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아수라’ 정우성, 악의 생태계에서 내뿜는 ‘멋짐’의 아우라
[SS인터뷰] ‘아수라’ 정우성, 악의 생태계에서 내뿜는 ‘멋짐’의 아우라
  • 승인 2016.10.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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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남성의 멋짐을 쏟아 부은 것 같은 정우성의 얼굴에 악이 서렸다. 악에 받치고 곤죽이 되고 나락으로 떨어져도 정우성은 정우성이다. 단순히 비주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만이 존재하는 아수라 같은 생태계에서 정우성은 그 만의 아우라를 풍기며 그가 지금까지 정상에 군림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아수라’에서 정우성은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 분)의 더러운 뒷일을 처리해 주며 돈을 받아온 비리 형사 한도경을 연기했다. 영화는 “인간이 싫어요”라는 한도경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한다. 영화에서 한도경은 끊임없이 절벽으로 몰린다. 벗어났다 싶으면 또 다른 절벽이 나타나 그를 압박한다. 개미지옥 같이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세상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건 체념 섞인 한숨이다.

“굉장히 독백이 많았죠. 여러 버전을 거쳤어요. 한번은 독백을 다 뺀 버전도 있었는데 감독님이 지친남자가 누군가에게 회고하듯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넣었어요. ‘인간이 싫어요’ 라는 말이 슬픈 이야기잖아요. 얼마나 지쳤기에 이런 말을 할까 싶었어요. 지친 남자가 푹 꺼진 의자에 앉아서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거죠. 대다수의 중년 남성이 느끼는 삶의 피로를 빗대어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정우성은 자신의 이해로 한도경을 규정짓기 보다는 그를 따라가며 캐릭터에 몰입했다.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정우성이었지만 한도경의 스트레스를 그대로 받다보니 엄청난 피로감이 따랐다. 지친 정우성은 힘들어 죽겠다며 감독에게 토로했고, 감독은 그 말을 듣고서야 정우성이 한도경이 됐다는 생각에 안심하고 기뻐했다.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은 ‘비트’로 시작해 ‘태양은 없다’, ‘무사’를 거쳐 ‘아수라로 만났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 출연 제안에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승낙할 정도로 신뢰를 보였다.

“감독님을 좋아했던 이유들을 되새겨보면 치열한 현장 때문이었어요. 영화 작업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는 지를 알려준 감독님이세요. 그냥 디렉션을 주고 찍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아요. 다시 만나서 작업하니 더 열정적으로 되신 것 같아요. 현장을 보는 안목을 넓혀주신 분이 감독님이시죠.”

   
 

‘아수라’는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등 가장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연기파 배우들의 만남으로 영화는 제작단계에서부터 기대를 모았다. 남자 냄새 가득한 현장이었고 그만큼 다들 열정이 넘쳤다. 배우들은 역대 가장 즐거웠던 현장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만식이는 애교가 많고 도원이는 감성이 풍부하고 여린 면도 있어요. 지훈이는 유연하고 정민이형이야 말 그대로 정민이 형이죠. 당시 뮤지컬 ‘오케피’ 준비와 공연이 겹쳤어요. 피로도가 상당했을 텐데 자신의 롤에 충실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일까봐 상당히 미안해했어요. 그 힘든 스케줄 속에서도 박성배를 완성해나가는 모습을 봤을 때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어요.”

주연은 물론 조연까지 모든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연기의 시너지는 영화의 백미다. 다섯 배우 외에도 김원해, 윤제문 등 탄탄한 조연이 빈곳을 메웠고 특히 마약중독자 ‘작대기’로 분한 김원해는 분량 이상의 강렬함을 남겼다.

“원해 형이 고생을 많이 했죠. 본인이 직접 머리도 깎는다하고 하셨어요. 구타당하는 장면에서도 실제로 터치가 있었어요. 형이 집에 가서 와이프에게 자신의 노고를 이야기했더니 진짜 정우성에게 맞았냐며 좋아해서 본인은 섭섭했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웃음). 역할은 분량의 적고 많고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맡은 롤을 완성시키기 위해 얼마나 진정성을 담고 열정을 다했는지가 중요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작품에서 좋은 예였죠.”

압도되는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를 보는 큰 재미이지만 과격하게 표현되는 폭력의 수위와 내용에는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이에 관해 정우성은 “영화적인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느 순간부터 시대가 각박하고 불합리한 일이 많이 생기니 영화도 현실적인 비판이나 현실과 맞닿은 작품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는 영화 본질이 가진 특성이 있잖아요. ‘아수라’는 영화적인 설정이 확실해요. 영화적인 영화를 보며 삐뚤어진 이해와 메시지를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영화적인 영화를 만드는 걸 다들 두려워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관객이 풍부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질적인 발전이 늦어질 수 있어요. ‘아수라’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충실했던 작품 같아요.”

   
 

정우성은 우리나라에서 ‘잘생겼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어온 사람이다. ‘스타들의 스타’인 정우성은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향한 찬사에 웃으며 인정하며 너스레를 떠는 여유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정준하를 따라하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다. 신비감 가득했던 스타는 40대가 되며 잘생김에 깊이를 얻고 여유를 갖췄다.

“예전에는 씨앗 같았다면 이제는 나라는 열매가 맺었죠. 그리고 그 열매가 씨앗을 뿌리고 또 다른 열매를 맺겠죠. 시간이 흐르면 인간에 대한 이해, 상대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중요한 것 같아요. 작업 안에서 보면 감독과 배우가 말을 안 듣거나 자기스타일을 고집한다면 표면적인 형태의 표현만 나올 테지만 서로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자세를 가지면 더 깊은 표현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일상생활, 모든 관계에서 이는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데뷔 이래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우성은 항상 주인공이자 모두의 선망을 받는 스타였다. 정우성이 생각하는 주연을 벗어난 삶은 무엇일까.

“조연의 삶은 없어요. 우리 모두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이잖아요. 영화 현장은 롤에 따라 주연, 조연, 스태프 등을 나눠 이야기하지만 사실 현장을 채우는 모두가 조인공이에요. 어느 하나도 빠지면 안돼요.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 하지 않는다면 완성체가 되지 않아요. 저는 평소에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걸 좋아해요. 궁금해요. 저 주인공의 삶은 어떨지.”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