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대결’ 이주승 “20대엔 실패 많이 하고 배울 생각”
[SS인터뷰] ‘대결’ 이주승 “20대엔 실패 많이 하고 배울 생각”
  • 승인 2016.09.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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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승에게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아온 스타가 아닌 내 옆에서 매일 투덜대며 신세한탄하고 소주를 기울이는 친구 녀석의 냄새 말이다. 나쁘게 말하면 배우치고 평범한 얼굴, 좋게 말하면 모두의 공감대를 살 수 있는 비주얼이다. 그에겐 독립영화부터 다져온 연기력이 있으니 이는 분명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2009년 영화 ‘장례식의 멤버’로 주목받는 독립영화계의 스타가 된 이주승은 ‘셔틀콕’, ‘누나’, ‘소셜포비아’ 등으로 차근차근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런 그가 현피와 취권이라는 다소 황당한 소재의 영화 ‘대결’을 통해 첫 상업영화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대본 보기 전에는 조금 이상한 영화일거라 생각했어요. 읽고 나서는 ‘이상한 영화가 아니구나. 재미있는 청춘영화구나. 속 시원한 사이다 영화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액션에 끌리기도 했고 취권과 현대 액션의 조화가 어떨지 상상이 안 갔는데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 점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나 싶어요.”

   
 

‘대결’에서 이주승은 형의 복수를 위해 취권을 연마하는 취준생 풍호 역을 맡았다. 성룡의 ‘취권’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은 30년도 지난 일이다. 2016년에 꺼낸 취권이라는 카드는 감독에게도 배우에게도 모험이었다. 특히 상업영화 첫 주연에 취권까지 익혀야 하는 이주승은 모든 것이 두려움이었다. 부담을 안고 촬영에 돌입한 이주승은 조금씩 선배 배우들과 감독에게 의지하면서 이를 떨쳐냈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다스리는 취권의 묘미에도 빠졌다.

“취권이라는 무술 자체가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다스리는 느낌이고 취권을 찍을 때 고무로 만들어진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취권의 매력은 리듬과 템포 같아요. 흐느적거리다가 한 번에 강렬한 파워를 날리는 게 매력이에요. 다른 무술은 절도가 있는데 릴렉스와 텐션을 반복하는 동작이 매력 있어요.”

다소 만화적인 소재를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이주승은 캐릭터에 무게추를 달았다. 이주승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이전과는 다른 색의 연기를 염두에 뒀지만 감독은 이전 연기처럼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주승은 주변 친구들을 통해 취준생에 관련한 정보를 얻고 연구했고 캐릭터를 좀 더 정의롭고 오지랖이 넓은 인물로 다듬었다. 붕 뜨지 않고 현실에 안착한 캐릭터는 실제 이주승과 닮은 면을 가진다.

“딱히 깊은 생각을 하면서 살지 않는 점, 고민이 별로 없는 게 제 실제 모습과 닮은 것 같아요. 긍정적이라기보다는 상처가 두려워서 방어적인 성격이라 생각해요. 풍호는 매번 취업 못하고 떨어지고 실망하는데 그저 자신은 철이 없다고 생각하고 방어적으로 이겨내는 점이 비슷해요. 반대로 맞서 싸울 때 ‘힘이면 힘’ 이렇게 생각하는 단순함은 없는 것 같아요. 저라면 고소를 하죠. 굳이 오지호 선배를 힘으로 이길 생각은 안 하죠(웃음).”

‘대결’은 토너먼트식 한국형 액션영화를 표방하는 만큼 다양한 무술과 화려한 액션시퀀스가 영화를 가득 채운다. 이주승의 취권 외에도 칼리아르니스, 실랏, 복싱 등이 차례로 등장해 실감나는 타격감을 선사한다. 특히 오지호와 이주승의 마지막 클럽 격투신은 4박 5일 동안 촬영했다. 이주승은 당시를 회상하며 “UFC에서 3라운드가면 사람들이 왜 느려지고 집에 가고 싶어 하는 표정을 짓는지 공감이 됐다”며 고개를 저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주승은 지난해 ‘소셜포비아’에서 변요한, 류준열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세 배우 중 두 배우가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이주승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축하한다고 연락 왔어요. 시사회도 오기로 했고 힘을 많이 줘요. 준열이 형은 버스에 ‘대결’ 홍보사진 있으면 찍어서 보내줘요. ‘소셜포비아’는 정이 쌓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어요. 오래 준비했고 오래 찍었고 잘 돼서 관객도 많이 모였고요. 사람이 뜨면 변하잔하요. 형들은 변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것 같아 많은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나이보다 앳된 얼굴, 비밀을 숨겨놓은 듯한 표정. 배우 이주승이 가진 장점이다. 여기에 진정성 있는 연기력이 더해져 이주승은 독립영화를 거쳐 상업영화 첫 주연으로 작품에 참여하기까지 필모그래피를 빼곡하게 채웠다.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해요.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뿌듯해요. 군대 빼고는 쉰 적이 없으니까 그 점에서 많이 뿌듯해요. 작품이 두 개가 동시에 들어오면 하나만 해야 하는데 끝날 때쯤 하나가 들어와서 이어서 할 수 있으니 운이 좋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20대 목표는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해서 실패를 많이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어울리는 옷을 최대한 겪어보는 게 20대에 용서가 된다고 생각해서 많이 해보고 싶었죠. 영화에서 밝은 역할이 없었고 주로 죽이고 사연 있고 우울한 역할을 했는데 이번엔 성격을 까고 속이 보이는 투명한 역할이에요. 새로운 걸 했으니 관계자분들도 이런 느낌을 보시고 마음에 들면 다른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사극을 안 해봤어요. 시대물 해보고 싶어요.”

   
 

지난해 이주승은 ‘식샤를 합시다2’, ‘프로듀사’, ‘너를 사랑한 시간’ 등 드라마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를 묻는 말에 이주승은 “드라마는 한치 앞을 모르니 같이 살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며 독특한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이주승은 “사전에 분석하고 준비하는 데 희열을 느낀다”며 영화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독립영화, 상업영화, 드라마 전 분야에서 매번 새로운 옷을 입는 이주승의 다음 역할이 기대된다.

“상업영화에서 이번에 배운 건 재미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됐어요. 감정을 좀 더 줄이고 재미를 살리는 점을 배운 것 같아요. 그 점 빼고는 환경적인 부분, 좀 더 예산이 많으니 열약하지 않다는 차이가 있어요. 여전히 독립영화는 계속 하고 싶어요. 상업영화도 하고 싶고 일단은 역할이 제가 흥미가 있으면 다 해보고 싶어요. 인물이 궁금하면 가리지 않고 다 하고 싶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클로버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