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부산행’ 윰블리 정유미, 천만배우로 거듭난 12년차 여배우
[SS인터뷰] ‘부산행’ 윰블리 정유미, 천만배우로 거듭난 12년차 여배우
  • 승인 2016.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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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배우계에 ‘마블리’가 있다면 여배우계에는 ‘윰블리’가 있다.

인터뷰 자리에 들어선 순간 자신의 얼굴 만큼이나 환하게 핀 꽃을 가리키며 “이 꽃 제가 직접 가지고 온 거에요, 예쁘죠?”라고 묻던 정유미의 한 마디에 이미 마음은 ‘올킬’ 당했다. 같은 여자가 봐도 이리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니.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사랑스러움이 묻어났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배우로서의 고민과 강단있는 생각에 그녀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지 정유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작품은 ‘로맨스가 필요해’ ‘연애의 발견’ 같은 로코물이었지만, 인터뷰를 앞두고 정유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다 ‘부산행’을 비롯해 ‘차우’ ’10억’ ‘도가니’ ‘우리 선희’ ‘깡철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그녀의 활약을 새삼 떠올린 뒤 ‘헉’ 하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이 배우, 마냥 사랑스럽기만 한 배우가 아니었구나.

“주로 20대 분들은 로코물로 저를 기억하시고,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은 ‘도가니’ ‘히말라야’ 등으로 저를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애초에 뭘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었고, 재미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선택한 작품이었어요. 다행히 작품 속 제 모습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좋지만 그렇다고 부담감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단편영화와 대규모 상업영화를 가리지 않고 차곡차곡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정유미가 2016년 첫 영화로 선택한 작품은 ‘부산행’. ‘부산행’은 개봉 이후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소신있는 작품 선택에도 출연하는 작품마다 관객들의 호평을 받는 배우 정유미가 연기에 임하는 자세는 어떤 것일까.

“상황도 다르고 만드는 사람들도 매번 너무 달라지지만, 늘 똑같은 것은 한 작품을 같이 임하게 됐을 때는 한가지 길만 보고 가는 거잖아요. 저도 완벽하진 않지만 연기라는 것이 제 업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연기를 통해 제 몫을 다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다행히도 저는 데뷔를 좋은 작품으로 잘 시작해서 여기까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부산행’에서 만삭의 임산부 성경 역으로 분했던 정유미는 ‘부산행’으로 첫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칸에 함께 다녀왔던 배우들이 꼽았던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의 관객들 반응에 대해 정유미 역시 ‘특별함’을 전했다.

“칸에서 영화를 관람했을 당시 관객 분들이 통쾌한 신마다 함께 박수 치고 휘파람을 부는 등의 행동을 해 주셨던 것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영화제의 특수성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저희 영화가 그렇게 다같이 즐기기는 쉽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칸에서 그런 경험을 했던 것이 너무 신기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칸에서 처럼 분위기를 몰아보려고 VIP 시사회 때 혼자 박수를 쳐 봤어요. 그런데 생각처럼 분위기 몰이가 안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옆에 앉아있던 최우식 씨에게 ‘여기는 안돼. 어떡해?’라고 말하면서 민망해 했었죠”

‘부산행’에서 정유미는 ‘마블리’ 마동석과 부부의 호흡을 맞추며 걸크러쉬 매력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정유미가 회상하는 마동석과의 합은 어땠을까.

“너무 좋았어요. 많은 경험들을 하고 계시고 다양한 역할들로 분하고 계시다는 것 자체가 배우로서 부럽기도 했고요. 저희 영화 자체가 장르 영화고 배우들도 많이 나오다보니까 두 사람이 부부로서 감정을 밀도있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은 없었지만 짧은 호흡에도 불구하고 에너지를 많이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구성을 보면 감독님께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지 감이 올 때가 있어요. ‘부산행’ 역시 그랬고요. 두 사람이 뭉치면 ‘웃기겠다’하는 믿음이 있었죠”

마동석과의 부부 호흡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도 그간 애니메이션 작품만 해 왔던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 작품이라는 점과 ‘좀비’를 주제로 한 영화라니, 출연 결정할 때 미쳤던 영향도 없지 않았을 터.

“제게 들어오는 작품들 중에서 최선을 선택을 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처음 ‘부산행’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많진 않았지만 제안을 받았던 다른 작품들도 있었을거에요. 하지만 원래 한 번 작품을 선택하면 다른 작품들은 생각이 나지 않는 편이에요. ‘부산행’을 선택했을 때 불안감은 전혀 없었고, 완벽할 것만 같은 기운이 있었어요. 연상호 감독님께 가지고 있었던 편견도 없었고,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이 더 컸었거든요. 앞선 작품 활동들을 통해서 ‘생각과 실제 현장은 다르다’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접할 때는 오히려 걱정 없이 심플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부산행은 거침없는 흥행질주를 이어가며 마침내 천만 달성이라는 꿈을 마주했다. 정유미의 배우 인생에 있어서도 첫 천만이다.

“흥행에 대한 기대보다는 최대한 연기를 잘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아요. 평가는 다 다를 수 있으니까요. ‘이 과정에서 아무도 다치지 말고, 마음의 상처도 받지 않고 잘 됐으면 좋겠다’는 일련의 생각은 늘 가지고 있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손익분기를 넘기는 것 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요. 거창한 무언가는 없고요”

영화 속에서 누구보다도 정의로운 캐릭터인 성경. 영화를 보는 내내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했던 인물이었다. ‘성경’을 연기한 정유미에게 실제 ‘부산행’ 같은 상황이 닥친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물어봤다.

“제가 만약 실제 성경의 입장이었다면 그렇게 정의롭게 행동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일찌감치 좀비가 됐지 않았을까요.(웃음) 차라리 그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더운 날씨에 만삭의 임산부로 분한 정유미가 촬영 내내 힘들었을 것은 눈에 선한 일. 하지만 막상 정유미는 “‘부산행’ 촬영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라며 손사레를 쳤다.

“사실 ‘부산행’이 촬영 때 많이 힘들어보이는 영화인데, 저는 하나도 안힘들었어요. 복대를 차고 있는 것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고, 촬영을하면서 체력적으로 모자람을 느낀 적도 없었거든요. 연상호 감독님이 촬영을 빨리 빨리 마쳐주셔서 해 떠서 시작해서 해 지기 전에 촬영이 끝났었어요. 씻고 나오면 어둑어둑 해진 정도?(웃음) 그래서 되게 시원하게 끝낸 느낌이 있고,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아요”

   
 

‘부산행’으로 첫 칸을 밟은 이후에도 정유미는 곧바로 다른 작품의 촬영에 임해야 했다. 아무리 촬영이 힘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생애 첫 칸을 다녀온 다음 곧바로 영화 촬영에 임하다니. 새삼 정유미의 체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지나가는 마음들:더테이블’을 칸 다녀와서 바로 찍었어요. 감독님께서 워낙 성실하신 분이니까, 칸에 갈 줄 모르고 사석에서 출연을 결정했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칸에 가는 바람에 일정이 겹쳤던거죠. 그래서 촬영하는 날 조금 피곤하긴 했어요(웃음)”

정유미는 부산행 공식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면 휴식을 가지며 맛집 투어를 다니고 싶다는 소박한 계획을 전하며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빨리 또 다른 작품을 통해 그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빨리 작품 활동을 이어가 달라”는 말은 속 깊숙히 삼킬 수 밖에.

그간 연기생활을 해 오며 가졌던 고민들을 ‘부산행’을 통해 한 계단 극복했다는 정유미는 “사람들이 알아봐주고 아니고를 떠나서 연기를 해 낼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자신감도 많이 생기게 됐다”며 한층 단단해진 배우로서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랑스러움 속에 핀 배우로서의 단단함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그녀였다.

[스타서울TV 홍혜민 기자/사진=호호호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