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닥터스’ 김래원 "홍지홍에게 많이 배웠어요"…열정이 만든 표현의 힘
[SS인터뷰] ‘닥터스’ 김래원 "홍지홍에게 많이 배웠어요"…열정이 만든 표현의 힘
  • 승인 2016.09.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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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갑니다”

홍지홍 매력에 김래원 연기까지 입혀지니 데뷔 19년 차 배우 김래원만의 색깔은 더욱 다채로워졌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2003),영화 ‘어린 신부’(2004),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5), ‘넌 어느별에서 왔니’(2006) 등 다수의 로맨틱코미디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김래원 내공은 역시 ‘닥터스’에서도 빛을 발휘했다. 극 중 실력있는 신경외과 교수 홍지홍으로 분한 그는 “결혼했니? 애인있어? 그럼됐어”란 단 세 마디로 선방을 날리며 대한민국 여심을 접수했다. 줄곧 진중함과 달달함 사이 묘한 균형을 맞추며 뻔하지않는 로코남을 구축했다는 평.

여자들의 워너비는 물론 남자들의 로망까지 채워줄 수 있는 배우 중 한 명인 김래원. 그는 최근 진행된 SBS 월화드라마 ‘닥터스’ 종영 기자간담회에서 화이트 셔츠와 블랙 슬랙스를 매칭한 깔끔한 댄디룩을 입고 환한 미소로 등장했다.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고 ‘홍지홍’의 모습 그 어느 때보다 더 유쾌했고 능청스럽고 친근했다. 전작 ‘펀치’(2015), 영화 ‘강남1970’(2015), ‘해바라기’(2006)를 통해 보여준 다소 무거운 이미지들은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홍지홍을 만나고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한, 두 편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김래원의 솔직한 연기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래원과의 일문일답.

Q. 전작 장르드라마 '펀치'와 다르게 오랜만에 로코 '닥터스'로 컴백했다.

내가 로코를 피한 건 아니다. 로코 영화 제안이 있었지만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동안 나에게 흥미로운 작품을 해왔고 '닥터스'는 내가 안 해본 직업이어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때 당시 먼저 캐스팅된 박신혜가 '나와 하면 좋겠다'고 했는데 고민했었다. 첫 회가 방송되기 2주 전에야 영화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합류했는데, 그런 만큼 고민도 많았다. 영화 촬영을 위해 줄곧 죄수복을 입다가 다음날 바로 의사 가운을 입으니 부담도 됐다.

Q. 20.2% 종영, 유종의 미 거둔 소감은

오랜만에 로코를 했는데 괜찮은 것 같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으면 또 할 계획이다. 나는 원래 로코를 좋아하고 내가 시작했던 장르이기도 하다. 또 로코로 많은 사람에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자신있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맞춤형보다는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것들을 차곡차곡 밟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 다양하게 해왔다. 시작할 때와 달리 반응이 뜨거워서 정말 기쁘다. 로코를 또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촬영하면서도 지금도 행복한 시간이다.

   
 

Q. 홍지홍 특유의 말투가 있다. 명대사도 많이 탄생했다. “결혼했니 애인있어?” 대표적.

아무 생각 없었는데(웃음). 대사가 어려운 게 많았다. 너무 오글거리는 표현은 그대로 못하겠더라. 그냥 하려면 너무 닭살 돋을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담백하게 하면 어떨까 싶어서 그런 말투를 써봤다. 나중에는 감독님이 그런 말투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그땐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이 좋아한다고 계속 그 말투를 쓰는 건 내가 싫었다. (결혼했니 애인있어?)그 대사엔 숨은 비밀이 있다. 내가 순서도 바꾸고 조금 과하게 처리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슈가 됐을 수도 있겠는데, 원래 작가 선생님이 의도한 건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알겠지만, 드라마 전반적으로 홍지홍은 이해하고 지켜보는 역인데 그 장면만 보면 엄청난 ‘상 남자’거든. 사실 대본에서는 쭈뼛거리며 눈도 잘 못 마주치며 하는 대사였지만 내가 상 남자로 가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내가 잘 바꿔서 잘 된 것 같다(웃음). 너무 내 자랑처럼 보일까? 그러면 안 되는데

Q. 아쉬움이 있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어느 작품이나 중반 이후에는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나는 대본을 많이 본다. 내 입장에서 보고, 감독 입장에서 보고, 이 회에서 뭘 말하고 싶은지 본다. 무거운 장르가 아니라도 회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고민을 많이 한다. 이번엔 그럴 시간이 없었다. 작가님도 의도대로 안 나와서 속상했을 거다. 감독님이 정신 바짝 차리자고 몇 번 얘기했다. 나는 '닥터스'를 한 편의 영화로 봤던 것 같다. 드라마는 편하게 보기 때문에 회가 바뀌면 튀어도 인식을 못 한다. 예를 들면 극중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힘든 상황을 겪고, 그 다음회 시작은 아버지의 신변을 정리하러 미국을 다녀온지 2~3주인데 선글라스를 끼고 들어와서 친구에게 손들고 반갑게 했다. 그건 지나친 것 같다. 또, 대본이 안 나와서 뒤에 설명을 몰라서 놓친 점도 있었는데 큰 건 아니다.

Q. 캐릭터의 20대부터 40대까지를 넘나들며 연기했다. 연령대별로 연기적 차이를 뒀나.

마지막에 20대 초반 인턴으로 잠깐 소개됐다. 개인적으로 그 신이 좋았다. 20대 초반의 풋풋한 인턴이어서 전날부터 예쁜 생각을 하고 아침부터 첫신으로 찍었다. 다 찍고 나서 감독님이 그회가 우울했는데 그 인턴 지홍의 장면은 백미라더라. 의도한 대로 됐구나 싶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이제 막 시작하는 의사의 풋풋한 모습을 더 담고 싶었다. 그 신을 찍을 때 걸음걸이부터 어리바리해서 스태프도 다 웃었다.

Q. 잘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극 중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홍지홍이 오열을 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 다음 회에서는 아버지의 주변을 정리하고 3주 가량 미국에 있다가 한국으로 들어오는데, 그 장면에서 선글라스를 썼다. 슬픔을 털어버린 거지. 그 모습을 참 잘 살렸다. 후반부에 홍지홍의 20대 인턴시절 모습도 잠깐 나오는데, 그것도 마음에 든다.

Q. '닥터스'가 사람의 변화에 대해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여러가지 의미를 얻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장한 지점이 있다면.

나는 역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김래원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내가 어두운 역할을 하면 그렇게 돼서 영화할 때 고생했다. 이제는 좀 알고 하는 것 같아서 더 편했다. 내가 느끼고 성장하는 밝은 역할을 하고 싶었다. ‘닥터스’에서 내레이션으로 인과응보를 이야기할 때, 내레이션으로만 흘릴 게 아니라 좀 더 힘을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에게 줄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10대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어서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나눴었다.

   
 

Q. 슬럼프를 겪은 적이 있나.

당연히 있었다. 나는 열정이 없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감독님이 그랬다. 연기자는 잘하면 근사하고 멋있는데 잘못하면 굉장히 천박한 직업이 될 수도 있다고. 20대 중후반일 당시에는 그런 얘기만 귀에 맴돌았다. 주시는 사랑에도 관심해지고, 그 모습을 사람들은 교만이라고 봤을거다. 그런 접점에서 과연 내 인생이 중요한데 이것도 내 인생의 일부인데, 내 삶이 있는데. 그런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이 있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또 그런 고민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가 점점 더 재밌어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는 것 같다.

Q. 스스로의 로코 연기가 성장했다고 생각하나.

13년 전에는 밑도 끝도 없이 상황도 모르고 했다. 그때는 내가 보여지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내가 하면서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인물('닥터스' 홍지홍)이 너무 많이 웃기면 이중적으로 보일 수 있고 굉장히 위험하다. 감독님께는 홍지홍 캐릭터의 폭을 넓히고 싶다고 말했다. 확 갔다가 반대로 확가고 싶은데 내가 혹시 과한 것 같으면 잘 잡아달라고 얘기했다. 다행히 큰 무리없이 잘된 것 같다.

Q. 9살 연하인 박신혜와 나이차이 어색하지 않았나

9살 나이차는 전혀 못 느꼈다. 후배들도 나를 그렇게 안 대했다. 또래처럼 편하게 대했고 그게 맞는거였다. 연기 호흡에 대해 의논하지 않았지만 모든게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점은 작가님이 쓴 대사의 힘도 있었다. 배우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대본에 잘 쓰여 있었고, 감독님도 분위기를 잘 만들어줬다. 나는 홍지홍이 그랬듯이 박신혜가 하는 것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반대로 박신혜도 내가 선배다보니 나에게 맞추려고 유심히 보고 '어떻게 하실거에요?'라고 묻기도 했다.

Q. 박신혜와 꿀케미 비결은

배려하고 맞추려고 하니까 호흡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떤 드라마할 때는 닫아놓고 자기것만 하는 배우도 있다. 이번에는 서로가 마음을 열고 연기해서 좋은 케미라는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다. 연기는 혼자하는게 아니다. 나도 홍지홍을 더 매력적으로 잘보이게 연기할 수 있다. 근데 그렇게 되면 캐릭터가 매력적인만큼 시청자는 이 드라마를 안 볼테고 그럼 효과가 없지 않냐. 그런 면에서 박신혜는 똑똑하다. 근데 진짜 9살 차이로 보이냐?(일동 웃음)

Q. 극중 박신혜와 사제지간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사이,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특별히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특별한 건 없었다. 극중 홍지홍과 유혜정은 사제지간에서 연인으로 발전한다. 아무래도 혜정이 제자였기 때문에 연인으로 발전하기 전에 벽이 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느낌을 표현해야 하지 않았을까. 똑같은 대사톤과 표정, 시선처리, 말투를 가지고도 20대 느낌으로 하는 것과 30대 느낌으로 하는 것은 표정부터 눈빛까지 똑같다. 안에서 나오는 기운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조절은 조금하려고 했다. 그리고 여담으로 어려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웃음) 머리스타일도 바꿨고 피부 관리도 꾸준히 했다. 예전에는 고집을 많이 부렸는데 이번에는 주위에 잘하는 스태프에게 믿고 맡겼다. 다들 열심히 잘해줘서 고맙다.

   
 

Q. 두 사람의 빗속댄스 관련 시청자 반응이 갈렸다

안 그래도 종방연 때 감독님이 “춤추는 건 다신 안 할 거다”라고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 장면은 실수였다(웃음). 처음부터 연기하기가 힘든 장면이었다. 부담스럽고 이상하고… 그래서 감독님께 편집으로 커버되냐고 물어보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걱정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편집으로 살리기가 힘들었지. 사전에 춤 연습도 없이 느낌만으로 연기해서 더 망친 것 같다. 선곡이 미스였나 싶기도 하고. 촬영 시간도 별로 없었고… 뭐, 감독님도 본인 실수라고 하셨다(웃음).

Q. 전화박스 앞에서 뽀뽀할 때도 자세가 엉거주춤했다

그렇게 이상했나? 내가 보고나서 느낀 건 그 장면이 이상했지 나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웃음). 난 그냥 상황에 맞게 한 거니까. 스승과 제자로 십몇 년 만에 만나서 너무 자연스럽게 딥키스를 했다면 그게 진짜 위험했을 것 같다.

Q. 프러포즈 하고 싶은 이성 스타일은.

잘 모르겠다. 영화도 두 편 찍었고 해야 할 일이 많다. (결혼은) 몇 년 더 걸리지 않을까. (독신주의인가?) 독신주의는 아니다. 제2의 삶에 대한 큰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웃음)

Q. ‘닥터스’에는 특별출연자 중 욕심나는 역할이 있다면.

정말 다 좋으셨고 기억에도 많이 남았다. 특히 탐나는 역할도 있었다. 조달환 씨가 한 사이코패스 집착남이 너무 괜찮더라. 배우로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작가님께도 “나중에 이런 역할 진짜 하고 싶다고. 쓰시면 나 하겠다”고 아예 말씀을 드렸다(웃음). 조달환 씨가 그 역을 너무 잘 해주셔서 드라마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조달환 씨께도 직접 고맙다고 했었다.

Q. 배우라는 직업에 정말 열의가 남다른데 앞으로 방향은.

열정이 없어지면 끝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감독님이 배우는 잘 하면 근사하고 멋있지만, 잘못하면 천박한 직업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20대 중후반 때 이 직업에 대해, 팬들로부터 받는 사랑의 의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런 고민들의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고. 분명한 건 그거다. 연기가 점점 더 재밌어진다. 잘 하고 싶어요.

Q. 앞으로 연기 욕심과 나의 강점 사이에서 밸런스는 어떻게 유지할 예정인가.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처럼 나만이 할 수 있는, 보는 사람을 웃고, 울릴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영화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드라마도 할 예정이다. '강남 1970'처럼 센 역할은 가끔 맡고, 진정성 있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주로 맡고 싶어요. 그래도 사이코패스처럼 악역도 넘나들 수 있는 연기를 가끔은 하고 싶을 것 같아요.

Q. 로코물 ‘닥터스’가 김래원 배우인생에 남긴 것

표현하다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걸 홍지홍을 통해 정말 많이 배웠다. 그래서 요즘 정말 행복하다. 광고도 찍고(웃음).

   
 

[스타서울TV 조인경 기자 / 사진 = HB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