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이범수 “‘인천상륙작전’은 재미있는 영화, 그냥 즐기길” 진한 악역 연기
[SS인터뷰] 이범수 “‘인천상륙작전’은 재미있는 영화, 그냥 즐기길” 진한 악역 연기
  • 승인 2016.08.03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이범수가 연기한 림계진은 ‘피보다 진한 것이 이념’이라며 서슴없이 인민재판을 한다. 총구를 겨누는 그의 표정은 그가 입은 날이 선 군복과 단정한 헤어스타일만큼이나 서슬이 퍼렇다. ‘인천상륙작전’에서 이범수는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으로 분해 또 다시 악역을 맡았다. 그는 단순하지만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로 분해 극명한 선과 악의 대비를 보여준다.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인천상륙작전’은 혹평에 시달렸다. 반공영화라는 말까지 있었고 네티즌은 서로 편을 갈라 댓글로 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범수가 보여준 악역 연기에는 모두가 환호했다. 이범수는 전형적으로 보일 수 있는 평면적인 캐릭터에 자신만의 아우라를 불어넣었다. 마침내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은 우려와 달리 개봉 첫 주에 관객수 300만 명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완벽한 작품은 없잖아요. 아쉬움도 남기 마련이고. 관심 가져 주시고 잘 됐으면 하는 바람에 하는 애정 어린 질책이고 조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때에 따라는 만듦새가 좀 더 매끄러웠으면 하는 부분도 있죠. 주어진 환경과 시간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부분이었어요. 영화를 처음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일반 관객 분들은 영화를 대할 때 분석하려고 하지 않잖아요. ‘인천상륙작전’은 그냥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대해주셨으면 해요. 평소에 전쟁영화 마니아인데 제안을 받고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에 참여했어요. 게다가 할리우드 배우인 리암 니슨과 함께 한다고 하니 흥미롭지 않을 사람이 없었죠."

   
 

이범수가 처음 ‘인천상륙작전’의 시나리오를 받을 때 림계진은 지금의 캐릭터와 차이가 있었다. 림계진은 소련에 유학을 다녀온 고뇌하는 사상가였지만 장학수와 캐릭터가 겹치면서 수정이 불가피 했다. 장학수와 극적인 대립을 강조하기 위해 림계진은 뼛속까지 공산주의자가 됐다. 캐릭터의 매력은 덜했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위해 수긍했고 덕분에 강력하고 팽팽한 대립이 이뤄졌다.

“있을법한 리얼리티를 극대화 시켰다고 생각해요. 북한군이든 남한군이든 군인으로서 전시에는 충분히 가차 없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책이나 자료를 보면 유럽에는 신문물인 공산주의가 빨리 퍼질 때라 실제로 ‘이념이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통용되던 말이에요. 골수분자인 림계진은 망설임 없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킬 수 있는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죠.”

영화는 이범수와 이정재의 팽팽한 대립과 첩보전이 긴장감을 자아낸다면 맥아더 장군으로 분한 리암 니슨을 보는 색다른 재미도 제공한다. 이전부터 리암 니슨의 팬을 자청한 이범수는 리암 니슨에게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며 약속을 지킬 날을 기다리고 있다.

“원래 리암 니슨의 팬이었어요. 그분의 영화들을 쭉 봐오면서 실제로 느꼈던 느낌을 만나서 건넸어요. 학교 다닐 때 단체 관람을 가서 본 ‘미션’의 리암 니슨을 잊지 않고 있어요. 당시 리암 니슨은 로버트 드 니로, 제레미 아이언스 등 걸출한 배우 사이 신참이었죠. ‘미션’을 언급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좋아하더라고요. 남들은 ‘쉰들러 리스트’나 ‘테이큰’을 이야기하는데 신인 시절을 안다고 하니 놀라면서 몇 살이냐고 물었어요. 그리고 영화를 촬영하고 레드카펫 행사에서 제가 미국 일정으로 참석을 못했는데 리암 니슨이 절 찾았다고 그러더라고요. 말은 안통해도 에너지는 통하는지 연기가 좋다고 했어요. 다음에 보면 한국음식을 대접한다고 했는데 아직 대접을 못했어요. 미국 무대 인사가면 그때 대접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범수는 KBS2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소을, 다을 남매를 공개했다. 아직 남북에 관한 개념이나 한국전쟁을 모르는 아이에게 이범수는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애국심이 소중하고 중요한데 더 튼튼한 뿌리가 민족애라고 생각해요. 거기에서 비롯된 애국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성장하고 커서 6.25는 뭐고 인천상륙작전 뭐냐고 물으면 그런 이야기는 꼭 이렇게 해주고 싶어요. ‘그냥 형제들끼리 싸운 거다. 서로 생각이 달라서 싸웠고 그래서 형제끼리 다쳤다. 앞으로 싸우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과거를 통해서 미래의 답을 찾는 거다’라고.”

   
 

이정재와 이범수는 ‘오! 브라더스’ 이후 13년 만에 ‘인천상륙작전’으로 재회했다. 그 사이 둘은 각자 매니지먼트를 설립했고 어느덧 후배를 키우고 영화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큰 배우가 됐다. 이범수는 교수로도 활동하며 후배양성에 많은 것을 쏟고 있다. 그가 소속사 대표로 있는 테스피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인 김희진은 ‘인천상륙작전’에서 류장춘 역으로 나와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학창시절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떤 질문 받을 때면 답변을 못해요. 20년 전에 못했던 답변을 지금도 못한다는 게 답답한 거죠. ‘배우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이에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고 정확하고 구체적이어야 꿈을 실현하는 건데 지금은 방송국 공채도 없어서 수많은 지망생들이 등용할 기회가 없어 안타까운 거죠. 저의 경험과 노력으로 그런 신인배우들이 등용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생긴다면 무척 기쁘고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한편으로는 저의 무명시절에 대한 대리 만족일 수도 있고요. 그 당시에 저는 절실했어요. 그래서 제가 꿈꾸는 건 신인배우를 발굴하고 투자하고 육성하는 거예요. 내년에 2기를 모집할 생각이고 정기적으로 신인배우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마당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범수가 올해로 데뷔 27주년을 맞이했다. 역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이범수는 차기작으로 ‘사선에서’를 선택했다. 이번에는 악역이 아닌 절절한 부성애로 눈물을 자아낼 예정이다.

“차기작 ‘사선에서’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딸이 있는 한 가정을 지키려는 아버지 역이에요. 모처럼 진정성 있는 가장 역할을 맡아 기대가 되요. ‘사선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어요. 70년대 반체제 인사로 찍힌 경제학자인데 북한에서 제안을 받고 갔다가 선전도구로 이용되고 첩자노릇만 하게 되죠. 그래서 가족을 데리고 동독에서 서독으로 넘어가요 꽤 스케일이 있어요. 해외촬영이 반인데 아버지의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영화예요. 영화제 상도 노리고 싶을 만큼 보여줄 것들이 많아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사진= 고대현 기자 ]