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최순실 연설문 보도 그 이후…금기시 됐던 ‘박근혜 탄핵·하야’ 단어까지
JTBC 최순실 연설문 보도 그 이후…금기시 됐던 ‘박근혜 탄핵·하야’ 단어까지
  • 승인 2016.10.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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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TBC 최순실 연설문 보도 그 이후…금기시 됐던 ‘박근혜 탄핵·하야’ 단어까지 / 사진 =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무려 44개에 달하는 대통령 연설문을 미리 받아봤다는 JTBC 보도가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야권 일각에서 그동안 금기시 됐던 단어인 ‘탄핵’과 ‘하야’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다.

‘탄핵’과 ‘하야’는 그동안 정치권에서 금기시됐던 단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에 의한 탄핵 사태에 휘말리면서 역풍으로 다음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한 만큼 민주당도 탄핵 부분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양상이다.

이에 당 차원보다는 '탄핵'이라는 단어를 개별 의원들이 직접 입에 올리며 여론전에 불을 지피는 기류가 감지된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하야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먼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대통령은) 석고대죄하고 하야해야 한다고 본다"며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썼다. 민주당 의원으로서는 박 대통령의 하야 주장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처음 한 것이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 또한 성명을 내고 "최 씨가 연설문과 회의 자료를 사전에 열람하고 수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어젯밤, 민심은 들끓었다"며 "탄핵 얘기가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대통령의 개헌 추진은 진심이 어디에 있는지 상관없이, 최순실 비리를 덮으려는 국면전환용으로 규정됐다"며 ‘탄핵’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거론,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은 거짓말을 계속 하다 끝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사과하면 될 일을 끝까지 부인하다가 화를 자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핵 얘기가 나온다'는 식으로 밖의 여론을 전하는 형태와 닉슨 전 대통령 사건을 언급하는 간접적 방식이었지만 역시 방점은 대통령 탄핵과 하야에 찍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부속실장을 지냈던 김한정 의원도 "박 대통령도 이 상태를 방치하다가는 의혹의 대상을 넘어서서 수사대상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의 전례가 있다"고 압박했다.

일단 대다수 의원들은 표면적으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떠올리며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서도 탄핵보다 수위를 낮춘 '내각 총사퇴' 요구와 함께 이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동조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무정지' 정도는 추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또다른 민주당 재선의원은 "박 대통령이 능력만 없는 줄 알았더니 자격도 없다"며 탄핵 요구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사실 현실적으로 임기가 별로 안남은 상황에서 굳이 대통령 공백상태를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뉴시스는 전했다.

이 재선의원은 그러면서 "어쨌거나 국정을 운영할 능력을 대통령이 상실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권한대행 임명'을 추진해야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정국 때도 총리가 대신 일을 하지 않았느냐"고 강조했다.

김부겸 의원도 "대통령은 근본적인 민심수습책을 내놓아야한다"며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와 함께 국기 문란에 이른 국정을 대폭 쇄신하기 위한 내각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실 전면개편을 단행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대통령도 수사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내각 총사퇴와 비서진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던 민주공화국의 보편적 질서가 무너진 국기문란, 나아가 국기붕괴사건"이라며 "세계사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개탄했다.

안 전 대표는 "극단적이고 폐쇄적인 정권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지금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며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낱낱이 밝히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박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오늘로써 대통령발 개헌 논의는 종료됐음을 선언한다. 정치권은 성난 민심을 수습하는 데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일축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최순실 게이트는 이제 대통령과 청와대의 비리가 됐다"며 "남은 임기,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선 박 대통령이 이 사태를 스스로 풀고 가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더 이상 뒤에 숨지 말고 직접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순실씨를 즉각 귀국시켜 수사를 받게 해야 한다"며 "우병우 수석을 포함해 비선실세와 연결돼 국정을 농단한 현 청와대 참모진을 일괄 사퇴시켜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도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속속 밝혀지는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은 차마 부끄럽고 참담해 고개를 들 수조차 없는 수준"이라며 "이건 단순한 권력형 비리가 아니다. 국기문란을 넘어선 국정붕괴다. 우리 헌정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 그대로 둔다면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할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는 그러면서 "박 대통령에게 엄중하게 경고한다. 이렇게라도 분명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남은 1년은 국정마비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이 더 불행해 지는 것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지금은 국가비상상태다. 실로 대한민국의 위기다. 오직 정직만이 해법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 지도부는 "당론이 아니라 개별 의원의 이야기"라고 당 차원의 적극적인 표현은 자제하고 있다.

[스타서울TV 김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