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볼빨간 사춘기, 사춘기 감성으로 마음 간질이는 두 소녀의 맥락있는 반란[라이징스타]
[SS인터뷰] 볼빨간 사춘기, 사춘기 감성으로 마음 간질이는 두 소녀의 맥락있는 반란[라이징스타]
  • 승인 2016.10.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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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돌풍이 불어닥쳤다. 금새 사그러들지 않을까 했던 돌풍은 보기좋게 예상을 빗나가며 불어닥친 그 자리 그대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갓 스무 살의 벽을 넘어선 스물 둘의 두 소녀, ‘사춘기’ 안지영과 ‘볼빨간’ 우지윤의 이야기다.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도 아니고, 오래된 연륜을 자랑하는 원로 가수도 아니다. 그런 두 소녀가 첫 번째 풀 앨범(Full Album) ‘RED PLANET’으로 국내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인기 가수들만 설 수 있다는 음악 프로그램도 두 사람에게 줄줄이 러브콜을 보냈다.

경북 영주의 두 소녀가 자신들이 만든 타이틀곡 ‘우주를 줄게’로 잭팟급 역주행의 주인공이 된 것을 어떠한 맥락으로 설명해야 할까 고민하던 찰나,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광희와 함께 ‘무도 가요제’에 나가보고 싶다”며 통통튀는 멜로디의 구애송을 부르는 두 사람을 보고 무릎을 쳤다. 음악으로 듣는 이들을 미소짓게 만들고 흡입하는 힘, 간단하지만 어려운 그것이 이 돌풍의 이유였던 것.

이제 막 방송 활동을 마무리 했지만, 연이은 행사 일정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는 볼빨간 사춘기를 만났다.

“이렇게 많은 방송 활동이 처음이라 초반엔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끝이라고 하니까 아쉬운 마음이 커요. 사실 그 순간 재미있게 즐기면 되는 공연과는 다르게 방송은 자료가 남으니까 최대한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등의 부담감이 있었거든요.(웃음) 저희가 인디뮤지션이긴 하지만 보시는 분들 눈에도 예쁘게 보여야 하니까 연습도 많이 했었어요. 그래서인지 감회가 새롭고 뿌듯해요”

사춘기의 감성을 담고 싶어 팀 명을 ‘볼빨간 사춘기’로 지었다는 안지영과 우지윤. 어느덧 20대에 접어든 지 2년차인 두 사람에게 사춘기의 감성이란 멀진 않지만 가깝지도 않은 감성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안지영) 저희는 명확하게 ‘사춘기’를 규정짓지 않고 사춘기라는 시기의 특성을 살리고 싶어하는 거라, 딱히 그 감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건 아니에요. 저 같은 경우에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혼자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영감을 얻는 편이죠”

   
 

두 사람의 노래 속에는 또래 여성들이 공감할만한 아기자기하면서도 감성적인 가사들이 즐비하다. ‘볼빨간 사춘기’의 가사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간질간질한 연애 소설을 읽는 듯 한 느낌이 드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안지영) 저는 여중-여고-여대를 나와서 주변 친구들에게 연애담도 많이 듣곤 했었어요. 그렇게 들은 이야기와 제 경험담들을 재해석해 가사를 쓰는 편이에요. 사실 제가 쓴 가사가 연애를 해보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가사잖아요.

(우지윤) 저는 아직 연애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에게 감정을 대입해 상상하며 가사를 쓰곤 해요. (연애는 언제쯤?) 연애요? 이제 해야죠.(웃음)”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볼빨간 사춘기는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여대생이었다.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안지영과 그 옆에서 가끔씩 고개를 끄덕이며 추임새를 넣는 우지윤은 과연 오래된 친구 다운 찰떡 호흡으로 주변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그런 두 사람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소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던 멜론 차트 1위를 달성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그 때 오후 차트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0시 차트 전에 임창정 선배님과 접전이 붙었었어요. 그런데 딱 차트가 나오고 저희가 1위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둘이서 ‘폭풍 카톡’을 했었죠. (우지윤) 지영이가 ‘우리 1위할 거 같아’라고 이야기 했었는데 막상 그게 현실이 되니까 너무 신기했었어요. (안지영) 한 번만 1위 해보자 했었는데 진짜 1위를 하고 댓글이 실시간으로 몇 천개씩 달리는 걸 보니 너무 좋았어요. 주변에서도 정말 많이 응원해 주시고 축하해주셨죠”

특히 안지영에게 차트 1위와 주변의 뜨거운 반응은 더욱 특별한 의미였다.

“사실 엄마랑 저는 음악을 하는 것 때문에 트러블이 많았었는데 이렇게 잘 되고 나니 엄마가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이제는 ‘자랑스럽다’고 해 주시더라고요. (회사에서는?) 회사에서는 ‘츤데레’처럼 티는 많이 안내시지만 사소하게 다 챙겨주시고 좋아해 주시고 계세요.(웃음)”

   
 

갑작스러운 역주행부터 차트 1위까지, 볼빨간 사춘기는 이러한 폭발적인 반응에 “부담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우리가 이래도 되나?’ 싶기도 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저희는 이게 뜬금없이 ‘반짝’ 일어난 일이 아니라 저희가 그만큼 했던 노력 덕분에 이룰 수 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앨범 수록곡들이 전부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매 주마다 곡을 쓰고, 컨펌 받고 하면서 만든 곡들이거든요. 회사 실장님께서 우스갯소리로 ‘활동 끝나면 다시 곡 쓰는거 시작해야지’하고 계세요”

두 사람은 ‘RED PLANET’, 그리고 ‘우주를 줄게’가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 ‘신선함’을 꼽았다.

“저희가 약간 신선하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저희만의 색깔이 진한 것 같기도 하고요. 딱히 무슨 색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신선하게 먹혔던 것 같아요. ‘유스케’나 SNS 등으로 입소문이 많이 난 덕분인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운’도 따랐던 거겠죠”

   
 

1위 돌풍을 맛 본 볼빨간 사춘기에게 다음 앨범은 부담 아닌 부담으로 다가올 것. 하지만 두 사람은 부담감 보다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람이 욕심이 있잖아요. 물론 다음 앨범 1위에 대한 생각이 전혀 안 드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앨범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요. 저희만의 ‘사춘기스러운’ 상큼하고 통통튀는 감성에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예쁜 가사들, 밝은 멜로디는 유지하되 새로운 방향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사춘기 감성 계속될까?) ‘사춘기로 쭉 간다’ 이게 아니기 때문에 괜찮을 것 같아요. 순수함은 사라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사춘기 때의 감성은 그대로일 것 같아요”

‘볼빨간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이제 갓 발을 내딛기 시작한 두 사람에겐 걸어온 길 보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더 많이 남아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이건 어렵다”며 고민하던 두 사람은 결국 ‘볼빨간 사춘기’의 음악에 대한 꿈으로 입을 모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신선한’ 볼빨간 사춘기로 남고 싶어요. 좋은 노래 듣고 싶을 때 언제나 믿고 들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하면서요. 그러면서 ‘볼빨간 사춘기’만의 장르를 만들어 보는 것, 그게 꿈이에요”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