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이다윗…벌써 데뷔 14년, 그가 걷고픈 ‘배우의 길’ 오늘 그리고 내일
[SS인터뷰] 이다윗…벌써 데뷔 14년, 그가 걷고픈 ‘배우의 길’ 오늘 그리고 내일
  • 승인 2016.11.0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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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던가, 젊음의 패기만 있으면 못할 것이 없다고. 이야말로 또 한 번 연기 변신에 성공하며 놀라움을 준 배우 이다윗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직접 만난 이다윗에게서는 이제 겨우 20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그만의 싱그러움이 느껴졌다.

영화 ‘스플릿’을 통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캐릭터 ‘영훈’으로 연기변신을 시도한 이다윗은 “영화가 걱정했던 것 보다 잘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는 말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이다윗은 다른 연기보다 쉽지 않은 자폐 연기에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를 거절하려 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자폐증을 연기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영화를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 제가 ‘레전드’라는 톰 하디가 나오는 영화를 봤었는데 그 영화 속 톰하디의 1인 2역 연기에 너무 충격을 받은거죠. 게다가 1인 2역을 제안한 것도 톰 하디 본인이라고 하는 거예요. 거기서 딱 오더라고요,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저는 이걸 할 수 없어서 못하겠다고 생각했던 게 초라하고 부끄러워져서 ‘한 번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국내에서 ‘자폐증 연기’를 이야기할 때면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와 드라마 ‘굿닥터’의 주원은 늘 ‘자폐증 연기의 정석’처럼 함께 언급된다. 이러한 쟁쟁한 선배들의 연기 때문에 이다윗이 느꼈던 부담감은 더욱 컸다.

“시작도 하기 전에 주변에서 ‘너는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어요. 그래서 ‘안해야겠다’ 생각했을 정도로 엄청난 부담이었죠. 워낙 연기를 잘 하시는 선배님들이 연기를 하셨고, 결과 역시 너무 좋았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부담감에 ‘말아톤’의 조승우 선배님의 연기를 수십번도 더 돌려 봤었어요. 그런데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제가 ‘말아톤’ 속 초원이를 따라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감독님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감독님께서 ‘이제 절대 아무 것도 보지마’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만의 것을 구축하게 하기 위한 감독님의 조언이셨죠. 부담감에 계속 다른 연기를 보게 되면 어려울 때 그 연기를 떠올리면서 따라하게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 이후로 영화나 드라마는 일체 보지 않고 가끔 다큐멘터리만 찾아보면서 공부를 했어요. 심리 상담 선생님을 찾아가서이야기하면서 공부한 것도 도움이 됐고요.”

그 결과 이다윗은 조승우, 주원과는 또 다른 역대급 자폐증 연기를 완성하며 개봉 전 열린 언론, 배급 시사회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얼마 전 VIP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시사회 때 누군가를 초대하고 영화를 보는게 전에는 즐거웠어요. 그런데 ‘스플릿’은 이렇게 긴장된 적이 없을 정도로 긴장되더라고요. 무대 인사를 위해 올라가기 전까지 ‘어떡하지’를 연발하면서 긴장했었는데 보고 나와서 다들 너무나 좋은 반응을 보여줘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죠.”

이다윗은 자신의 ‘룸메이트’인 배우 김민석의 반응을 묻는 질문엔 빙긋이 웃어보였다.

“주변에서 좋은 말들을 많이 해 주셨는데 (김민석) 형은 제가 촬영 하는 동안 힘들어하고 고민했던 걸 가장 많이 봤던 사람이잖아요. 그런 형이 영화 보고 나오자 마자 저를 끌어안으면서 ‘너무 고생했다’ 하는데 눈물이 갑자기 막 나는 거예요. 그 동안 제가 고민하고 고생했던 게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과 위로받고 보상받는 기분이 같이 밀려 왔었어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이다윗이 ‘영훈’을 연기하기 위해 했던 무수한 고민들을 느낄 수 있었다. 26년간 늘 혼자였어야 했던 집 문 앞에서 ‘철종’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때 너무 슬프고 감격스러워 오열을 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하는 이다윗은 영화 촬영이 끝난 지 반년이 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영훈’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영훈’이라는 캐릭터는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인지를 알 수가 없는 친구예요. ‘할머니가 저 때문에 돌아가셨어요’라는 슬픈 대사를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이야기하는 등의 행동들 때문에요. 덕분에 그 연기를 할 때 몇 번이나 같은 장면을 다른 느낌으로 찍어보면서 고민했었어요. 여태까지 감정 없이 이런 슬픈 대사를 해 본 적이 없어서 촬영이 끝날 때 까지 그 부분이 어렵더라고요. 답 없이 고민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실제 자폐증을 앓고 있는 것 처럼 눈 깜빡임, 손 움직임 하나 조차 세심하게 연기했던 이다윗은 “촬영이 끝난 후 ‘영훈’을 연기하며 배었던 습관이 쉽게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자폐증을 연기하기 위해 연습했던 습관들이 촬영이 끝난 후에도 쉽게 없어지지 않았어요. 주변 분들은 ‘스플릿’ 촬영이 끝난 후에도 저만 보면 그냥 앉아만 있어도 ‘메소드 연기 장난 아니다. 잘 어울린다’라고 놀리시기도 하셨고요. 실제로 촬영이 모두 끝난 후에도 생각을 안하고 멍 때리고 있을 때면 눈을 계속 영훈이처럼 깜빡 거리기도 하고, 혼자 집에 있을 때도 손을 영화 속에서 처럼 움직이고 있었어요. 그걸 보고 혼자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정말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어요.”

말과 동시에 이다윗은 영화 속에서 ‘영훈’이 가지고 있었던 습관인 과장된 눈 깜빡임, 허우적 거리는 듯 한 손동작을 리얼하게 재연했다. ‘아직까지 영훈의 습관을 다 버리지 못했나보다’ 생각 하는 찰나 이다윗은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고 말을 이어갔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영향을 끼쳤던 게 ‘스플릿’ 촬영을 마치자마자 찍었던 작품인 ‘싸우자 귀신아’ 였어요. ‘싸우자 귀신아’ 속 제가 맡았던 캐릭터가 굉장히 방방 뛰는 캐릭터인데, 첫 촬영을 갔는데 영훈이가 거기 앉아있는 거예요. 그래서 첫 촬영을 하고 나서는 ‘내가 스플릿을 찍었나, 싸우자 귀신아를 찍었나’ 할 정도였어요. ‘싸우자 귀신아’를 보시면 1, 2화에 그게 정말 심하게 나와요. 웹툰이 원작이다보니 과장되게 연기를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보니 그 때마다 계속해서 영훈이가 나오더라고요.(웃음) 다행히 후반부 갈 수록 많이 나아졌는데, 드라마가 먼저 나오니까 ‘스플릿’에 너무 미안해지더라고요.”

   
 

함께 볼링 파트너로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 유지태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유지태 선배님은 제가 뭘 해도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너무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선배님을 보면 항상 인자하고 자상하신 미소를 짓고 계세요, 그게 굉장히 품위 있어보이고 제 스스로가 작아보이게 하는 그런 기운을 줘요. 만약에 영화가 아니라 다른 자리에서 선배님을 뵀다면 다가가기 어렵고 기품있고 엘레강스한 그런 게 있으실텐데 (웃음) 같이 촬영하는 나의 파트너가 그런 포스를 풍기고 계시니까 너무 든든했어요. 그 넓은 등에 살포시 기댈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듬직한 기분이요.”

그런 이다윗에게도 유지태와 함께 하는 도중 위기는 있었다. 영화 속 이다윗과 유지태는 막걸리를 ‘막키스’라 부르며 함께 술을 마시면서 정을 쌓는다. 하지만 이 장면의 촬영이 이다윗에게는 ‘위기’였다.

“제가 술을 진짜 못 마셔요. 진짜 못마시는데 선배님께서 촬영 할 때 ‘진짜 마시자’ 하셔서 ‘네’ 하고 마신거죠. 어쩌다보니 그 장면 전에 나오는 신을 막걸리 마시는 신 뒤에 찍게 됐는데 진짜 얼굴이 새빨개져서 만취한 사람 같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후보정으로 얼굴을 하얗게 만들어야 했어요 (웃음) 그리고 감독님께서 막걸리를 마시는 신을 굉장히 오래 찍으셔서 선배님과 계속 원샷을 하다보니 진짜 촬영하다가 어지러워서 “아 땅이 움직인다, 땅이 돈다” 이런 대사를 진심으로 했었어요. 그 때 제 상태가 실제로 심각한 상태였거든요. 그 정도로 비틀거리면서 혀 꼬인 상태로 꾸역꾸역 남은 장면을 찍었었어요.”

이다윗은 현재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에서 황인국 역으로 출연 중이다. 이다윗은 영화 ‘순정’에 이어 ‘긍정이 체질’에서 다시 만난 그룹 엑소(EXO)의 멤버이자 연기자로 활약 중인 도경수(디오)와 또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된 계기에 대해 “경수 형이 먼저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고 입을 열었다.

“경수 형이 어느 날 밤에 전화가 와서 ‘다윗아, 웹드라마 하는데 같이 하자. 이병헌 감독님 작품이다’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재밌겠다고 생각했지만 저도 회사에 말해야하고, 무엇보다 감독님께서도 저를 마음에 들어야 하셔야 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감독님께 다 이야기 해 놨으니까 내일 회사랑 이야기하고 계약해’라고 딱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 날 회사에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곧바로 대본 받고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어요. 너무 고맙게도 정말 형이 감독님께 ‘다윗이라고 제 친구가 있는데 같이 출연하고 싶다’고 모든 걸 다 이야기 해둔 상태여서 저는 ‘네’ 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던거죠.(웃음)”

도경수의 제안으로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두 사람은 최근 ‘긍정이 체질’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다. 이다윗은 촬영장에서 도경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언급하는 내내 미소를 숨기지 못해며 도경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순정’ 때는 형의 캐릭터가 막 재미있고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 저만 그런 캐릭터였는데, 이번에는 둘이서 대사를 재미있게 주고 받는 부분이 많으니까 너무 재미있어요. 현장에서 둘이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촬영하고 그러면서 쉴 때마다 저희가 하는 놀이가 있어요. ‘순정’ 때 전라도 사투리를 썼었는데 그걸 이용해서 ‘긍정이 체질’ 모든 대사를 전라도 사투리로 바꿔서 해 보면서 노는거에요. 그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웃음)”

   
 

영화 이야기에서 벗어나 사람 ‘이다윗’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이다윗은 한층 장난기 넘치는 모습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평소 ‘힙합 마니아’라 소문이 난 이다윗에게 ‘힙합의 민족2’ 등의 프로그램에 출연할 의향을 묻자 그의 진지한 장난기가 고개를 들었다.

“전혀 그런 생각이 없어요. (감독님이 랩을 잘한다던데?) 그 땐 다들 취기가 올라오신 상태였고, 힙합을 사랑하는 저의 마음을 예능에서 그렇게 소모하고 싶지 않아요 (웃음). ‘나의 힙합을 매도하지 마라’ 이런 거?”

2003년 아역 배우로 데뷔 이후 어느덧 1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이다윗은 여느 청춘 스타들처럼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진국 배우’였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가 굉장히 중요하고 그것이 돌아와 제 연기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을 항상 생각해요. 제 연기가 무르익으려면 적어도 30대는 돼야 할 텐데 그럼 20대 후반까지는 ‘베이스 쌓기’를 계속 해야겠죠. 뭐든지 제가 자극을 받을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다 해 보고 싶어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20대 후반 꽃이 피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걸음을 걸어 나가야겠죠.”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