 들었어요. 차분하면서 강단이 있어 보였고 본인이 그리는 그림이 정확하게 있었어요. 영화는 멈춰진 세상을 그리는 판타지인데 현실적인 부분이 분명해 좋았어요. 판타지만 계속 나온다면 재미없었을 텐데 돌아와서 현실과 부딪히잖아요. 분명히 던지는 메시지가 있었죠.”

강동원이 연기한 성민은 20대 성인이지만 멈춘 세상에서 시간을 보내 몸만 훌쩍 커버린 아이와 다름없다. 자칫하면 가볍고 유치해질 수 있는 캐릭터였고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강동원은 관객들의 공감에 집중해 캐릭터를 다듬었다.

“캐릭터 감정선은 시나리오를 따랐어요. 디테일한 부분은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순간 순간 모니터링 하면서 의견을 주고받았어요. 그렇다고 제 의견대로 많이 바뀌지는 않아요(웃음). 저는 고집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찍고 감독님 말대로 한 번 해요. 그리고 판단은 편집실에 맡기는 거죠. 가장 중점을 둔 건 영화를 보시는 남성 관객 분들이 오글거리지 않는 것이었어요. 너무 어리광 부리는 것처럼 되면 제가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2시간 동안 못 볼 거예요. 그래서 적정선을 찾고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려고 노력했어요.”

   
 

의견을 고집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강동원이 데뷔 시절부터 확고하게 가진 생각은 “새로운 걸 찾으려는 욕심에 관객을 배신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품고 있는 이 생각은 그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배우로 만들어줬다. 강동원은 새로운 걸 위해 관객을 배신하지도 비슷한 캐릭터에 안주하지도 않았다. 항상 관객과 자신의 중간 지점을 찾아가며 조금씩 확장해 왔다. ‘가려진 시간’은 감성 판타지라는 장르 안에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 강동원의 그간 행보와 잘 부합하는 작품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묻자 강동원은 엔딩과 멈춰진 세상을 꼽았다.

“엔딩이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요. 영화가 감정을 쌓아간 이유도 그 장면까지 가려고한 거니까. 그리고 시간이 멈춘 세상을 다룬 장면들이 좋았어요. 재미나게 찍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예산 문제도 있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멈춰진 세상을 보여준 영화는 없었던 것 같아요. 타임 슬립 같은 소재야 있었지만 이렇게 멈춘 세상에서 다시 돌아오는 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자고 일어났는데 어른이 된 것과는 다르잖아요. 그런 면을 구현한 것이 우리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죠.”

‘가려진 시간’과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과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함께 나오는 파트너다. 이전 작품에서 주로 베테랑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던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20살이나 어린 신예 신은수와 함께 했다.

“화면으로 볼 때 좋았는데 실제로 봤을 때도 좋았어요. 어리다고 해서 촬영에 있어 특별히 다른 건 없었어요. 저는 연기할 때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위해 일부러 친해지는 주의는 아니에요. 연기는 연기잖아요. 은수와는 나이 차이가 있어 애매한 관계네요. 저는 어쨌든 은수를 좋아하는데 은수가 저를 불편해 해요. 같이 있으면 할 말이 없어요. 어쨌든 재미있게 해주고 싶은데 유머 코드도 다른 것 같고(웃음).”

   
 

최근 강동원은 예상을 넘어서는 흥행 행진으로 그의 시나리오 선구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오히려 강동원은 이 같은 상황을 반기는 눈치다.

“부담감은 없어요. 기대를 많이 한다는 건 그만큼 인지도가 높다는 의미니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이렇게 되려고 열심히 일한 거잖아요(웃음). 예전에는 간섭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그런 말을 안 듣게 돼서 편해요. 좀 더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게 됐고 관객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힘이 돼요.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국영화 다 똑같다는 말이 안 나오죠.”

16일 개봉하는 ‘가려진 시간’에 이어 강동원은 이병헌, 김우빈과 함께한 영화 ‘마스터’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올 한해 3편의 영화가 개봉하는 강동원은 내년에도 영화 촬영으로 바쁘게 보낼 예정이다.

시간을 달리듯 보내고 있는 강동원이 ‘가려진 시간’ 속 성민처럼 세상이 멈춘다면 무엇을 할까.

“시간 멈추면 걸어서 유럽여행을 갈 거예요. 평양에서 평양냉면 먹고 대륙 지나 실크로드 따라 쭉 가야죠. 포르투갈까지 가려나.”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