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구르미 그린 달빛’ 진영이 사랑한 김윤성
[SS인터뷰] ‘구르미 그린 달빛’ 진영이 사랑한 김윤성
  • 승인 2016.11.03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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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진영은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을 되돌아보는 중이다. 지난 10월 18일 종영하고 종방연에 시청률 공약 팬사인회, 포상 휴가 까지 다녀와 어느 정도 털어낼 법도 하지만, 아직 ‘구르미 그린 달빛’을 놓지 못하고 있다. 10월 말부터 이어진 인터뷰 때문이다.

인터뷰의 마지막 날 기자와 마주앉은 진영은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이라며 “계속 인터뷰하니까 아직도 하고 있는 것 같다. 뜻 깊은 작업이었다. 부담을 많이 가진 작품”이라고 ‘구르미 그린 달빛’을 설명했다.

의도치 않게 첫 질문이 나왔다. 부담은 뭐 였을까?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었죠. 작가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리딩도 하고 어떤 식으로 해야 좋은 방향인지 많이 배웠어요. 감독님은 느끼한 대사를 담백하게 칠 것을 주문하셨어요. 느끼한 대사인데, 사실 그 대사 자체가 쓸 일이 없잖아요. 어떤 게 괜찮을지 고민하다 힘들 빼기로 했죠. 여유가 넘치는 김윤성에게 그런 대사는 일상이라고. 여유가 넘치니까 그런 말을 많이 한 거죠.”

그동안 드라마 ‘우와한 녀’ ‘칠전팔기 구해라’ ‘맨도롱 또똣’ 영화 ‘수상한 그녀’ 등에 출연했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은 진영의 첫 사극이었다. 한복을 입는 것도 어색했고,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것도 진영에겐 도전이었다. 현장 분위기도 더할 나위 없었다.

“큰일 났다 싶었어요. 그래도 어느 순간부터 외모에 대한 관심을 떨치고 연기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제가 눈이 올라간 게 콤플렉스 인데 갓의 끝 부분과 제 눈이 올라간 게 일치하더라고요. 사극에서 콤플렉스보단 장점으로 사용되지 않았나 싶어요. 카메라 감독님도 나중에는 맞춰서 촬영해 주셨어요. 카메라 감독님이 엄마, 감독님이 아빠 느낌이었어요. 착하고 인간미 넘치는 현장이었죠. 실수를 해도 유하게 넘어가고 편하게 해주셨어요.”

   
 

극중 김윤성은 조선의 무소불위 권력가 김헌의 하나뿐인 귀한 친손자였다. 아쉬울 게 없는 명문가 집안의 적장자였지만, 그리고 싶은 그림이 없었고, 삶에 대한 의욕도 없었다. 하지만 홍라온이란 사람을 만나 ‘조악한 그림’을 그린다. 원하는 게 생겼지만 김윤성은 최후의 순간을 그리며 홍라온에게 갔다. 마지막이 된 그 걸음이 시청자들은 안타까웠고, 혹은 ‘왜 죽어야 할까’란 생각을 했다.

“윤성이 입장으로 보면 이해가 갔어요. 의욕 없이 살던 애가 라온이한테 거절을 당했잖아요. 라온이가 오지 말라고 할 때 앞에서 우는데, 그걸 보면서 마음이 무너졌을 거예요. 자기 때문에 우니까 ‘이젠 기대하지 않고 착각하지 않겠다’라며 마음 접는 말을 해요. 윤성이는 욕심도 없고 내가 왜 이렇게 살아 가냐? 생각한 사람이잖아요. 처음으로 의욕을 가지게 해준 사람이 홍라온인데, 가슴 아프게 마음 접고 할 때 한동안 라온이를 못 보다 만나는 게 죽는 장면이에요. 할아버지한테 라온이를 잡으러 가겠다고 할 때는 여러 의미가 있었어요. 어쨌든 라온이가 없으면 삶의 의욕이 없으니까요. 윤성이라면 라온이한테 마지막 선물을 주고 다 떠나보내지 않았을까? 자객들이랑 가서 라온이를 잡고 ‘홍라온’ 이렇게 부르는데 페이크에요. 그러다 칼에 맞는데 의원을 부르려는 라온이를 잡아요. 살 마음이 없었던 거죠. 상처보고 놀라니까 가리고. 윤성이는 정말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에요. 시시한 사내가 되고 싶지 않다는 농담을 하면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아요. 윤성이가 눈물 흘렸다면 이 죽음은 라온이 탓이 되니까요. 여기서 윤성 눈물 흘리지 않은 것 내 뜻이라는 의미에요. 끝까지 눈물을 참고 상처 주기 싫었어요. 할아버지 말씀을 어긴 건 정말 큰 거역인데 윤성이는 결심을 한 거죠. 자기가 나서서, 선물 준거애요. 시청자들에게 이런 걸 알려주고 싶어요. 윤성이라면 갑작스럽지 않았다는 것을요. 원래 삶에 의욕이 없던 친구니까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윤성이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는 참 길었다. 그만큼 진영은 김윤성을 아끼고, 또 사랑했다.

“처음부터 많이 하려고 했는데 하면서 느껴졌다. 이 삶을 살기 시작하니까 주변에서 다가오는 인물도 이 상황도 이해가가고 윤성이란 캐릭터는 애정하고 얘가 죽을 때도 슬펐고, ‘늘 그리고 싶었던 그림, 제가 그리는 순간이라도 행복했으면 그만이다’ 이런 말 할 때도 마음이 아팠어요. 대본을 보면 윤성이는 운적이 없어요. 눈물을 보이는 남자가 아니에요. 죽을 때 까지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이영과 김윤성 관계 역시 안타깝고 안타깝다. 어릴 적에는 옷을 바꿔 입고 서로 삶의 무게를 가늠한 벗이었고, 또 군주의 신하가 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훗날 가문, 또 홍라온의 존재로 엇갈리게 됐다.

“어떻게 틀어졌는지 정확히 그려지지 않았다.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할아버지 욕심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상처 받았으면서 오해가 쌓였죠. 윤성도 풀고 싶어 했지만 라온이가 나타나 라온이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어요. 한 명이 밀면 한 명이 끄는 식이었어요. 화해를 충분히 할 수 있었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 경쟁자일 뿐이었죠. 그렇지만 전 윤성이가 이영과 라온이의 사랑에 끼지 않았으면 했어요. 훼방을 놓거나 제 매력을 보여준다고 해서 라온이가 넘어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요? 라온이가 매력 없어지잖아요. 윤성이가 낄 자리가 많지 않겠다 느꼈어요.”

   
 

진영은 18,1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윤성이가 불쌍하다고 했다. 그래서 더 애틋했다. 이영도 지키고, 라온이도 지킨 윤성이의 최후. 그제야 비로소 모든 것을 놓은 천호진 마지막 장면에 진영은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 슬퍼서 대본보고 울었어요.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긴 했지만 윤성이의 입장으로 보면 윤성이만을 위해 일을 진행했잖아요. ‘윤성이 방 보고갑세’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원래는 ‘윤성이랑 할 말이 있다’ 였어요. 엄청 슬프잖아요. 없는 걸 알면서 그 방에 가서 이야기를 한다는 게, 그 장면이 너무 슬펐어요.”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사극의 두려움을 떨쳐낸 진영. 시청자들은 진영이 만든 윤성에 공감하며 그 매력에 빠졌다. 칭찬하는 반응이 넘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말한다. 2013년 첫 연기를 시작한 진영에겐 이제 시작일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났고 제가 해보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해봤어요. 이제는 제 역량으로 얼마나 해내는 지가 중요해요. 앞으로 많이 도전하고 싶어요. 액션도 좋고요. 겁내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여러 역할을 많이 하고 싶다. 대표작이 생기기보다, 대표작 없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캐릭터에 녹는 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사진=WM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