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굿와이프’ 유지태 “제 한계 깨고 싶어요”…19년차 배우 끝없는 도전
[SS인터뷰] ‘굿와이프’ 유지태 “제 한계 깨고 싶어요”…19년차 배우 끝없는 도전
  • 승인 2016.09.05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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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와이프’ 반응이 좋아서 감사드리고 다음 작품을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에요”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유지태는 ‘이태준’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소화하면서 대중들에게 또 한 번 배우로서 그의 진가를 재확인시켜줬다. 호평 속에 ‘굿와이프’를 성공적으로 마친 유지태는 차기작을 어떻게 연기할 지 고민하는 열일배우였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카페에서 진행된 tvN 금토드라마 ‘굿와이프’ 종영인터뷰에서 그는 배우 유지태부터 인간 유지태, 굿허스번드 모습까지 이모저모를 들려줬다.

■ “이태준이 ‘쓰랑꾼’으로 묘사돼 다행이에요”

유지태는 극 중 검사 생활에 치명적인 스캔들과 부정부패 의혹을 받으며 아내를 향한 사랑과 가족애, 권력욕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장 검사 이태준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일명 ‘쓰랑꾼(쓰레기+사랑꾼 합성어)’이라 불리는 선과 악인 공존하는 면모로 유지태는 인간의 본성, 탐욕의 민낯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자칫 시청자들의 공분을 살 수 있는 이태준 캐릭터 출연에 대한 고민과 부담감은 있었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이 배역을 해야 하나 싶었어요. 걱정됐죠. 섹스스캔들의 주인공이잖아요. 아내에 대한 부담감이었죠. 함께 사는 사람인데, 이런 쪽으로 이슈가 되면 사는 게 힘들지 않을까 했어요. 아이가 자라면 아빠 작품도 보게 될 텐데, 악역을 맡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이태준은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욕망도 강하고, 가족에 대한 애착도 강하고, 감성과 이성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인물이라 최대한 입체적으로 그리려고 했어요. 그래서 혜경(전도연 분)이나 가족에게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이태준이 입체적으로 보일 거라 생각했죠. 이태준이 가진 야망의 폭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태준 캐릭터가 쓰레기에 머물지 않고 ‘쓰랑꾼’이라는 양면성을 가진 캐릭터로 묘사된 것 같아 다행이에요. 또 제작진이 상대방을 제압하고 위압감을 줄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사람들이 제 예상과 달리 어깨를 좋게 봐주더라고요. 섹시한 느낌을 원했는데, 그런 반응이 나와서 다행이에요."

   
 

■ “전도연, ‘진짜’를 갈구하는 배우.”

유지태는 극 중 부부로 호흡 맞춘 전도연에 대해 “상대 배우도 같이 빛나게 하는 사람이에요”라고 정의했다. 더불어 ‘칸의 여왕’ 전도연과 함께한 ‘굿와이프’ 촬영 현장은 같은 천생배우인 유지태에게도 늘 기대되고 소중한 의미가 깊은 시간들이었다.

“전도연 선배는 누구나 함께하고 싶어하는 배우에요. 처음에 느낀 기대와 끝났을 때가 같았어요. ‘진짜’를 갈구하는 배우라는 게 인상 깊었어요. 구치소에 갇혀있던 4회까지 감정의 기복과 굴곡을 모두 표현해야했어요. 전도연 선배가 ‘이게 진짜 감정인지, 어떤 건지 모르겠다’고 자문하는 게 놀라웠어요. 진짜를 담으려고 노력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로 정평이 난 칸의 여인이 아직도 연기에 고민하더라구요. 이래서 다들 ‘전도연 전도연 하는구나’ 싶었어요. 상대 배우도 같이 빛나게 하는 사람이에요. 이태준이 부정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 선택할 때 고심됐지만 전도연 선배와의 연기가 기대가 된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아무리 바쁜 현장이라도 기대가 됐어요. 전도연이란 배우 덕분에 유연하게 잘 흘러간 것 같아요.”

■ “제게는 가정이 제일 소중해요.”

유지태는 극 중에서도 한 가정을 책임진 가장이었다. 잇속 챙기기에 바쁜 이기적인 인물이었지만 사랑하는 아내(전도연 분)에겐 꿀이 떨어질 것만 같은 눈빛을 보내는가 하면, 자신의 불륜사실을 눈치 챈 아들 지훈(성유빈 분)과의 대화에서 감독에게 건의해 직접 대사를 바꿀 만큼 남다른 부자케미도 발산했다. 유지태 연기인생 중심은 가정이었고, 실제로 굿허즈번드였다.

“바쁜 아빠죠. 서운해요 사실은. 아내는 아들에게 뺏기고, 아들은 아내에게 뺏기고.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고, 추억도 나누고 싶은데 아쉽죠. 너무 바빠 얼굴도 못 보니. 효진이가 활동하지 않는 게 희생이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는 삶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효진이한테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하라고 늘 독려해요. 하지만 효진이가 아이가 3살이 될 때까지는 아이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저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그녀의 선택을 존중해요. 대신 제가 두 배로 일하면서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 주는 거죠. 솔직한 편이에요. 그녀에게 거짓이 없으려고 노력하죠. 마음은 계속 변해요. 저도 효진이도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도 솔직히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면서 살아온 거 아니냐고. 사람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제게는 가정이 제일 소중해요. 그녀를 위해 굿허즈번드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이태준처럼) 쓰레기가 되고 싶진 않아요. (웃음)”

   
 

■ “모델출신 배우, 진지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동 중인 데뷔 19년 차인 유지태에게도 분명 힘들고 아픈 시간은 있었을 터. 188cm의 훤칠한 키를 가진 유지태는 1997년 모델로 데뷔해 활동하다 영화 ‘바이 준’(1998)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주요소 습격사건’(1999), ‘동감’(2000), ‘봄날은 간다’(2001)등 작품에서 활약하며 충무로 대세배우로 급부상했다. 마침내 인생작 ‘올드보이’(2003)를 만나 악역 열연으로 배우인생 전성기를 맞이했다. 모델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떼어 내기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진지함이었다.

“배우로서 진지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원래는 무용수였고, 연예 활동을 모델로 시작했잖아요. ‘모델 출신 배우’라는 딱지가 늘 붙어있었어요. 지금이야 모델 출신 배우들도 많고,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그때는 편견이 있어서 어려움이 좀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딱지를 떼려고 부단히 노력했죠. 진지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배우 생명력이 길어진다고 믿기도 했고요. 그래서 좋은 영화에 출연하려고 노력했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세계적인 배우”를 꿈꾸는 유지태는 지치지 않고 쉴 틈 없이 활동을 이어간다. 그는 9월 현빈과 함께 영화 ‘꾼’ 촬영에 돌입하며, 이정현과 호흡을 맞춘 영화 ‘스플릿’이 하반기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지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배우 그 자체였다. 그는 말한다. “한계를 깨고 싶어요. 환경이 바뀌고 여유가 생겼다고 변하고 싶지 않아요.”라고.

   
 

“제 한계를 깨고 싶어요. 언젠가 아이가 자랐을 때, 세계적인 배우가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해요. 외국어도 10년째 공부하고 있어요. ‘올드보이’나 ‘봄날은 간다’ 같은 작품은 개인적으로도 자부심이 큰 작품이거든요. 흥행이 됐든 안 됐든 작품을 까다롭게 골라왔고 앞으로도 제 눈높이를 낮추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9월부터 영화 ‘꾼’의 촬영이 시작돼요. 지금도 머릿속엔 ‘굿와이프’ MT를 다녀와서 빨리 ‘꾼’에 몰입해야겠다, 좋은 연기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사람들을 밝고 행복하게 만드는 작품, 편안한 이야기가 있는 배우이고 싶어요. 배우의 열정, 지치지 않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기가 좋아 지금까지 살아왔는데, 환경이 바뀌고 여유가 생겼다고 변하고 싶진 않거든요.”

[스타서울TV 조인경 기자 / 사진 = 나무엑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